[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직간접 피해가 극심한 농업분야 지원 예산은 따로 반영되지 않아 농업계의 비판이 거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경 대신 농안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재정 투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장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극복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추경에서 부족한 세수를 메울 세입경정 예산 3조2000억원을 빼면 실제 집행되는 사업 예산은 8조5000억원이다. 사업별로 보면 △방역체계 보강·고도화에 2조3000억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2조4000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지원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쿠폰 지급. 아동수당 수급대상자 263만명과 저소득층 189만명을 대상으로 각각 1조1000억원, 8500억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보수의 30%를 상품권으로 수령하면 20% 상당의 인센티브를 더 지원한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을 통해 지역 상권 회복과 소상공인 지원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정 투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민 등 취약계층이 최대한 버틸 수 있게 피해업종에 대한 직접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재정 투입계획도 현장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농식품부는 △농식품 수출 지원에 266억7000만원 △식품·외식업체 지원에 200억원 △화훼소비 촉진에 15억8000만원 등 총 483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화훼소비 촉진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출기업이나 식품·외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융자 지원사업에 대한 금리 인하가 골자다. 친환경농산물 수요 기반확대를 위해 예비비를 활용,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대상자를 당초 4만5000명에서 8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지만, 아직 예산규모도 정해지지 않았고 대상자 선정 등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장의 친환경농업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개학이 3주간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에 딸기와 엽채류, 대파, 시금치 등을 납품해 오던 친환경 재배농가들의 어려움이 극심하다”면서 “이러한 채소작물은 저장성이 없기 때문에 납품시기를 놓치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 만큼 재해수준의 구호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민의 길’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대응 추경에 농업분야는 없다”며 “아무런 배려도 없는 정부의 추경안에 강력히 항의하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농민의 길은 “소비가 되지 않아 농산물값이 하락하고, 마을마다 노인정을 폐쇄해 어르신들은 매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면서 “소득 하위 20% 취약계층 농민에 대한 대책비용과 농산물 가격폭락 농가에 대한 생계비 지원 비용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학교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에 납품해야 하는 친환경 재배 농가들의 피해대책 비용도 추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17일까지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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