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강원도 철원의 한 마니커 계약 농가의 농장 내부. 마니커와 운송 차량 기사 간의 마찰로 출하를 못해 적정 중량 및 크기보다 훨씬 몸집이 커진 닭이 농장에 가득한 상황이다.

생계 유통·도계작업 중단
닭 110만 마리 농장에 남아

무게·크기 늘어난 탓에
밀사 불가피…폐사 속출
사료 손실도 큰데다
사육 수수료 제대로 못 받아
피해보상 방안 마련 시급


생계 등의 운송 계약 방식을 두고 대립했던 마니커와 운송 차량 기사들의 갈등이 봉합됐다. 하지만 그 사이 애써 키운 닭을 출하 하지 못한 마니커 소속 육계 사육 농가들의 피해가 커져 농가들에 대한 보상이 과제로 남았다.

지난 4일, ‘직접계약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 및 마니커 동두천 공장 앞 점거 농성을 벌이던 마니커의 생계 및 제품 운송 차량 기사들이 농성을 종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2월 10일 파업에 들어간 지 24일 만이다.

차량 기사들은 마니커 동두천 공장과 운송 계약을 체결한 ㈜무림에프엘에스와 실제 계약 관계인 차주들로, 마니커 측이 무림에프엘에스와 차주 간 계약 종료 후 차주들과 직접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 구두약속을 어겼다며 파업 및 농성을 벌여왔다. 그러나 마니커 측은 직접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표명했을 뿐 직접계약을 약속한 적은 없다고 밝혀 차주들의 강한 반발 속에 장기간 생계 유통 및 도계작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본보 2월 28일자 1면 참조

이 같은 마니커와 운송 기사들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채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 됐다. 운송 기사들은 계약 방식의 수정 없이 업무에 복귀하고, 마니커 측은 파업기간 발생한 문제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와 고발을 취소키로 했다. 또 운송 기사들의 파업으로 인한 마니커 측의 손실을 감안해 향후 1년 6개월 간 운송료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합의의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마니커 측과 운송 기사들이 갈등을 벌인 사이 죄 없는 마니커 계약 농가들이 입은 손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보통 병아리를 30~35일정도 농장에서 키운 후 출하 하는데, 마니커의 생계 유통 및 도계작업 중단으로 110만 마리에 달하는 닭이 갈 곳을 잃고 농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적정 출하기를 놓친 닭은 점점 비대해져 농장은 밀집사육과 유사한 사육환경이 됐고, 결국 수많은 닭이 폐사로 이어졌다. 마니커와 계약을 맺은 철원의 한 육계 농가는 “출하를 하지 못한 사이 닭 무게와 크기가 늘어난 탓에 농장 안은 사람이 제대로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밀사가 이뤄졌다”며 “이로 인해 7만2000마리를 사육하는 우리 농장에서도 10%의 폐사가 발생했다”고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 농가와 자리를 함께 했던 안한욱 마니커 농가협의회장은 “이 농장은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농장이라 폐사가 이 정도 수준에 그친 것”이라며 “이보다 피해가 심각한 농장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폐사가 끝이 아니다. 남아 있는 닭의 경우 출하 시기가 지난 이후에도 사료를 계속 먹여야 하기 때문에 사료 손실도 크고, 특히 적정 중량을 벗어난 닭은 제대로 된 사육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이 부분에서도 손해를 보게 된다. 마니커의 경우 1.8kg가 적정 사육 중량으로, 농가들은 1.8kg에 맞춰 닭을 출하하는 경우 사육 수수료로 마리당 135원을 지급 받지만, 2kg이 넘어가면 25원이 깎인 110원을 정산 받게 된다.

마니커 측에서는 우선 무게가 덜 나가는 닭부터 순차적으로 도계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농가협의회에선 농가에 남아 있는 닭을 모두 출하하는데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그 이후 농가 손실에 대해 마니커 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한욱 회장은 “마니커와 운송 기사 간 마찰로 농가 피해가 발생한 것인 만큼 급한 닭 출하 작업을 마무리하면 마니커 측에서 농가협의회에 피해 보상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운송 기사들의 파업으로 마니커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안한욱 회장은 그러나 “소송을 통해서라도 손실 부분을 반드시 모두 보상받아야 한다는 농가 목소리도 있다”면서 “계약 농가 전체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농가 보상과 관련해 마니커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계약 농가들의 피해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만, 농장의 닭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으로, 농가 피해에 대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 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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