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앤드류 니키포룩. 이희수역. 알마 2010. 1만8000원)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 규정
전염병 창궐 원인은 자연생태계 파괴
국제무역 함정·기후 위기도 주목


“전염병이 심각해지면 정부는 국경을 폐쇄하고 병자들을 강제로 격리할 것이고 공공시설이나 대학을 임시병원 또는 시체 안치소로 개조할 것이다. 대중 집회나 스포츠 경기가 금지되고 대중들은 집안에서 노심초사하며 기도를 올리거나,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죽어 갈 것이다. 감염자가 발생한 집 대문은 빨간 페인트칠로 표시되어 접근이 차단된다.”

이 글은 지금 얘기가 아니다. 최근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보며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펼쳐보니 393쪽에 있는 내용이다. 9년 전에 나온 <대혼란-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앤드류 니키포룩. 이희수역. 알마 2010. 1만8000원)>다.

이 책은 전염병의 창궐 원인을 자연생태계의 파괴에서 찾는다. 그 다음으로는 인간들의 과도한 이동으로 인한 미생물 교통량이 치솟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자는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로 부르면서 항만 해역, 병원 침상, 공기, 물, 동식물 등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활동무대로 삼고 있다면서 이 대상들을 순식간에 식민지화 한다고 경고한다.

책의 앞부분은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왜 범람하는지를 분석한다. 공장식 축산이 동물의 선천적 면역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99쪽) 동물 질병들이 어떻게 사람에게 옮기는 수인공통전염병으로 진화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샌드위치 한 조각, 여행 가방 하나에 도사린 재앙’이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식습관 문제와 국제무역의 함정을 파헤친다.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순식간에 전 세계의 문제가 되게 하는 지구촌 문제다.

책의 뒷부분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항목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가 전염병과 무슨 관계라는 것일까?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는 혹한과 폭설, 폭풍우, 대형 산불과 가뭄 등 극한기후를 유발하며 이는 인간 시설을 강타할 뿐 아니라 자연과 토양까지 황폐화시키므로 이런 생태 교란은 바이러스와 세균의 변종 등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308쪽) 이 대목은 자연스레 지난 몇 달간 불타던 호주의 산불을 떠올리게 한다. 10억의 동식물 종이 사라졌다는 비보 말이다.
45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사례들을 생동감 있게 예시하고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중국과 서울의 대기가 한층 맑아졌다는 역설을 본다. 지금은 방역과 치료가 우선이겠지만, 그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함께 보면 좋은 책]

교란된 생태학적 상황 대안 찾기
 

위대한 과업
(토마스 베리. 이영숙역. 대화문화아카데미. 2009. 1만2000원)

<위대한 과업(토마스 베리. 이영숙역. 대화문화아카데미. 2009. 1만2000원)>을 쓴 토마스 베리는 독특한 삶을 살았다. 스무 살에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었고 서구문명사 전공으로 박사가 되었다. 중국과 인도에서 살면서 문화, 전통, 종교, 언어를 연구했다. 그의 최대의 관심은 산업사회로 인해 교란되어 버린 생태학적 상황의 대안을 찾는 것이었다.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세계적 전염사태가 생태계의 유기성 붕괴에서 비롯되었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생태학적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이 책의 시사성이 크다.

그는 ‘시간과 영원, 그리고 상호 현존이라는 영적 경험 속으로 인간을 인도하는 것’을 인류의 공동 과제로 설정한다. 종교적 색채를 띠는 언술이지만 19장으로 구성된 책은 자연과학자 못지않은 진단과 분석이 돋보인다.

저자는 지구 위기의 근원을 자연계와 맺었던 인간의 유기적 경제가 근대를 거치면서 지구에 대한 탈취 경제로 바뀐 것을 중요하게 지적한다. 유기적 경제는 회복하는 경제지만 탈취 경제는 종말로 치닫는 경제라고 단언한다. 물, 공기, 토양 등 지구생태 네트워크의 화학적 구성성분이 마구잡이로 교란되어서다.

책은 네 가지 지혜를 발휘하자고 제안한다. 첫째는 자연계와 친밀성이 강화되는 원주민의 지혜다. 해 뜰 때와 해 질 때의 신성을 경험하는 순간을 갖자는 말이다. 여성의 지혜는 몸과 물질을 마음에, 지적 분석을 감각에, 이성을 직관에, 정신을 영에 연결시키는 여성성을 말한다. 이어서 전통의 지혜, 서구과학의 지혜 등을 설파한다.(227-250쪽)

치열하게 미래를 사는 삶 속으로
 

내가 시작한 미래
(모심과 살림연구소. 한살림. 2017. 1만4000원)

<내가 시작한 미래(모심과 살림연구소. 한살림. 2017. 1만4000원)>는 우리나라 최대 생협인 한살림에서 펴 낸 책이다.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작되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담고자 펴 낸 책이라고 서문은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미리 미래를 살고 있는 사람들 열 명을 소개하고 있어서 우리가 작금의 위기 문명 아래서 삶을 재설계 할 때 지침이 되겠다.

책의 주제들은 등장인물의 삶처럼 생태공동체, 공동육아, 적정기술, 의료 협동조합,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 등 우리 일상의 모든 부문에 해당된다. 자연재난과 괴질, 인간 참상이 가슴을 아프게 할수록 우리가 꿈꿔 가야 할 내일에 대한 기록이라 하겠다.

필자가 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있을 때인 십 수 년 전에 함께 일 했던 소란은 영국의 도트네트 공동체에서 3년 살다 왔다. 지금은 서울 은평전환마을에서 자립, 자급, 생태순환의 퍼머컬처 대표를 맡아서 그곳에서 재배하는 식재료를 쓰는 ‘밥풀꽃’이라는 식당도 운영한다.

인간과 사회에 복무하기보다 거대 자본의 이윤창출에 이용되는 현대기술을 인간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수단이 되게 하고자 적정기술 운동을 하는 안병일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정기술을 보급한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었다.

마포민중의집을 세우고 운영하는 정경섭은 다른 종과 공존을 위해 동물병원협동조합인 ‘우리 동생’도 만들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성장하며 배우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는 공간에 큰 의미를 둔다. 인간이 존엄하게 생을 이어가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곳이다.

이전 삶으로 되돌아가는 관광 활성화, 경기 부양책, 생산과 소비 촉진 등 벌써부터 일각에서 거론되는 전염병 이후의 대책들이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를 불러오지는 않을지 살펴 볼 때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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