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글로벌 시대다. 외딴곳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상품은 순위가 매겨진다. 낮아진 무역 장벽과 손안에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비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먹거리 생태계는 극단으로 치우쳐 있다. 농업이 세계화되자 식량의 다양성은 감소하고 균일화된 것이다. 이제 먹거리 시스템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정책과 실천 모델이 절실하다. 사람들이 섭취하는 열량의 80%를 차지하는 작물은 고작 12종에 불과하고 90%를 차지하는 작물도 15종에 그친다. 농업의 다양성이 훼손된 것이다. 먹거리 생태계가 세계화되면서 스스로의 자연 순환의 궤도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먹거리 시스템의 조화와 균형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 전문화, 중앙화, 집중화로 닦인 일방통행 도로를 다시 균형 상태로 만드는 게 우리의 당면 과제다.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표면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본질은 탈중앙화, 공유 등을 지향한다. 진정한 의미의 4차 산업혁명은 연결, 분권, 개방을 통한 맞춤시대의 지능화 세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확장한다면 농업 가치의 공유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는 사실도 시사한 바가 크다. 이미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가치와 다양성에 관심을 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농업의 가치 공유, 먹거리의 다양성 확보는 시대의 트랜드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먹거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새로운 먹거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정책을 혁신할 때 가능한 것이다. 슬로푸드와 로컬 푸드 운동은 각론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총론 개념의 슬로건이 필요하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휠링 라이프(WHEEL’ing Life)’를 제안한다. 일터(Working), 쉼터(Healing), 장터(먹거리, Eating), 배움터(Educating), 삶터(Living)의 앞 글자를 딴 톱니바퀴 삶이다. 이들이 각각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돌아가는 지역경제순환형 자립 공유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자. 이 모델의 기본 전제는 경제, 환경, 사회로 압축된다. 경제 커뮤니티는 수익을 내야하며, 환경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시스템 플랫폼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일터에서의 지역 재투자로 지역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쉼터에서는 힐링케어타운과 같은 쉼터를 제공해 워라벨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슬로푸드와 로컬 푸드의 합성어인 슬로컬푸드도 조달 서비스를 구축해 먹거리 장터를 해결하고 팜, 숲 유치원 등으로 체험형 배움터를 조성한다. 끝으로 셰어하우스로 지역 삶터를 공유하자는 게 ‘휠링라이프’의 큰 그림이다. 한국적 커뮤니티 경제, 자원순환형 사회적 경제, 장수 친화적 케어 시티, 슬로컬 스마트 시티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휠링 라이프 개념은 우리나라 농업이 지녀야 할 모든 가치를 포괄한다. 결국 이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우리의 먹거리 시스템과 삶도 나아질 것이다.

정종성/라이스텍 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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