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양곡 품질 높이고 책임판매”
안성에 양곡센터 열었지만
지난해 660억원 사업실적 중
민간업체와 중계거래가 600억
물류기능 대행 시설 전락 우려


농협경제지주가 잡곡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행 사업체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부실과 함께 특정 업체에 대한 현금출자가 검토되며 타당성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경제지주의 양곡사업이 쌀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역농협으로부터 잡곡유통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2017년 7월 경기도 안성에 농협양곡유통센터를 개장하고 잡곡사업 활성화를 선포했었다. 

당시 농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곡유통센터는 부지 7만㎡에 건축면적 8500㎡, 저온창고(보관능력 1500톤)를 비롯해 소포장 상품화 라인 등이 구축됐으며, 약 300억 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양곡유통센터가 수도권 양곡물류 거점으로 지역농협 양곡 전반에 대한 품질을 높이고 판매를 책임지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농협양곡유통센터가 민간 곡물유통업체들의 물류기능 대행 시설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간업체들의 수집대행 기능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양곡유통센터는 지난해 660억 원의 사업실적 중에서 지역농협과 민간업체 사이에서 중계거래 규모가 600억 원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곡유통센터가 거래수수료로 0.23~0.3%를 가져가는데, 이 같은 거래체계에서는 사업량이 확대될수록 적자만 누적된다는 것이다. 잡곡이 다품목 소량이기 때문에 민간업체 측면에서는 양곡센터를 활용하면 ‘땅짚고 헤엄치기’처럼 손쉽게 잡곡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양곡센터가 지역농협에서 매입한 잡곡을 소포장 등 상품화해 직접 판매한 실적은 6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양곡유통센터 개장 당시 신상품 개발을 통해 대형마트, SSM매장, 식자재 등에 맞춤형 상품으로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색한 성적표.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잡곡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통채널이 구축된 민간업체와 사업제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 잡곡사업을 돕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정 곡물유통업체와 사업협력이 확대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혹도 제기됐다는 것. 농협경제지주가 해당 업체에 대해 거액의 현금출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체를 통한 잡곡 유통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타당한 사업방향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민간업체에 대한 현금출자를 검토했던 배경이 의문점으로 남는다.  양곡유통센터의 중계사업 물량 중에서 해당업체가 40% 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곡물유통업체에 대한 현금출자가 검토된 것은 사실이지만 출자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농협경제지주 차원의 잡곡사업 활성화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