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 코로나19 발생으로 농촌지역에서 영농 교육이 무기한 연기되고, 농자재 공급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각종 영농교육도 못받고 
농기자재 공동구매 등 막막
마을회관·문화센터 폐쇄
농촌 노인들 “생병날 것 같아”

수의사 방문·사료배달 등 차질
계절근로자 입국작업도 혼선
“심각한 후유증 우려” 대책 호소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농촌의 영농활동과 일상생활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월28일 현재 확진자가 2022명, 사망자 13명이고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사람이 총 6만 8918명이며, 이 중 4만 416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현재 2만 4751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2월 25일로 예정됐던 한농연강원도연합회 지도자교육은 무기한 연기됐고, 강원도 미래농업교육원의 모든 교육과정은 전면 중단됐다. 마을단위 중심의 농촌생활에서 중요한 마을총회와 영농자재 공동구매와 정부지원 농자재공급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교적 도시보다는 활동성이 높은 농촌의 어르신들은 그동안 생활터전이던 마을회관과 문화센터를 갈 수 없어 답답증을 호소한다.

양구군 동면에 살고 있는 박모(83)씨는 “마땅한 문화시설이나 여가시설이 없는 농촌은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인데 모든 것이 폐쇄되고 사람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 집에만 갇혀 있으려니까 생병이 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농촌지역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혹시라도 코로나에 감염됐는데 진단이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지역 보건소와 공무원들도 상황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춘천축산농협 직원들도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상당한 애로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료배달과 각종 가축관리를 위해서는 수의사 등이 농가를 방문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진료해야하는데 농가방문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시기면 만성적인 농촌의 인력난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에서 계절근로자들이 들어오는 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시기와 인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영농기가 시작되면 인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횡성군 둔내면에서 고랭지채소를 생산하는 윤모(56)씨는 “지난해 겨울이 너무 따뜻해 올 농사는 바이러스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데 벌써부터 코로나로 홍역을 치른다”며 “농정당국은 지금의 문제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 농업방역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걱정이지만 본격적인 농산물 출하시기에 경기가 살아나지 못해 가격이 폭락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소비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춘천시 화훼농가들은 졸업과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계절에 모든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생산한 꽃을 베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협과 도청은 꽃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코로나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성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상당한 농산물소비를 촉진하는 농촌의 5일장도 전면 휴장에 들어갔으며, 식당들도 손님들이 80% 이상 급감해 버섯 등 출하시기를 맞은 농산물은 산지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농연강원도연합회(회장 최흥식)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는 퇴치되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농업분야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가능이 매우 높다”며 “예산지원과 농산물가격 대책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전 준비를 통해 어려운 농업을 더 어렵게 만들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지역에서는 경기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 및 소비 감소 등으로 여세·소농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저금리 특별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농민들은 “자지체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영세·중·소농들을 위한 지원책이 전무한 상태“라며 “영농경영안정자금을 조성해 저리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부 농촌지역 자치단체는 관내 경로당을 일시 폐쇄함으로써 무료 경로식당 운영이 중단돼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여군의 경우 노인들의 사전 예방차원에서 연중 운영 중인 무료 경로식당을 3월 2일부터 잠정 중단하고 대체 도시락 또한 2월 28일까지만 지급했다.

교육 및 행사 등이 취소 또는 연기돼 농한기 때 교육을 이수하려 했던 농가들이 자칫 본격 영농 시작 철에 교육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 농민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이해는 되지만, 갑자기 중단돼 당황스럽고 향후 교육 이수 여부를 고민해 봐야 겠다”고 말했다.

강원·충남=백종운·윤광진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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