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농민기본소득 전국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농민에게 농민기본소득을! 국민에게 국민기본소득을!’이란 슬로건으로 18일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죽어가는 농업·농촌을 살리고
생태 환경위기 극복할 대안"
전 국민운동으로 추진 계획
상임대표 5인·감사 2인 선출


농민기본소득 전국운동본부가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 및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8일 국회에서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지 3개월여 만이다.

농민기본소득은 지난해부터 전남, 전북, 충남, 경기 등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기초 시군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농민수당’과 그 궤를 같이한다.

‘농민에게 농민기본소득을! 국민에게 국민기본소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강남훈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 △이세우 농목연대 기본소득특별위원회 목사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유영훈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조완석 한살림연합회 대표 등 5인의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운영위원장은 차흥도 목사(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대표)가 맡기로 했다. 감사에는 유정길 전국귀농운동본부 정책연구소장,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등 2인이 선출됐다. 창립 회원으로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급식·생협·환경단체 등 33개 단체와 개인이 참여했다.

운동본부는 창립선언문에서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부의 불평등과 기후 변화로 신음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당장 바꾸지 않으면, 극소수의 부자들이 세상의 부를 독점하고, 기후 변화로 인류 문명이 파괴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생태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과감히 정책을 전환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전환의 중심에 농업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농업·농촌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죽어가고 있는 농업·농촌을 살리고, 도시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생태적 농업을 복원할 수 있는 대안인 농민기본소득을 전 국민의 운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대표를 맡은 유영훈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 생태환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할 시점”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상하고 농민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류문명을 위해 근본적으로 우리 삶을 변혁시켜 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앞으로 “운동본부가 낮은 자세로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토론하고 설득하고 경청하면서 국민들과 합의를 이뤄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축하동영상을 통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은 국가의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정말 대우해야 하는 산업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농민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함께 해주시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경기도가 농민기본소득 도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축하동영상을 보내왔다. 박 시장은 “도시가 열매라면 그 열매가 열리게 하는 뿌리는 농촌이다. 농촌 없는 도시가 있을 수 없고, 지방 없는 서울도 있을 수 없다”면서 “전국이 하나로 통일되고 균형발전을 이뤄가기 위해, 먹거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농민들을 위해 앞으로 운동본부가 창립식을 시작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한 명현관 해남군수는 “어려운 재정상황이지만 과감히 농민수당을 지원한 것은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농업·농촌을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면서 “땅끝에서 시작한 농민수당이 불과 1년 만에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운동본부가 앞으로 든든한 동력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농민기본소득을 국민기본소득으로 확장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차흥도 운영위원장은 “당장은 직접 영농에 종사하는 모든 농민에게 지급하지만 장차 인구 과소화, 소멸지역의 농촌 주민들 모두에게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을 지향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청년기본수당, 아동수당 등 여러 사회안전망과 함께 전 국민기본소득을 추동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운동본부는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농민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강연회와 e-book 형태의 정책 교육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농민기본소득을 대표 농정공약으로 수용하도록 정책 협약식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농민기본소득 도입 촉구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언론과 SNS 등을 활용한 홍보사업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창립선언문 전문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부의 불평등과 기후변화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지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지금의 소비 만능, 재생 불능, 이윤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산업 경제가 달려가고 있는 종착지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바꿔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극소수의 부자들이 세상의 부를 독점하고 지구의 평균기온이 빠르게 상승해 인류 문명이 파괴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생태 환경과 산업 경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닌 서로 상생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대전환,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런 전환의 중심에 농업이 있습니다. 농업을 살리고 농촌공동체를 살려야 합니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기능 뿐 만아니라 환경, 역사, 문화, 경관 등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다원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고 백년 넘는 시간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과감한 정책의 전환을 할 때가 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농업농촌에 주목하면서 농민기본소득을 전 국민의 운동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의 가치, 농민의 권리를 반영하여 보편적 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농민기본소득은 죽어가고 있는 농업농촌을 살리고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도시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생태적 농업을 복원하고 우리의 땅과 물을 살릴 수 있는 대안입니다. 농촌에 일자리를 만들고 농업의 생태적 가치에 더 접근한 중소농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농민기본소득부터 실현하고자 하지만 더 나아가 모든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국민기본소득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농민기본소득은 국민기본소득 실현의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농민기본소득추진전국운동본부를 오늘 창립하며 농민기본소득이 하루 빨리 실현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적인 운동을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과 펼쳐나갈 것입니다. 이제부터 농민기본소득은 먼 꿈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꿈과 뜻을 모아 힘차게 달려갑시다.

2020년 2월18일 
농민기본소득추진전국운동본부 창립식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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