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시행업체 선정 ‘최저가 입찰’
성능 저급한 설비 설치 의혹
사업자 선정 과정서
적정성 논란도 증폭

농식품부 올해 630억 투입
고품질 쌀 유통정책 차질 우려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품질고급화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RPC 가공시설현대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추진방식이 변경되면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PC 관련 업계에서는 시설현대화 사업의 기술적 퇴보가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RPC 가공시설현대화 시행업체 선정을 최저가로 획일 적용해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예전에는 RPC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시공사를 최저가로 선정하지만, 쌀 가공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정기 등 핵심설비는 해당 기계장치 기술수준을 감안해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설현대화 시공은 물론 핵심 설비 모두 최저가 입찰로 변경되면서 성능이 저급한 출처 불명의 설비가 일부 설치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올해 기준 630억 원의 재정투입이 이뤄지는 정부의 고품질 쌀 유통 정책사업이 속으로 곪고 있는 것이다.

RPC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RPC 사업자가 도정기 등 주요 기계장치에 대해 기술과 품질 수준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었지만 현대화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최저가로 선정해야 한다”며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장비가 설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이른바 ‘짝퉁’ 기계장치가 설치된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설현대화한 모 RPC에서 유명업체의 주요기계 장치에 대한 AS를 요청했는데, 유지보수를 위해 방문한 해당 업체 기술진으로부터 자사 제품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황당해 했던 사건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저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설비들이 국산으로 둔갑해 설치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 뿐만 아니다. 시설현대화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RPC 시설현대화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 간이설계도, 세부사업비 산출내역서, 해당 부지 확보 등을 갖춰 신청해야 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그 해에 본설계, 시행사 선정과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이는 사업의 내실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오히려 사업추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 본설계가 부실해지고 실제 공사과정에서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게 업계 기술진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고품질쌀 유통활성화사업을 담당하는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RPC 가공시설 현대화사업은 제도와 규정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며 “사업을 진행하기 앞서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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