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 정희진 경산묘목조합장이 지난 12일 경산묘목특구 내 한 종묘농원에서 출하를 앞둔 과일나무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어린 과일나무부터 조경수까지
다양한 품종·용도별 나무 갖춰
예년보다 과수묘목 생산량 크게 줄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가격 오르막


각종 과수묘목의 올해 판매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농업현장에서 봄 소식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곳 중 한 곳인 경산종묘산업특구(이하 경산종묘특구) 내 경산묘목시장을 찾았다. 경산종묘특구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과 진량읍 일대 형성된 전국 최대 묘목 생산특화단지로 연간 묘목 국내 생산량의 70%가 이곳 경산묘목시장을 통해 ‘경산묘목’이라는 묘목 특화 브랜드로 전국 각지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경산종묘특구 내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산묘목을 생산해 공급하는 경산지역 종묘농원 및 판매상 등 600여 곳 이상이 참여해 출범한 묘목으로 특화된 경산묘목영농조합(이하 경산묘목조합)이 결성돼 운영되고 있다. 경산묘목조합은 경산묘목의 유통구조 개선과 농가의 기술교육 등을 통한 우량묘목 생산, 경산묘목의 전국적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판매 전략을 통한 브랜드 알리기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이곳 경산묘목시장에서 봄철 판매되는 각종 과일나무 등의 묘목판매 현황을 분석하면, 판매 이후 수확이 가능해지는 2~3년 뒤 특정 과일품종의 공급현황을 어느 정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전국의 과일재배 농민들을 포함한 농업 전문가들의 이목이 봄철 묘목 출하시기에 경산묘목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경산종묘특구 내에 형성된 경산묘목시장에는 수백 여 개 중·도매 묘목판매상, 종묘농원들이 밀집해 있으며, 해마다 2월 중순경부터 4월 하순까지 봄철 묘목 식재시기에 맞춰 1~3년생 어린 과일나무 묘목부터 수형이 큰 조경수까지 다양한 품종과 용도의 나무들이 이곳을 통해 전국 각지로 쏟아져 나간다.
 

▲ 경산묘목조합 소속 종묘농원들은 2020년 봄 나무 출하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2일 취재를 위해 방문한 경산묘목시장 내 여러 종묘농원과 묘목 판매상들은 올 봄 전국에 공급할 다양한 품종의 어린 나무들을 노지의 재배포장에서 판매시설이 갖춰진 저온저장 창고나 비닐하우스 시설 등으로 옮기고, 세척작업을 거쳐 나무 품종을 구별하기 위한 라벨작업, 주문이 완료된 나무의 판매를 위한 포장작업 등의 본격적인 묘목출하 준비에 한창이었다.

올해 시장의 묘목수급 동향과 관련해 경산묘목조합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올 봄 과일나무 묘목의 경우 묘목생산 단계에서 접붙이는 시기에 기온불량 등으로 접붙이는 성공률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과수묘목 생산량이 대폭 줄었으며, 그 여파로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20~50% 이상 묘목 산지 거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접붙이기 성공률이 가장 좋지 않아 묘목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대추나무의 경우 지난해 보다 80~90%이상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주요 과일품종 묘목의 가격도 사과나무 20~50%, 복숭아·자두나무 20~30%, 감나무 20~30% 수준으로 각각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포도는 인기 품종인 샤인머스켓의 경우 한정된 묘목 생산량에 비해 구매를 희망하는 농가의 수요가 수년째 급증하고 있어 산지 묘목가격이 지난해보다 2~3배 이상 올랐으나 구입할 수 있는 물량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샤인머스켓을 제외한 다른 포도품종은 농가의 묘목구입 수요가 크게 줄어 산지에서의 묘목 거래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산묘목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를 많이 타는 조경수와 산림수, 약용수 등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산업계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묘목 수요가 다소 줄었으나, 산지의 묘목 생산량 감소로 공급량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거래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박광희 씨는 “지난해 경산묘목시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은 신품종 경일도 복숭아 묘목을 과수원에 심어 수년 뒤 수확할 예정이다”며 “올해는 인기 품종인 샤인머스켓 포도 묘목을 구입하기 위해 품귀현상이 생기기 전에 본격적인 묘목식재 시기에 앞서 좀 이른 시기에 묘목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경산묘목시장을 찾았다는 한 종묘 소매상인은 “경산묘목시장에서 전국 생산 묘목의 상당부분이 거래되고 있어 여러 품종의 다양한 묘목을 저렴한 가격에 선점하기 위해 매년 이곳을 찾는다”며 “올해는 전국적으로 전반적인 과일나무 묘목 생산량이 줄어들어 일부 인기 품종의 경우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량을 확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산묘목조합 관계자는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겨울기온이 예년보다 크게 올라 이미 이달 중순부터 묘목 구매를 희망하는 농가와 종묘 상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올해 식재시기가 앞당겨진 것을 감안해 생산량이 줄었거나 수요가 급증한 일부 품종은 예약판매 등으로 시장에서 거래 물량이 일찍 소진될 수 있다”고 사전 수급동향 확인을 당부했다. ▶묘목수급 동향 문의=경산묘목조합(053-856-0072)


정희진 경산묘목조합장·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장
“경산묘목 브랜드 가치 더 높아질 것”

 

“경산지역은 100년 전부터 기후 및 환경적인 측면에서 묘목 생산의 최적지로 알려져 묘목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이곳 경산에서 생산되는 대한민국 대표 묘목 브랜드가 바로 ‘경산묘목’이며, 경산묘목은 오랜 재배역사와 재배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증 받아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를 경산묘목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봄철 나무 식재시기를 앞두고 분주한 정희진 경산묘목조합장(겸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장)을 만났다. 정 조합장은 경산종묘특구 내에서 묘목을 생산하는 600여 곳의 종묘 생산자들이 참여해 결성한 경산묘목조합을 이끌고 있다. 10여 년 전 결성된 경산묘목조합은 우량종묘생산과 무병묘 보급에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 영농조합법인으로서, 묘목 식재와 관리, 영농 상담에 이르는 다양한 종합 서비스를 참여 농원과 생산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 조합장은 “경산종묘특구는 숙련된 묘목농가와 종묘관련 접사, 접목 기술자 등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량종묘 생산기반 구축을 위한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와 선별·저장·품질 인증을 통한 유통체계를 갖춘 경산종묘유통센터 등 충분한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며 “경산에서 생산되는 경산묘목의 브랜드 가치는 향후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조합장은 “묘목 생산자 및 재배면적 감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원가 급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산지에서 묘목공급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묘목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묘목재배면적 확대를 통한 규모화와 기술력 향상을 위한 생산자 교육 등 묘목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다양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조합장은 “농가에서 싼 값에 묘목을 구입하기 위해 정상적인 묘목 판매경로가 아닌 인터넷 등 검증이 되지 않은 루트를 통해 불량묘목을 구입해 묘목을 식재하고, 열매가 나오는  수년 뒤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 한다”며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 값을 주더라도 묘목 구입은 검증된 정상적인 판매 경로를 통해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경산=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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