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정비법 개정안 공포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농식품부가 농어촌민박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농어촌민박의 신고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완료했다. 사진은 지난해 경주시에서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열린 농어촌민박 안전점검 사전교육.

난개발·기업형 펜션 방지 이유
신고요건에 ‘직접 소유’ 신설
자본 없는 농어촌 이주 청년들
사실상 진입 불가능 비판 나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 지적도

안전사고, 자가/임대 문제 아닌
정부·지자체 관리 감독 소홀 탓
무허가·실거주 단속 강화 여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농어촌 민박사업 신고요건을 강화, 관할 시·군·구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서만 농어촌 민박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역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기업형 펜션으로의 편법 운영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같은 규제로 인해 자본이 부족한 농어촌 이주 청년들의 농어촌 민박사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농어촌민박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지역 난개발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농어촌민박의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6개월 뒤 시행된다.

2018년 12월 강릉 펜션 사고 이후 농식품부는 농어촌 민박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안전시설 의무 설치 목록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가스누설 경보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피난유도표지 등을 추가한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농어촌민박 사업자는 해마다 전문가를 통해 가스와 전기안전점검을 받고, 그 확인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된 사업장임을 알 수 있도록 출입문과 누리집에 반드시 ‘농어촌 민박’을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신고 요건의 강화. 지금까지는 농어촌지역에 거주만 하면 민박 신고가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관할 시·군·구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이 소유한 주택에서만 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예외조항을 두어 관할 시·군·구에 3년 이상 거주하고, 2년 이상 민박을 운영했거나, 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임차한 주택에서도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신고를 해놓고 2년 이상 계속해서 운영을 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릉에서 주택을 임차해 농어촌 민박을 운영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는 K씨(34)는 “주변에 보면 연세가 많거나 은퇴해 들어오신 분들은 자가가 많지만 저처럼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주택 구입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임차를 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예외 조항을 두었다지만, 소규모인 농어촌 민박은 수익 내기가 어려워 2년을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경우도 많은데, 처벌 규정까지 두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전히 무허가 숙박업소와 실거주 요건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들이 난립해 버젓이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단순히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행적 편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최근 발생한 강릉이나 동해의 안전사고는 관리 감독 소홀의 문제이지, 자가/임대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무허가·실거주 여부에 대한 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소유냐, 임차냐’에 따라 규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어촌 민박제도를 악용해 대규모로 상업적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제동을 걸려다보니까 이런 조치가 나온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문제가 발생하니까 아예 그 원인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농어촌 민박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려면 트렌드를 잘 읽고 센스가 있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단서조항, 벌칙조항까지 만들어 진입을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소유 규제를 새로 둘 것이 아니라 농어촌 민박을 가장한 대형 상업시설 등에 대한 단속이나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정혜영 사무관은 “공교롭게도 그동안 사고가 임차주택에서 많이 났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했다”면서, 특히 “농어촌 민박은 연면적이 230㎡(약 70평)이하로 제한되는데 이러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족간 임대차계약을 맺고 대규모로 편법 운영하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정 사무관은 이어 “청년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민원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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