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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납품 끼어든 농협···농산물 가격경쟁 내몰아 빈축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음성군 학교급식 공급자에
올해부터 맹동농협 가세
2016년 이후 줄곧 공급해온
음성살림과 ‘가격 경쟁’ 나서

초창기 지역농협들 참여 안해
농민들 출자로 만든 음성살림
어렵게 공급체계 마련해 놓자
매출 올리려 숟가락 얹은 꼴

“시장논리만 따지면 취지 잃어
생산자 주체적 참여가 바람직”


중소농가들이 어렵게 구축해 놓은 학교급식 공급체계에 지역농협이 끼어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는 지역 중소농가가 주축이 돼 쌓아 온 공공급식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향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음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가 2020년 관내 학교급식 공급업체로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하 음성살림)’과 ‘맹동농협’ 두 곳을 선정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음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는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음성살림으로부터 학교급식용 식재료를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음성군 학교급식 공급자에 맹동농협이 가세하면서, 음성살림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맹동농협은 로컬푸드 시장 확대를 위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학교급식 공급체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지역 농가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

더욱이 음성살림은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당시 음성농협과 금왕농협이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관내 중소농가들이 십시일반으로 자본금을 마련해 설립한 조직으로, 지역 중소농가들이 주체가 돼 어렵게 학교급식 공급체계를 마련해 놓자, 지역 농협이 로컬푸드 매출을 늘리려 숟가락을 얹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음성살림 관계자는 “처음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 때 음성농협과 금악농협이 물량도 적고 단가도 맞지 않는다고 해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음성살림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이제와 맹동농협이 공급자로 참여하는 것은, 조직과 자본력을 가진 농협이 지역 농산물 공급체계를 흩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학교급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음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탓도 크다. 공급자 선정 당시 지역 농산물 공급 활성화라는 원칙을 세우고, 지원 방안이나 품목 조정 등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공급자 자격 기준에 맞춰 업체 선정 작업만 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와 관련 음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목적을 보면 기존의 제한적 최저가입찰 방식으로는 지역산 친환경·우수 식재료의 학교급식 공급에 한계가 있고,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의 공공성 및 안정성 확보가 필요해서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지역 농산물 공급 체계에 대한 고민 없이 공급 업체만 늘려, 결과적으론 가격 경쟁을 초래한 것이다.  

음성살림 관계자는 “기존 공급 농가들이 있는데 맹동농협이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또 다른 농가들과 접촉하면서, 생산자간 갈등이 나타날 조짐도 있다”며 “공급자 선정 과정에서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공급하고 활성화 시킬 건지에 대한 기준과 방향 없이 무작정 두 군데를 뽑아 놓고, 경쟁하란 식은 지역 농산물을 육성하겠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급식은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공공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농민 주도로 조직을 만들고 공공급식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옥천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주교종 상임이사는 “공공급식은 공공의 영역으로 시장경제 논리만 따라가면 공공급식의 당초 취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지역 내 공공급식은 1차적으로 생산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큰 틀”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농민들은 계속 농사를 지으며 지역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가치관이 없으면 서로 경쟁해 문제만 생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규모화 돼 있는 농협은 상업성 있는 작물,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는 품목 위주로 접근하고, 지역에 있는 소농들은 생산자 주체의 법인체가 공공급식의 한 틀을 책임져 주는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건강한 지역농정의 발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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