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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 칼럼] 21대 총선, 농업계 ‘패싱’ 안된다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논설위원·농산전문기자]

올해 우리 농업·농촌과 관련이 깊은 선거가 2개나 있다. 1월31일 이성희 신임회장 당선으로  끝난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4월15일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즉 총선이다. 

총선을 두달여 앞둔 현재, 농업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우선 지난 4년간의 20대 국회가 너무나 많은 실망감을 안겨줘서다. 농수산물 수입개방 확대와 농수산물값 하락, 고령화, 가축질병 등 농업·농촌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해결의 지혜를 내놓기를 바랬지만 당리당략에 얽매이고 후순위 정책 배정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의 20대 총선공약 이행 평가점수는 낙제점이고, 농해수위 의원에 대한 농민단체 평가도 농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했다는 비율이 11.9%에 그쳤다. 

더욱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인재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농업계를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의당이 농민후보를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순위에 우선 배정하고, 민중당은 비례대표 후보로 농민을 2번에 배치했을 뿐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는 농업계 인사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농축산연합 등 농민단체들이 지난달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농업계 인사를 비례대표로 영입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음에도 이들 거대 정당들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0대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정치권의 ‘농업계 홀대’, ‘농업 패싱’이 제기되는 이유다 
농정공약 역시 한농연에 이어 농축산연합, 농단협 등 농민단체들의 요구안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나 정작 정치권의 공식적인 총선공약은 아직 전무하다. 이러다간 20대 총선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의 총선공약에 밀려 막판에 부실 공약, 선심성 공약, 재탕·삼탕 공약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치권이 지난 총선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시 정치권을 쳐다보고, 총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 너무나 크고, 중요해서다. 정부의 예산 심의 확정과 법률안 제·개정건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국회가 농업 예산 확보는 물론 농업·농촌·농민과 관련된 각종 제도들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 지역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데다 농업·농촌의 실상을 잘 알고 있어  실타래처럼 꼬인 농정 과제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농경연의 농업전망을 보면 2029년에 농가소득이 5000만원대까지 진입하지만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중은 올해 66%에서 61.9%까지 낮아진다. 이 기간 동안 실제 영농활동으로 얻는 농업소득 비중은 29%로 줄어든다. 농가인구는 2000만명대가 무너지고, 고령화율은 55.7%까지 높아진다. 지금도 어려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따라서 이러한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며 이를 대변하고 입법화할 수 있는 농업계 인사의 비례대표 공천은 중요하다 못해 필연적이다. 더욱이 비례대표 도입 취지가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고 배려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듯이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국가 기본산업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  공공성이 강하다. 지금이라도 여당과 제1야당은 오로지 농업과 농촌, 농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농업계 인사의 비례대표 공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농민들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 민족의 곳간을 지켜내고 있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정치권은 농민들의 신뢰를 다소나마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농업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총선공약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농민들도 이젠 냉철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총선이 되려면 농민 유권자의 자각이 절실하다. 여전한 홀대를 극복하고 정치권의 ‘농업 패싱’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시할 수 없는 농업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그래서 깨어있는 유권자로 거듭나야만 정치적 음지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이제 곧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과연 누가 농업·농촌을 보호하고 농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두 눈 부릅뜨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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