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로 인한 수입제품 입고 문제로 수입과 국내산 제품 단가 인상을 알리는 지역의 한 식자재매장 알림판.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주현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 속에 최근 농산물 소비와 시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치와 채소류 등 중국산 농식품 수입에 차질을 우려하며 먹거리 수급 불안을 제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산 농식품은 시세와 공급 모두 낮거나 안정적인 상황임을 강조하며, 그동안 원활한 물량 공급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중국산에 대한 수급 균열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국내산 채소 물량 공급 충분
가격도 평년 80~90% 선인데 
중국산 농식품 수입 차질로
먹거리 수급불안 제기 ‘눈살’

“중국산 김치 수입 중단으로 
국내산 단가 인상도 사실 아냐”

“가정용 넘어 외식·가공업체도
우리 채소 이용토록 유도해야”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몇몇 언론과 유통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로 밥상 물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중단되고, 채소류도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의 수입산이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 수입산을 취급하는 유통매장에선 ‘신종 코로나로 수입 제품 입고 지연 및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라거나 ‘제품 품질 및 단가 인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문구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산 제품까지 영향을 받아 단가가 인상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설 대목과 일부 작황 부진으로 인해 지난달 채소 물가가 상승한 것도, 최근 채소 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며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신선 채소가 전년 동월대비 15.9% 상승했다는 점을 알렸다. 그런데 이를 몇몇 언론에서 재가공하면서 마치 최근에 채소 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확대해석했다. 무엇보다 채소류 가격이 바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점도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앞으로도 채소류 가격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밥상 물가의 중심이 되는 국내산 농식품 상황은 이런 동향과는 다르다. 국내산 김치업계에선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고, 채소류 가격은 낮은 가격대를 보인다. 중국산 수입량 감소가 밥상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현재 채소 산지에선 가격 하락에 출하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곳도 많다. 실제 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채소계 표준지수는 평년 100p 대비 84.63, 10일엔 89.15으로 최근 채소 가격이 평년의 80~90% 선에 형성돼 있다. 더욱이 겨울 채소 주산지인 제주와 남부권에선 지난가을 태풍으로 재파종하거나 뒤늦게 정식한 물량이 이제야 본격 출하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물량 공급도 충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윤식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일부 중국산 수입 김치 감소로 국내산 단가까지 인상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중국산 김치와 달리 현재 국내 김치업체들의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충주의 채소 농가 권승환 씨는 “현재 채소 가격이 너무 좋지 못해 출하하지 못하고 폐기 처분해버렸다. 인건비도 건지지 못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산지와 국내산 업체들은 소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편향된 여론 형성을 경계하며, 이번 기회에 국내산 중심의 밥상 물가로 재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외식업체의 중국산을 주로 쓰는 이유가 물량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지만 언제든 중국산 수급도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치 제조업체 뜨레찬의 김광호 대표는 “중국산 김치 수입 여부가 국내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쳐서야 되겠느냐”며 “이번 기회에 국내산 김치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저온저장 설비 지원 등 김치 제조업체가 농산물 작황과 관계없이 원활히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은섭 당근전국연합 농업인대표(제주당근연합회장)는 “중국산 당근 수입량이 급감해 중국산 당근 시세가 급등하고 당근 수요 업체들의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지난해엔 검역본부로부터 주산지 지역(푸젠성) 중국산 당근 수입이 아예 금지되기도 했다. 더욱이 제주산 당근은 재파종 등으로 앞으로 물량이 터져 나와 당근 수급에 별문제는 없다”고 전제하며 “지난해 수입 금지, 올해 수입량 급감 등 이제 중국산 물량도 공급과 시세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예전엔 국내산 당근으로도 충분히 국내 수요를 맞추면서 시세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고, 지금도 국내산과 중국산 당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라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교훈 삼아 당근을 비롯한 국내산 채소를 가정용을 넘어 외식, 가공업체에서도 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주현주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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