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꽃시장의 최대 대목장인 졸업시즌이 도래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졸업식 축소 여파로 꽃시장이 얼어붙었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aT화훼공판장 경매 모습으로 이날 경매에선 유찰 우려 등으로 시장 반입량이 확연히 줄어들었음에도 꽃 시세는 바닥세를 면치 못했다.  김관태 기자

시장물량 반입 급감 속
경매시간 평년 절반 수준
장미·프리지어·튤립 등
절화품목 대부분 반등세 감감


“대목장인 요즘이라면 새벽 4~5시는 돼야 경매가 끝나는데, 새벽 2시 조금 넘어 마무리됐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물량이 없고 시세도 바닥이니 전혀 대목장 같지가 않네요.”

봄의 길목 입춘에 찾아온 한파가 절정을 이루던 지난 5일 자정, 대목장이었어야 할 서울 양재동 소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연중 꽃시장 최대 성수기인 2월 졸업 시즌이 도래했지만 이날 화훼공판장은 대목장 분위기가 좀체 느껴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 열리는 절화 경매의 두 번째 경매일이었던 5일 경매에선 무엇보다 확연히 줄어든 물량이 눈에 띄었다. 화훼 유통인들에 따르면 졸업 대목장 절화 경매는 보통 4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이날 자정에 진행된 경매는 시장 반입물량 급감 속에 새벽 2시 조금 넘어 마무리됐다. 이 주 첫 경매일이었던 지난 3일 경매에서 매기가 없어 유찰이 상당히 이뤄졌고, 시세도 바닥세를 보이면서 산지에서 시장 출하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날 경매를 진행한 aT화훼사업센터 박주상 경매사는 “2월 들어 본격적인 대목장에 진입해 월요일 경매엔 산지에서 기대 심리로 물량을 많이 보냈는데 2만6000단이나 유찰이 됐고, 경매된 물량도 가격이 형편없이 나왔다”며 “그러자 5일 경매엔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어 평년 경매 시간의 절반밖에 경매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상순 평균가격이 속당 6606원이었던 장미 비탈 도매가는 이날 2656원으로 내려앉았다. 장미 말고도 프리지어, 튤립, 안개 등 대부분의 절화 품목 가격대가 바닥세를 보였다.

박 경매사는 “월요일에 유찰이 많았고, 가격도 바닥세여서 산지에서 어쩔 수 없이 출하 조절을 할 수밖에 없어 물량이 급감했다”며 “이에 시세는 월요일 장보다는 조금 올라섰지만 2월 대목장에 비하면 형편없는 가격대로, 가장 비수기라는 여름철보다도 시세가 나오지 않았다. 20년 경매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꽃을 1차적으로 구매해 분산해야 할 매매참가인 표정도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경매 시간이 지나며 경매장 곳곳 빈자리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고, 경매 응찰기에 손을 얹고 있을 뿐 관망하는 분위기도 자주 연출됐다.

매참인 이두성 씨는 “지난해 이맘때 가격의 3분의 1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졸업식이 안 열리거나 대폭 축소돼 버리니 소비가 안 되고, 당연히 중도매인들도 재고 부담으로 구매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화훼업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질식 지경”이라고 답답해했다.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시장에선 선별과 상품성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상품성마저 무너지면 가격은 지금보다도 더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상 경매사는 “산지가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농가에 중하품은 보내주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며 “상등품 위주의 물량이 유지돼야 그나마 시세가 더 떨어지지 않고, 소비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