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이론시험 출제문항 상당수
80~90년대 쌀산업 기술 물어
“시대에 맞는 자격증 의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민간 자격으로 신설한 양곡관리사에 대한 졸속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쌀의 품질고급화 기반을 마련하고 농식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자격제도 도입 취지에도 어긋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1회 양곡관리사 자격시험이 지난해 12월 21일 830여명이 응시한 가운데 1차 시험이 치러졌다. 최근 1차 시험합격자 발표에서 응시자 중 절반가량이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들은 오는 3월 21일 양곡실무와 품질평가 등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4월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곡 수확 후 관리와 관련법령 등 1차 이론시험 응시자들이 출제 문항은 물론 자격제도 자체를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험문항들이 80~90년대 수준의 쌀산업 기술을 묻는 질문이 상당수라는 것. 자격시험에 응시한 양곡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양곡관리사가 수확 후 저장과 품질 관리에 대한 자격인데 시험문항들은 검사방법, 도정기계 기술적 사항 등이 많았고 해충인 나방 명칭을 묻는 문항도 있었다”며 “양곡업 평생 경험으로 응시해 본 결과 과거 80년대 수준의 낙후된 기술시험을 보는 듯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응시자는 “요즘 육안으로 품종을 선별하는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데 요즘 어디에서 육안으로 품종을 선별하느냐”며 “RPC들은 품질선별 장비를 갖춰 등급을 관리하고 유전자 분석으로 품종을 판별하는 시대에 맞는 자격시험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도입 당시 양곡관리사를 정부양곡 관리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자리 창출을 염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격제도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 실제 이번 1회 양곡관리사 시험에 정부양곡 저장업 관계자, RPC 사업자 등이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 한 RPC 관계자는 “양곡관리사를 신규 채용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양곡창고 운영자와 RPC 관계자들이 시험에 응시했다”며 “양곡관리사가 쌀산업에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이라고 현장 상황을 대변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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