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이장이 직접 독려해 걷거나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마을기금서 공동 납부 여전

기부 아닌 ‘의무 납부’ 오인
낙후지역·고령층일수록
인구대비 회비 납부율 높아

일부 농촌지역에서 대한적십자사 회비(이하 적십자회비)를 마을 이장이 직접 독려해 걷거나,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마을기금에서 공동납부하는 형태로 모금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의 농촌 주민들의 경우 여전히 적십자회비를 자율적인 기부가 아니라 의무 납부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낙후된 지역이거나 고령층일수록 인구 대비 회비 납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재난구호사업, 공공의료사업, 교육사업, 혈액사업, 남북교류사업 등을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재원 마련을 위해 행정안전부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 받아 만 25세 이상부터 75세 미만 세대주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지로용지를 발송,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납부권장금액은 2019년 4월 현재 세대주는 1만원, 개인사업자는 3만원, 법인은 1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지로용지를 전기세나 수도세같은 세금고지서로 착각해 오인 납부하는 사례가 많아 지로용지방식의 모금활동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8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8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지로를 통한 일반회비 수입은 446억원으로, 전체 적십자회비 수입 722억원 중 61.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별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율을 보면, 2017년 기준 20대 참여율은 2%에 그친 반면 60대 이상 참여율은 26.8%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별 납부율과 지역낙후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가 –0.563으로 나타나 낙후된 지역일수록 적십자회비 납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을기금 등을 활용한 공동납부 비율도 시 지역은 3.3%인데 반해 군지역은 31.5%로 시 지역보다 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횡성군의 한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의 경우 개별 고지서를 일괄로 받아 그 중에 1/2 정도만 골라서 마을회비로 내고 있다”면서 “재정상 다 내줄 수는 없는 형편인데, 그렇다고 정부에서 하는 일이고 관례처럼 이어온 일을 갑자기 중단할 수도 없어서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주시의 또 다른 이장은 “3년 전까지 우리 마을도 마을 대동계 기금으로 일괄 납부해 오다 마을기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자율 납부인데 불합리한 것 같아 마을회의를 통해 개별 납부로 바꿨다”면서 “농촌에서 관행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가 마을 총회 등에서 총대를 메고 말을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예산정책처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적십자회비 모금의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세금 고지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취약계층을 포함한 일괄적인 지로용지 발송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 대한 자율 납부율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오는 2023년부터 기존 개인세대주를 대상으로 하는 지로용지모금 방식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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