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두 달도 남지 않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고 농가들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본보가 인터뷰한 농가들 중 상당수는 경종농가를 비롯한 국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이 같은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가들이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 시행이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은 정부 내에서도 일부 공감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할 경우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그 기간 동안 퇴비화 시설 마련,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일단 시행해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가들이 제도 시행에 맞춰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제도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은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돌이켜보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2014년 3월 개정됐고 2015년 3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 시행 후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2018년 7월에서야 관련 고시를 신설했고 제도 시행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지난해 11월부터 교육 및 홍보 등을 시작했다. 농가들이 퇴비사를 충분히 확보하려면 가축분뇨처리시설의 증·개축 등을 막는 지자체 조례 개정도 필요하지만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고작 두 달 앞둔 1월 10일 지자체에 해당 공문을 보냈다. 조례 개정 일정 등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조례가 제도 시행에 맞춰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정부의 뒤늦은 준비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들의 몫이 됐다.

농가들과 축산단체들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의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제도 시행을 늦추려는 의도가 아니다. “농가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박태순 한농연청주시연합회장의 말처럼 농장을 비롯한 현장에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만큼 문제점을 함께 확인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한 후 시작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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