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농촌개발정책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농촌다운 개발 통해 인구유지
삶의 질 향상 등 목적과 달리
천편일률적 사업 계획서에

시설·토목위주 하드웨어 치중

농촌 지역 곳곳에서는 농촌중심지 활성화, 기초생활거점 같은 수많은 농촌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농촌개발사업인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2019년 기준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연간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농촌개발 정책은 인구 과소화, 활력 저하라는 악순환에 처한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잘 되는 사례도 있지만, 곳곳에서 주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획일성, 사업 중복과 예산 낭비가 지적된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의 소득과 기초생활 수준을 높이고, 농촌다운 개발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고 특화발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시설과 토목 위주의 하드웨어 사업으로 오해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도로, 마을 안길, 가로 정비, 운동시설, 건강관리실, 마을회관, 쉼터, 정자, 다목적회관, 직판장, 체험장, 마을안내판, 도농교류센터, 방문객센터 등이다.

국가가 주민주도 상향식으로 농촌개발을 추진하는 목적은 농촌사회 유지 발전을 위한 농촌주민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 스스로 내생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행정과 농어촌공사, 컨설팅업체, 소수 지역리더의 주도하에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 농촌개발사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업 공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사업을 위탁받은 농어촌공사와 컨설팅업체들은 타 지역을 참고해 천편일률적인 사업계획과 보고서를 내어 시설 토목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런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전국에 ‘똑같은 마을’을 양산하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거액의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시설물들은 운영을 못해 곳곳에서 방치되기도 한다. 많은 예산이 시설, 토목과 컨설팅업체에 돌아가지만, 이들이 떠난 자리엔 주민들이 이를 운영하는 부담이 남는다. 사업 과정에서 마을간, 주민 간,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도 다반사다.

농촌개발사업의 성과가 주민들과 지역에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 방식과 추진체계를 주민 주도와 협치 방식으로 개혁해야 하지만, 정책은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오랜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간 40주년 특별기획 2020 ‘성찰과 대안’은 농촌개발 정책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농촌의 희망이 될지 2회에 걸쳐 진단한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