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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사는법] 하늘이 바뀌었다

[한국농어민신문]

시기로 보면 한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정말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해마다 한 두 차례는 흰 눈이 들판을 뒤덮었다. 헌데 이번 겨울에는 포슬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1월 1일을 맞으며 좀 추워지나 싶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새벽녘에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이 떨어지지 않다 보니 소복하게 내릴  눈이  비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따스한 겨울 아닌 겨울을 나고 있는데 면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새해농업인실용화교육’에 참석하라는 안내였다. 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되니 마을 어르신들을 모두 모시고 나오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교육일이 되어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면에 나갔다.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면서도 ‘눈이 와야 할 텐데, 눈 보기가 힘들다’며 올해 농사에 대한 우려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영농교육은 간단한 개회식에 이어 친환경 식량작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강사로 오신 기술센터 지도사님은 물이 조금 든 병을 가지고 나와 물을 다 마시고는 뚜껑을 닫아 한 손에 들었다. 그런 다음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동전을 물병에 넣는 마술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갑자기 웬 마술쇼인가 싶었다. 그런 의아한 눈빛을 알아챈 듯, 이 마술처럼 요 몇 년 사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자주 겪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본디 농사는 기상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농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어 대처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여년 간 농업 관련 분야에 종사해 온 본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50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온 분들이 ‘자기 생에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늘이 바뀌었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이어 하늘이 바뀌었으니 농사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먼저 최근 몇 년간 나타난 기상이변현상을 정리해 주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겨울철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추세이고, 기온이 올라야 하는 늦봄과 여름 사이에는 오히려 저온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또, 장마철이 끝나고 나면 쨍쨍한 무더위가 위세를 떨쳐야 하는데 다습한 날들이 계속되어 일조량이 부족하고, 연이어 찾아오는 태풍으로 작물이 결실을 맺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외에도 올해는 해가 잘 비치고 온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해충에 의한 피해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상이변에 대응하여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모내기 준비단계에서부터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볍씨를 소독하여 파종하고 모내기를 하는 시기에 저온현상이 발생하면 종자 소독의 효과가 떨어져 키다리병과 입고병 포자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수확철에 피해를 입힌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볍씨를 소독할 때 먼저 볍씨를 넣고 물을 붓는데, 이런 경우 소독액의 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워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단다. 따라서 소독할 물을 먼저 받아 놓은 다음 볍씨를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먹노린재가 친환경 단지를 중심으로 극성을 부렸다. 따뜻한 겨울 동안 산기슭의 낙엽이나 잡초 속에서 월동하던 먹노린재 유충들이 6월경 논으로 내려와 벼의 줄기나 잎을 흡즙하고 나면 벼 자체가 말라 죽어 회복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성충이 알을 까고 번식하기 전 예찰을 통해 방제를 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먹노린재가 먹고 난 벼 줄기와 이후 말라버린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단지에서 제초를 위해 논에 넣고 있는 왕우렁이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남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왕우렁이는 겨울이 되면 땅 속에서 얼어 죽지만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해 봄까지 살아남아 생태계를 교란 시키고 있으며, 어린 모들까지 먹어 치우는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왕우렁이가 제초 작업을 마치는 ‘물떼기’ 시기가 되면 반드시 왕우렁이를 수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거기다 태풍은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병해충과 도복에 강한 품종을 몇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농사 전체가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영농교육은 지난 몇 년간의 기상이변현상들을 살펴보며 어떻게 올해 농사를 준비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교육시간 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과연 이러한 대응방식으로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었다. 교육내용은 기후변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대안을 찾기보다는 여전히 농작물의 생산량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생태계는 얼마 가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거라는 기후과학자들의 엄중한 경고가 아니더라도 농민들은 이미 하늘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처럼 증산을 위한 농사법이 아닌 하늘에 맞춘 농사법과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고 농민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지만, 언제까지 바뀐 하늘을 손등으로 가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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