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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검정 수입 중고농기계, 농민 피해 키울라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설 명절이 끝났다. 농기계 대리점들이 분주히 움직일 때라는 신호다. 봄철 영농시기를 앞두고 농기계업체들은 대리점과 함께 신제품 전국 순회 연전시회를 열고, 겨우내 찬바람을 맞았던 농기계 점검에 나선다.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활동을 위한 서비스들이다. 농업인도 연전시회장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농기계를 둘러보는가 하면, 창고에 있던 농기계를 꺼내 하나하나 살펴본다. 농업인에게도 설 명절이 끝난 지금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맘때면 늘 걸림돌이 나타난다. 수입 중고농기계다. 정확히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검정받지 않은 수입 중고농기계다.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산 중고농기계는 반드시 검정을 받아야 한다. 검정을 받지 않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기계를 판매·유통해선 안된다.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외국산 중고농기계의 의무 검정을 규정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 중고농기계의 검정실적이 없다면, 그런데 농촌 현장에 수입 중고농기계가 있다면, 검정을 피한 농기계로 볼 수밖에 없다.

전북의 한 지역대리점 대표는 “정당한 절차없이 불법 수입된 중고농기계가 이 지역 농기계의 30%를 차지한다”며 “일본산 트랙터는 물론 중국산·태국산 콩·보리용 콤바인까지도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농기계는 배출가스 규제기준을 강화한 티어4(Tier4)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중고농기계는 대부분 티어3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미검정’은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티어3 엔진’은 ‘대기환경보전법’에 각각 위배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싼값’만을 내세워 농업인들을 현혹하고, 연초 농기계시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검정 농기계의 피해자가 결국 농업인이라는 점이다. 수입 중고농기계는 고장이 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적정 부품을 구할 수 없는데다, 정식으로 수입된 농기계가 아니다보니 수리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어렵다. 미검정 수입산 중고농기계를 판매한 유통인은 나몰라라 한다.

또다른 대리점 대표는 “수입 중고농기계 유통인들은 연식을 감추고, 성능을 속이고, 서비스도 등한시하기 때문에 농업인들은 농사는 농사대로 망치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비판하면서,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건의를 했는데, 돌아온 답은 물증을 직접 가져오라는 식이어서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미검정 수입 중고농기계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현장에서는 수입 중고농기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형은 일본산이, 중소형은 중국산과 태국산이 중고 농기계시장을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외국산 중고농기계의 정확한 전수조사와 함께, 미검정 수입 중고농기계 관리체계를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년째 요구사항이다. 남이 쓰다 버린 질 나쁜 농기계 하나로 1년 농사를 망치게 놔둬서는 안될 일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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