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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조례 개정·농가 교육·홍보 등 필요···최대 3년까지 유예해야”<하>전문가 의견과 축산농가 요구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3월 25일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법과 충돌되는 지자체 조례 개정, 분석 정확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퇴비 부숙도 측정기에 대한 충분한 근거 제시, 충분한 교육과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한 축산과 경축순환농업 구축을 위해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뇨처리시설의 증·개축
전국 27개 지자체서 제한
불합리한 조례 조정 서둘러야

콤백·솔비타 분석 정확도
정부가 충분한 근거 제시해야

경축순환농업 구축 위해
가축분뇨 처리 로드맵 만들고
농가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이명규 상지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퇴비 부숙도 검사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구축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현행 건축법 시행령 제15조 5항에 따르면 연면적 100㎡ 이상인 가축분뇨처리용 비닐하우스 또는 천막 구조 건축물은 가설건축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시군은 조례를 통해 농장 내 가설건축물 형태의 퇴비사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또 한우자조금사무국이 안희권 충남대 교수에게 의뢰한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무허가 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에서 가축사육제한구역 내에서는 배출시설(축사)만 제한되며 가축분뇨처리시설은 신축·증축·개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를 통해 분뇨처리시설의 증·개축을 제한하고 있다. 전면 제한된 지자체는 9곳, 부분제한 지자체는 18곳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례 때문에 농가들이 퇴비사 증축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안희권 충남대 교수는 “지방 조례로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개축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불합리한 조례를 일괄 조정해 퇴비사를 개조·개선하고자 하는 농가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창식 강원대학교 동물산업융합학과 교수는 “조례를 통해 농장 내부 또는 외부에 지은 퇴비사를 가설건축물로 인정해준다면 제도 시행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경부가 지자체의 조례를 조사·검토 후 이 같은 사항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비 부숙도 측정기의 정확도를 확인하라=분석 정확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콤백(CoMMe-100)과 솔비타(Solvita)의 분석 정확도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규 교수는 “퇴비에서 가스가 나오지 않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콤백과 솔비타는 퇴비에서 가스가 분출되지 않으면 부숙이 완료됐다고 인식하는 기계”라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부숙이 잘 됐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솔비타와 콤백을 통해 분뇨의 악취 정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부숙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부는 솔비타와 콤백의 측정결과가 종자발아법 등의 다른 분석 결과와 같은 지 비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로드맵 구축하자=전문가들은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경축순환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명규 교수는 “퇴비 부숙도는 경축순환까지 연결된다. 즉, 가축분뇨를 퇴비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만들어진 상품이 경종농가들이 사용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퇴비 품질 인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이것이 경축순환으로 정부는 경축순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가축분뇨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계획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 이명규 교수는 “농장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를 공동자원화센터 같은 업체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양측이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를 연결해줘야 하는 곳이 지자체”라며 “지자체는 지역에서 나오는 가축분뇨의 양과 업체들의 처리 능력, 남는 분뇨에 대한 처리방안 등이 담긴 가축분뇨처리 계획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농가 교육과 지원·홍보를 해야 한다=라창식 교수는 “퇴비 부숙도에 대한 홍보와 농가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농가 입장에선 막막할 수 있다”며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장비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농가 대상 교육은 일회성이 아닌 오랜 시간 충분히 교육을 실시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리고 해당 교육을 이수한 농가에게 친환경인증자격을 부여해 농가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며 “농가들이 오염 주체가 아닌 가축분뇨 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로 인지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희권 교수도 보고서를 통해 “농가들에게 올바른 교반전략을 소개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퇴비 부숙도 검사기관과 시료채취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노력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제도 시행의 유예가 필요하다=전문가들과 축산단체에서는 법과 충돌되는 조례 개정, 농가 교육과 홍보 등을 추진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최대 3년까지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농가들은 퇴비사를 짓고 싶어도 건폐율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가들은 아직 이 제도를 받아드릴 상황이 아닌 만큼 충분히 교육하고 준비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규 교수도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축산단체들이 유예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 현장 인터뷰/한우농가, 박태순 한농연청주시연합회장
“관련 교육도 피부 와 닿는 지원도 없어”

단순 제도 시행 유예 아닌
준비할 수 있는 여건 마련해야

청주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박태순 한농연청주시연합회장은 지난달 16일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관련 “제도 시행이 코앞인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시행한다고 하지만 퇴비 부숙도 관련 교육(1월 16일 기준)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이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라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박 회장은 “제도 시행에 맞추려면 지금보다 퇴비사를 증축해야 하고 우사에 깔 톱밥도 더 필요하다”며 “여름엔 톱밥 수요가 늘어나는데 과연 톱밥 수급이 원활하게 될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그는 또 “퇴비 부숙도를 시행하려면 장비 지원과 조례 개정 등이 필요하지만 농가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은 없다”며 “농가 입장에선 정부가 규제만 한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홍보 방식에 대해서도 박태순 회장은 “정부는 퇴비 부숙도 관련 홍보 영상과 매뉴얼 등을 배포했다고 하지만 아직 농가들에겐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지시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순 회장은 농가들이 바라는 점으로 정부가 충분히 지원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제도 시행의 유예가 문제가 아니다. 농가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환경부가 규제만 하지 말고 대책도 함께 세운 후에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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