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쌀, 콩, 잡곡 등 양곡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곡표시제 이행률이 97.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지난해 12월 말 발표됐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사)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동안 양곡가공업체, 대형마트와 도소매상 등을 대상으로 3만3055건을 조사한 결과 3만2320건이 표시돼 97.8%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어 양곡표시제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이행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유통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자체 평가도 내렸다.

양곡표시제는 구매자에게 품질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미곡·두류·잡곡·서류(고구마, 감자) 등 모든 양곡에 대해 품목, 중량, 생산자 정보, 원산지 등 기본정보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쌀의 경우 품종과 생산연도, 도정일자도 표시해야 하고, 지난 2018년 10월부터 멥쌀에 대해 등급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양곡표시제가 강화돼 왔다.

이에 따라 멥쌀 7042건에 대한 조사 결과 등급표시율이 96.5%로 조사됐으며, 세부적으로 보면 특·상·보통 등급 표시 88%, 등외 등급 표시 4.6%, 미검사 또는 미표시 5.9% 등이었다. 이와 함께 쌀 단일품종 표시율도 36.6%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전에 논란이 불거졌던 쌀의 단백질 함량은 임의표시로 양곡가공업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양곡표시제가 소비자에게 품질정보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양곡표시제가 건전한 양곡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에 대한 품질정보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양곡표시제 이행률이 높다는 것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인 가구 급증과 양곡 소비 감소, 소비자 수요 다양화와 소포장화 등 소비패턴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곡표시제가 소비자 눈높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개선할지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멥쌀 등급표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상·보통·등외 등급으로 규정돼 있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이 같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외관 품질, 식미, 찰기 정도, 안전성 등 소비자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품질요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쌀을 구매할 때 양곡표시제를 참고하겠지만, 이보다는 먹어본 경험을 되살리거나 고향에서 생산된 쌀을 재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따라서 양곡표시제가 정착됐다면 소비자가 진정 궁금해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품질과 등급정보를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표시방법 또한 현행 깨알 같은 작은 글자의 딱딱한 ‘표’ 방식보다는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개선도 필요하다. 행정기관의 시각이 아닌 제도의 수요자 입장에서 고민하며 양곡표시제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병성 기자  농정팀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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