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2008년 기점 저성장시대 돌입
불평등 심화, 전 세계적인 현상
중국 경제 의존도 줄이면서
아세안·신남방 국가 개척해야

‘돈돈돈’ 하는 유일한 선진국
불안감, 비관론 빠지지 말고
삶의 질, 환경, 건강, 공정 등
더 중요한 가치 추구해야

지난해 미중 패권전쟁으로 한국경제 성장률은 1.9~2.1%에 그쳤다. 또 60년간 잘 지냈던 일본이 수출보복이라는 칼을 들이댔다. 보통 50~60년 사이에 경험하지 못했던 더블펀치가 일어났다. 이 속에서 한국의 갈등 구조도 더욱 첨예화됐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느냐. 어디로 가야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크다. 몇가지 방향을 말씀드리겠다.

첫째,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은 한계에 왔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지난 5000년간의 세계경제를 보면 고성장을 구가한 때가 딱 두 번 있었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와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이후이다. 이같은 고도성장기는 2008년을 기점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물론,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해 인류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대단히 불확실하다.

둘째, 내수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만 추진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정부 때 주택경기 부양도 어떻게든 내수를 살리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수주도 성장으로 해석하면 반드시 가야할 성장정책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셋째. 격차의 해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은 미국사회에 만연한 ‘격차’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의 러스트벨트와 같은 중부지역의 제조업이 몰락,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는데, 이 틈바구니에서 트럼프가 ‘중국을 박살내겠다, 자유무역 안하고 보호무역 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정권을 탈환했다. 이건 전 세계적인 문제다. 소득분배가 균등했던 EU마저도 불평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 격차를 두고는 미래가 없다. 

넷째. 그렇다고, 내수주도 성장을 추진하면서 불평등, 격차 완화만 하면 되느냐? 아니다. 수출주도 성장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수출주도 성장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타깃 국가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이었다. 20년간 중국을 가지고 먹고 살았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27%, 홍콩과 대만 경유를 포함하면 30%에 달한다.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우리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 구조는 지속불가능하다. 이제는 중국에 대한 과다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면서 21세기 세계경제 성장엔진인 아세안과 인도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위기일지 몰라도 지경학적으로는 기회의 땅이다. 아세안 국가, 신남방 국가와의 협력으로 21세기, 22세기 번영을 우리의 것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블루오션이 북한이다. 70년간의 냉전구조가 한 두해 만에 평화구조로 바뀔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서서히 바뀔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70년간 해양만 바라보고 있었던 국가에서 드디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구조로 바뀌는 거다. 이러한 교량국가로서 거듭나는데 있어서 북한을 포용하고 북한과 함께 혁신하면 더욱 더 번영하는 국가가 된다. 이런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개발한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개종과 같은 변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종교관을 바꾸는 것처럼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 무엇을 개종해야 하냐면 성장이라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지나친 성장의 광기는 한국을 오히려 헤친다. 성장 지상주의로부터 탈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성장보다 격차와 불평등 해소이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환경이다. 그래서 농정도 이제는 성장, 개발, 생산성 보다는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처럼 환경, 환경주의 쪽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또 하나는 이렇게 구조적인 대전환기가 되면 사람들은 굉장히 불안해한다. 그러나 과도한 비관론은 그 국가를 불행하게 한다. 전형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경제구조가 저성장에 들어갔을 때, 너무 과도한 비관론에 빠졌다. 잃어버린 10년, 20년이라는 이야기를 20년간 들었다. 자기 스스로 ‘잃어버렸다’고 규정하면서 일본은 망하게 됐다고 본다.

한국도 과도한 비관론에 빠져선 안된다. 그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갑자기 2만불, 3만불 경제로 성장하다보니,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걸 불안해하지 않고 긍정하면 선진국 경제처럼 우리도 1~2%대로 안착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30년 후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불, 6만불이 된다. 과거 10% 성장 패러다임에 갇히면 안된다. 2%가 정상이다.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 여기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게 뼛속까지 스며든 물질주의, 개발주의다. 전 세계적으로 ‘돈돈돈’ 하는 유일한 선진국이 대한민국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성장보다 더 중요한 가치관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인 갭을 불식시키면서 삶의 질, 환경, 건강, 안전, 공정 등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한국사회는 대 전환기에 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이 속에서 과다한 불안감, 비관론에 빠지지 말고,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국가의 틀, 한국사회의 틀을 바꿔야 한다.

정리=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