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폭설에도 안전하게 포도 생산 가능”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원예작물 비가림 시설 
관행적 설치 벗어나
새로운 모델 개발
기둥·서까래 설치간격 등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정

포도 크기별 지붕폭 다르게
설치비용 기존보다 낮지만
더 튼튼…주산지 바로 적용

농촌진흥청이 포도 비가림 시설의 구조설계기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근거로 기상재해에 강한 비가림 시설 모델 3종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구조설계기준 없이 관행적으로 설치해온 과수 비가림 시설의 경우 2018년 3월, 대구·경북지역에 내린 폭설로 107.2ha나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모델개발에 공동연구팀으로 참여했고, 시설하우스 구조설계 전문가인 이종원 한국농수산대학 원예환경시스템학과 교수를 만났다. 원예작물 비가림 시설의 문제점과 새로운 모델의 특징 등에 대해 들었다.

- 비가림 시설이란?
“포도나 고추 같은 작물이 생육과정에 비를 맞으면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열과가 발생해 수확량 및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이에 빗방울이 작물에 닿지 않도록 우산 모양의 철재 시설을 설치하고, 비닐을 씌워서 재배하는 방식이 비가림 시설재배다. 잎과 과실이 비에 젖지 않기 때문에 고추나 배추 같은 경우 탄저병을 비롯한 병 발생이 줄어들고, 농약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포도와 같은 과수는 당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최근 비가림 시설을 하는 작목과 면적이 늘고 있다.”

-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 이유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폭설, 강풍 등 기상변동의 폭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지고 있고, 기상재해는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 또한 온실의 경우 풍력계수를 적용해 바람이 불었을 때 하우스 내외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노지작물 비가림 시설의 경우 간단한 구조이면서, 구조설계기준 등에 대한 과학적 검토 없이 관행적으로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왔다. 폭설이 내렸을 때 하중변화나 바람이 불었을 때 어디서, 어떻게 힘을 받는지 등에 대한 분포도가 없었고, 2018년 3월 대구경북지역에 내린 폭설로 포도 비가림 시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에 풍동실험과 전산유체역학 분석기법을 이용해 포도의 비가림 시설 지붕면에 닿는 바람의 세기와 작용방향 등을 분석하고 기상재해에 강한 비가림 시설 모델 3종을 개발하게 됐다.”

- 새로운 모델의 장점은?
“강풍, 폭설에도 보다 안전하게 포도를 생산할 수 있고, 기존 모델보다 고온에도 유리해 포도의 수량과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포도 주산지 농가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으며, 대립계(거봉포도), 중·소립계(캠벨어리) 등 포도의 크기 별로 지붕의 폭이 2.4m, 2.7m, 3m인 3개의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터널 모양의 건물 안에 모형을 설치하고 인위적으로 바람을 발생시킨 후 영향을 조사하는 풍동실험, 건물 주변 유체의 압력, 온도 등의 변화를 분석하는 전산유체역학기법을 이용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개발된 모델들은 수관높이(나무높이)는 1.8m가 기준인데 1.6~2m까지 조정해서 시공하는 게 가능하다. 동과 동의 간격은 30㎝이다. 또한 나무꼭대기에서 지붕사이의 간격인 중방의 간격을 40㎝로 관행보다 10㎝를 넓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설의 기둥, 서까래 등의 규격과 설치간격을 정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내재해 설계기준에 맞춰 풍속은 초당 36~42m, 설계 적설심(눈의 깊이)는 40~50㎝에 맞췄다. 3개 모델은 보급형으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시설보다 더욱 튼튼하면서 설치비용은 좀 더 저렴하게 설계가 됐으며, 김천, 영천, 천안 등지의 포도 주산지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주산지가 아닌 곳은 3개 모델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기상상황에 맞춰 응용해서 설계하면 된다.”

- 향후 계획은?
“비가림 재배가 온실재배에 비해서는 설치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생산성은 높아지니까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고추의 경우 탄저병을 비롯한 병해충 발생이 줄고, 배추는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재해형 비가림 시설 규격 등의 기준이 없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농업을 비롯해 4차 산업에 대응하고, 미래농업을 대비하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비가림 시설 모델처럼 농가 활용도가 높고 농업 생산성과 직결된 기반연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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