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 안동공판장 경매대기 장면, 사과 경매 결과. 출처=경북 의성 이모씨 페이스북

#사례1=“아침 8시에 안동농협공판장 도착해서 63번 표 들고 지금껏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55번 작업 중이고 대기번호가 311번입니다. 311번은 이틀 뒤에나 작업 들어가겠지요. 밥 사먹고 여관에서 자면서 이틀을 기다려서 말입니다. 농정관계자님요 이래도 스마트팜입니까? 스마트유통은 왜 신경을 안쓰십니까?”

이 글은 경북 의성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이모씨가 1월8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기약 없이 선별작업을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함을 하소연한 것이다. 이런 답답한 과정을 거쳐 경매된 가격은 얼마나 나왔을까? 20kg 콘티상자 하나에 최저가가 3만9500원, 최고가는 6만9600원.

#사례2=경북 문경에서 하늘농장 사과 과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 그는 페이스북 친구가 4700명을 넘는다. 도매시장 출하는 한 상자도 하지 않는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100% 직거래를 한다.

그가 파는 사과는 꽤나 비싸다. 5kg 선물용 한 박스가 5만5000원, 가정용이 3만4000원이다. 시장에는 출하조차 할 수 없는 흠집사과, 일명 비품도 10kg 한 상자에 4만2000원을 받는다.

도매시장 출하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가격이다.

 

경북 의성군 이모씨가 안동공판장에 출하한 8일, 서울 가락동도매시장 사과 경락가는 5kg 한 상자 1만원대가 태반이었다. 10kg 상자도 2만원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늘농장 박씨와 같은 사례는 많다. 경남 거창 따세기 농장주 김모씨는 페이스북에 “아침부터 통영, 산청을 배달하고 택배 배송까지. 요즘 열일 중입니다”고 썼다.

충북 괴산의 가을농장 대표 박모씨도 “선물세트 택배작업 때문에 읍내식당에서 차려주는 밥상을 먹습니다. 하루 두 끼 먹기도 버거워요. 그래도 고맙고 감사합니다”고 썼다.

경남 거창 덕이자연농원 강모씨는 “이번 주 계속 택배작업. 힘들어도 잼납니다”고 글을 올렸고 배즙과 도라지즙을 판매하는 김모씨는 “밀려드는 택배로 너무도 바쁩니다”고 썼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밴드를 통해 직거래를 하는 농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제값에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충북 단양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조모씨는 “30% 직거래를 하고 나머지는 도매시장 출하를 한다. 핸드폰 사용법을 몰라 주저했었다. 올 겨울에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꼭 배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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