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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스며든 우리 품종 이야기 <4>신동진수량·품질 동시에 향상…비료 사용량도 적어 생산비 ‘뚝’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신동진벼’ 품종을 개발한 김보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이 벼 신품종 전시재배 포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신동진벼 생육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300여개 달하는 벼 품종 중
최근 2년 재배량 가장 많아
지난해 점유율 18.5% 달해

9년간의 연구 끝 1999년 첫선
질소 이용율 높고 병해충 강해
친환경 쌀 재배에도 적합

교육·밥맛 검정·시식회 등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농협·RPC 적극 참여도 한몫
㏊당 순수익 증대 ‘222만원’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의 주식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매일 먹는 밥을 질리지 않게 하는 것은 밥의 맛이다. 그리고 밥의 맛은 원재료인 쌀의 품질이 좌우한다. 어떤 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밥맛이 크게 달라진다. 현재 외래 품종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 중 국가품종 목록에 등재된 벼는 300여개에 달한다. 이중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 쌀 품종은 ‘신동진’이다. 재배면적 비율도 2018년에 17.0%에서 2019년에는 18.5%까지 늘었다. 그만큼 농민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는 곧 다른 쌀 품종보다 소득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품질과 수량’ 벼 육종의 대전환

1990년 이전까지 벼의 육종 방향은 자포니카 품종의 수량 증대였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외관 품위와 밥맛을 향상시키는 것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수량이 많으면 쌀의 외관 품위가 떨어지고 쌀알의 등숙 및 균일도가 불량해 밥맛이 떨어지며, 병해충 저항성이 약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신품종 개발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2년 당시 농촌진흥청 호남농업시험장(현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양질 내병성인 ‘화영벼’와 다수성인 ‘YR13604ACP22’ 계통을 교배해 ‘HR14018’ 교배번호를 부여받은 계통의 육성이 시작됐고, 이후 초다수성 계통 선발육성(1994년~1995년) 등의 과정과 생산력검증(1997년~1998년)을 실시해 중만생종으로, 다수성이며 양질인 ‘HR14018’ 계통에 대해 ‘익산 438호’라는 계통명을 부여하게 된다. 이후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간 지역적응시험을 실시한 결과, 초기 신장성과 숙색이 양호하면서 중대립종으로 높은 수량을 나타내는 계통으로 그 우수성이 인정되면서 1999년 12월에 있었던 농촌진흥청 직무육성 품종선정위원회에서 ‘신동진벼’로 명명하게 된다. 이로써 ‘신동진벼’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사실상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연구가 이뤄졌으니 9년간의 긴 연구 끝에 ‘신동진벼’가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만큼 ‘신동진벼’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수량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킨 새로운 형태의 벼이기 때문이다. 실제 심근성, 즉 심층 뿌리분포량이 ‘동진벼’보다 39%나 많은 15.9g에 1차 지경수도 ‘동진벼’ 보다 3개 많은 12개에 달한다. 등숙을 좌우하는 대유관속수도 ‘동진벼’보다 4개나 많은 13개이다. 한마디로 그때 당시 최고의 품종이다.

육종의 대전환 못지않게 쌀 유통체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개발 당시만해도 충남과 전라도쌀은 타지역 생산벼 원료곡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지역쌀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보니 자연스레 인기가 없었던 남쪽지역 쌀이 저가로 이곳으로 팔려갔다. 이렇다보니 남부지역에만 적합한 품종 개발이 시급했고, ‘신동진벼’가 개발되면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질소 이용율이 높고 병해충에 강한 친환경소비(비료를 적게 투입)재배에 적응된 고품질 품종이라는 것도 ‘신동진벼’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에 대해 ‘신동진벼’를 개발한 김보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수량을 올리면 품질이 떨어지는 이삭 구조상 착색립수가 많으면 등숙에 한계, 즉 수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계속 발생했다. 등숙을 올리기 위해 착색립수를 늘려야 했는데 등숙불량으로 한계가 있어 결국 알갱이를 키우는 것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알갱이를 키우다보니 수량이 많아졌다. 또 비료를 적게 주어도 되는 품종, ‘신동진벼’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 2002년부터 ‘신동진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2013년에는 탑마루골드라이스 브랜드로 우수 브랜드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조영 명천RPC 대표가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자체와의 끈끈한 협력체계 구축

보통 새로운 벼 품종이 개발되면 관련 주체들의 관심도 및 역할에 따라 재배면적 증감의 패턴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농업인이 좋아하는 품종은 한순간에 재배면적이 증가하는가 하면 RPC가 좋아하는 품종은 거의 늘지 않고, 소비자가 좋아하면 재배면적이 서서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신동진벼’는 1999년에 개발돼 2002년까지는 재배면적이 증가했지만 2004년에 태풍에 따른 도복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감소하다가 2006년부터 다시 서서히 증가했고,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가장 넓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지자체의 역할과 노력이 매우 컸다.

2003년도 당시 전북도 농정국에서는 전북쌀 브랜드 특화 및 전북 대표브랜드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에 ‘신동진벼’가 전북쌀 품질고급화 대안으로 강하게 제기됐고, ‘신동진벼 브랜드 개발추진 위원회’가 발족, 운영되면서 2004년에 타 지역 브랜드와 차별화를 위한 ‘신동진벼’ 특화 브랜드인 ‘상상예찬’이 개발됐다. ‘신동진벼’ 브랜드 개발을 위해 당시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는 ‘신동진벼’ 특장점 발휘를 유도하는 생산농가 재배기술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했고, ‘신동진벼’ 고품질쌀 생산단지 현장방문 및 토론회도 수시로 열렸다. ‘신동진벼’ 완전미율 향상을 위한 RPC 교육 및 밥맛 검정도 실시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중요했다. 여성 소비자단체들을 7차례나 초청해 직접 시식토록 하면서 밥맛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5년부터 농식품부와 전국소비자연합회가 공동 추진하는 우수 브랜드쌀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실제 2005년 6위(상상예찬), 2008년 1위(큰들의 꿈), 2009년 3위(큰들의 꿈), 5위(옥토진미골드)에 이어 2012년에는 3위(방아찧는날골드), 2013년 3위(수호천사건강미), 2014년 3위(탑마루골드라이스), 2015년 2위(철새도래지쌀), 2016년 2위(방아찧는날 골드) 등을 수상했다. 또 전북 군산과 옥구에서는 ‘신동진벼’로 탑라이스를 생산하기도 했으며 김제, 익산, 부안, 군산 등에서는 지금까지도 신동진벼 대표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

성신상 전 전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은 “전북도에서 ‘신동진벼’를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전북쌀 브랜드화 5개년 계획에 따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면서 ‘신동진벼’를 반드시 심게 하는 등 집단·광역단지화를 유도하고 소비촉진 홍보를 강화했으며, 전국 최초로 1㏊당 20만원을 주는 볏짚 환원사업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면서 재배면적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2006년에는 전북 군산에서 재배한 ‘신동진쌀’이 우리나라 제1호 수출쌀로 선정됐고, 러브미 브랜드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북의 대표적인 벼 재배품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 농진청과 전북도는 ‘신동진벼’ 브랜드 개발을 위한 생산농가 재배기술을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익산 함열농협에서 신동진벼 영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농협·RPC 적극적인 참여도 ‘원동력’

‘신동진벼’가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된 것은 전북내 농협과 RPC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몫을 했다. 특히 2004년 당시 농진청 호남농업연구소에서 전북도 농협 RPC책임자 30명을 초청해 식미검정을 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식미 검정 결과 밥맛이 ‘신동진벼’, ‘고시히까리’, ‘동진벼’, ‘인월벼’ 순으로 평가되면서 ‘신동진벼’가 외국 품종보다 우수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신동진벼’ 품질향상에 적합한 재배방법도 제시됐다. 벼알이 크므로 파종량을 10% 늘리고 적기 이앙에 이삭거름을 30%가량 감비해 재배하면 도복방지와 병해충 발생 감소뿐만 아니라 밥맛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농협과 RPC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4년부터 일부 농협 RPC와 생산농가와의 합의로 ‘신동진벼’ 단일품종 수매가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군산 대야농협에 서는 대야면 생산량 2만4000톤을 전량 수매하는 등 수매물량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농협과 RPC에서의 수매물량이 2006년 13톤, 2008년 26톤, 2009년 24톤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에 4개의 직판장을 개설하는 등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출하 후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100% 리콜하는 제도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02년부터 ‘신동진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전북 익산의 조영 명천RPC 대표는 “초창기에는 키가 크고 도복에 약해 인기가 없었지만 질소 비료를 적게 주니 미질도 좋고 밥맛도 좋아 ‘신동진벼’를 전량 수매하는 등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2013년에 탑마루골드라이스 브랜드로 우수 브랜드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받기 시작했으며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6월부터 9월까지 저온 보관하는 등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 대표는 “개발 초기에는 재배지역이 전북지역에만 한정됐지만 지금은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까지 확대되는 등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장수 벼 품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벼 최고품종이 되다

‘신동진벼’의 우수성이 인정받으면서 농업인들의 관심도도 자연스레 커졌고, 재배면적도 크게 늘었다. 2017년에는 ‘새누리’ 품종에 밀려 2위를 차지했지만 2018년에는 전국적으로 12만5619㏊가 심어져 17% 점유율을 보이면서 1위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13만5192㏊까지 늘어나면서 점유율 역시 18.5%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신동진벼’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우선 비료 사용량이 타 품종보다 30%가량 적어도 되기 때문에 비료사용량 감축이라는 국가적 정책 목표에 상당부분 일조하고 있다. 더욱이 순수익 증대 및 생산비 절감 효과가 매우 높다. 증수 수익의 경우 1㏊당 700㎏에 3000원을 곱하면 210만원이 된다. 여기에 비료 절감액이 1㏊당 2만5000원, 농약절감액은 1㏊당 10만원 정도로, 이를 모두 합친 생산비 절감액은 12만5000원에 달한다. 따라서 증수 수익액과 생산비 절감비용을 모두 합친 순수익 증대는 총 ㏊당 222만5000원에 이른다.

여기에 비료를 적게 주어도 수량이 높게 나오고 병해충 발생이 많지 않아 저탄소 녹색기술 농업 및 환경보전형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알갱이가 커 구별이 잘되는 특성에 따른 타 지역 생산벼로의 둔갑방지 등 유통질서 확립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정문기 농산업전문기자 jungm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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