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생산자단체·농가 반발 속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
‘역학조사 결과·농식품부령’
단서 조항 달았지만
농가 반대에도 진행될 가능성

“일방결정 없도록 정부에 요청”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인근 농가의 사육돼지에 대한 살처분 명령이 가능하게 됐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축산 농가에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개체가 없더라도 야생멧돼지 등 가축전염병 특정 매개체에서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인근에 사육 중인 가축에 살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할 경우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염 위험성이 높은 농장을 한정적으로 살처분 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법안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법안 개정을 주도한 농림축산식품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무분별한 살처분 범위 확대를 우려하는 생산자단체의 강한 반발과 농가의 재산권 제약 등을 이유로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국회 법사위 일부 위원들의 건의로 법사위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살처분 명령 범위에 ‘역학조사 결과 가축전염병 특정매개체와 가축이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 조항을 명시한 수정안을 만들어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역학조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가 사육돼지에 직접 접촉했거나 정황상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만 살처분 명령을 내리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역학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농가의 반대에도 정부와 지방정부의 의지에 따라 살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일정 지역에서 특정 매개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에서 가축에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살처분 명령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 시행규칙에 명시할 방침이다. 이는 농식품부에도 확인한 내용으로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의 살처분 명령 판단 부분을 포함한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적용하면 사육 돼지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멧돼지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폐사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철원과 화천군의 경우 지방 가축방역심의회 판단에 의해 살처분 명령이 가능해 진다.

이와 관련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에 농가와 농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수의사, 컨설턴트 등이 참여해 지자체가 일방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정부에 요청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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