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중점연구용역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13일 ‘중점연구용역 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진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농정 틀 전환을 위해 농정 핵심 과제에 대한 중점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중간보고회 성격의 토론회를 열고 내용을 공개했다. 농정 예산 구조 개편과 지방농정 추진체계 개편, 공익형 직불제 시행 등 문재인 농정의 핵심 과제를 아우르고 있는 데다 내년도 정부 예산 수립 작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농특위 구상에 농업계의 관심이 크다.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권한이나 책임 작은 지방정부
재정 부담 지고 중앙사업 참여
1500개 달하는 세부 집행사업 
공모제로 이루어져 효과 한계

기능 중심·대단위 정책범주별
중앙농정 조직 재편돼야
광역 균특회계 도입 필요성
보조·융자 정책수단도 조정을

#농정 예산 구조 개편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을 중점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정 틀 전환의 핵심 내용인 공익 중심의 직불 확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에 걸 맞는 예산 배분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현행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중앙농정 조직의 개편, 광역 균형발전특별회계 도입, 중복 보조 및 기금 예산 조정 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농정 목표의 중심이 산업 육성에서 공익적 기능 제고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 육성 중심의 재원 배분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타 분야와 달리 농업 예산은 중장기적 배분전략이 부재한 데다 지방의 재정 부담이 큰데 사업의 구체적인 설계나 실행상의 세부 결정사항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 세부사업들이 상대평가 방식의 공모제 위주로 돼 있어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예산 배분 구조를 보면 산업 육성·진흥 중심이고, 하위 정책수단의 예산 지출이나 비중도 큰 변화가 없다. 지방정부는 권한이나 책임이 작고 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부담을 지고 중앙정부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예산 집행방식의 문제점도 크다. 이 교수는 “집행체계를 보면 집행사업이 세부적으로 1500개가 될 정도로 굉장히 많다”며 “수많은 사업이 공모제로 이뤄져 효과의 한계가 있으며, 선택된 주체에 대한 선택된 투입재 보조로 나타나는 이중왜곡 문제, 분절화된 사업체계의 문제가 있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지방농정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산 구조 개편을 위해 중앙농정 조직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작목 중심의 편성에서 안전·지속가능성·다원적 기능 등 기능 중심 편성으로, 또 소규모 정책별에서 대단위 정책범주별 편성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제시하며,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 집행하고 지방의 재원 기여가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직할의 농정전달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역 균형발전특별회계 도입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일반농산어촌사업 등 농수산 분야의 균특회계 지방 이양 규모는 7730억원. 지방 이양 이후에도 광역 단위에서 현재의 균특회계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균특회계에는 ‘광역(시도)+지자체(시군구)’의 공간적 범위를 갖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일반회계가 광역 자체사업, 기초 자체사업의 범주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광역 지자체가 현 균특회계의 틀을 유지할 경우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생산 증가를 자극하는 생산 관련 프로그램의 예산과 세분화되고 소액화된 사업 예산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성과관리센터장은 “농업구조개선을 위해 활용됐던 보조·융자 정책수단의 조정이 필요하다. 사업목적이 유사한 사업 중 지원방식이 복잡(보조+융자)한 사업은 융자사업으로, 기존 융자사업은 품목별 종합자금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또 기금사업에 대한 유사·중복사업 조정, 소규모 사업 및 저평가 사업, 소액다수 보조지원사업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은 “중앙정부 중심의 예산, 공모제 위주의 사업, 광역균특회계 도입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며 “사업은 여러 가지더라도 묶어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포괄예산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모제의 경우 지방으로 예산이 넘어가더라도 없어지기 힘들다. 공모제를 유지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할지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범수 정책기획관은 또 “국고와 지방비 비중, 소득재분배 효과, 직불제 예산 비중 등의 지표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보완해 줬으면 한다”면서 “이번 정부 들어 체감하기에는 예산 구조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와 달리 바뀌었는지 기준을 갖고 있으면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지방 조화 통해 과제 정립
농촌·산업별 ‘계획협약’ 추진을
지자체·농민 간 거버넌스 강화
지역 내 농정 체계 정비도 필요

#지역중심 농정추진체계 개편


지역 중심의 농정 추진 체계 구축도 농정개혁 과제 중 하나다. 중앙 농림사업의 주도력이 크고 여기에 지방비를 수반하는 방식이 여전히 중요하게 작동되면서 지역 농정체계 구축이 쉽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다뤄졌다. 무엇보다 지역 농정은 중앙 농정의 과제인 쌀, 원예, 축산 등 산업 정책의 집행기능을 담당하면서도 다양한 지역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중앙과 지방 농정의 역할 분담, 농정 계획의 시스템화, 지역단위 농정 추진 체계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업발전계획’, 계획협약, 패키지 지원 등에 주목했다. 장민기 소장은 “지역농정의 의사결정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정책심의회’를 통해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고, 심의회의 핵심 임무는 ‘농업·농촌·식품산업 발전계획의 수립 및 변경’으로 돼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획의 규정력이 약하기 때문에 심의회의 영향력이 미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이어 “지역 중심 농정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 지방 계획의 조화를 통해 농정의 과제를 정립하고, 중기 수준에서 예산과 평가를 통해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중앙과 지방 농정 간의 ‘계획협약’이 기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계획협약은 계획에 따른 ‘포괄보조’로 연계돼 지역의 자율적 계획 수립과 실행을 뒷받침하고, 중앙 단위에서 이행의 평가와 조정 등으로 농정 과제의 일률적 추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농촌 분야와 산업 분야로 나눠 계획협약을 각각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섭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농정 논의에서 재정분권 부분이 집중돼 왔는데, 재정분권만 갖고 해결될 것은 아니다. 지자체와 농민 간의 거버넌스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지방 거버넌스 문제로 들어가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 농업회의소다. 심의회가 심의 역할만 가능한 상황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예산 의결권까지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직접적으로 예산 의결권을 요구하면 지방의회의 견제가 있겠지만, 농업회의소가 계획에 대한 의결권 정도를 가질 수 있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계획협약 부분은 포괄보조 방식인지, 아젠다 방식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하는 등의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역 내부의 농정 추진 체계의 정비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장 소장은 “농업회의소를 포함하는 지역 거버넌스 구축이 오랫동안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법제화와 운영 모델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의사결정 체계의 정비와 함께 기초 지자체 내에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정책 집행 구조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식을 구상해야 한다”며, 통합마케팅조직과 중간지원조직 등의 활용을 언급했다.


“선택형 직불, 농촌환경·문화유산까지 포함을”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통해
직불 적합 활동 41개 제시
농촌 주민 참여 검토도 바람직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 제고를 위한 직불제 개편과 과제


이번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공익증진직불제 관련 개편 발표에서 선택형 직불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안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김태훈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농정패러다임 전환과 개편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선택형 직불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태훈 선임연구위원은 “선택 직불은 기본 직불에서 정한 준수의무 이상을 실천해 긍정적 외부효과를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본직불과 참여 대상, 실천 단위, 준수 사항, 추진 주체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선택 직불의 체계와 추진 방식 등의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선택형 직불의 범위 역시 농업생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활동뿐만 아니라 농촌생활환경, 문화유산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선택형 직불 논의의 활성화 차원에서 농업환경보전 30개, 농촌환경 6개, 문화유산 5개 등 신규대상 활동 41개를 제시했다. 기존 시행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검토해 직불 특성에 적합한 활동들을 간추렸다는 것.

올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활동별 단가를 기준으로 선택형 직불의 단가도 산정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선택형 직불 참여농가 및 주민 수, 경지면적의 25%까지 확대하고 최소 활동을 모두 이행할 경우 최대 1조8000억원·최소 54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김태훈 선임연구위원은 “선택형 직불제는 지역의 특성, 역량, 우선순위를 고려해 순기능을 가장 잘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대상 범위는 마을, 면, 수계 단위 등 다양한 대안을 수용해야 한다. 또 농업인 이외에도 농촌 주민 등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선택형 직불제는 정책 대상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협약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선택형 직불의 전면 확대는 기반 부족이나 예산 제약 등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행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선택 직불의 목표수준 설정에 대한 기초연구 및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토론에서 “공익직불제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와 지향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농업이 수행하는 ‘공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공익직불제는 향후 선택형을 중심으로 확대돼야 한다. 선택형 직불금에 대한 예산은 할당된 예산 내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추후 농민들의 참여도를 고려해 증액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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