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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스며든 우리 품종 이야기 <3>백마꽃잎 많고 풍성, 절화 수명도 길어 일본시장서 인기만점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2009년 동경국제꽃박람회에 전시된 ‘백마’. 2007년 일본에 ‘백마’를 처음 수출, 동경국제꽃박람회 등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일본 국화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백마’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탠다드(줄기 한 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는 형태) 품종으로 순백의 꽃잎과 중앙부의 초록색 대비가 뚜렷해 깨끗함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국화다. 이 ‘백마’는 일본 국화보다 꽃잎이 훨씬 많고 풍성하며, 절화 수명도 2배나 길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품종 ‘신마’와 비교하면 ‘백마’ 꽃잎은 340장으로 ‘신마’ 200장보다 많고, 절화 수명도 30일로 ‘신마’의 15일 대비 2배나 된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국화 최대 소비국인 일본 시장에서 당당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백마’. 이젠 여름용 국화가 아닌 연중 수출용 국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국으로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 스탠다드 품종
순백색 화색-중앙부 녹색 뚜렷
꽃잎수 340매 이상으로 많아

여름재배에 적합한 하추국
일본 최대 성수기 8·9월 겨냥
전체 국화 수출액 35% 차지

국산품종 보급 확대 선두주자
일본서 가격 협상력 높아져
국내 생산농가 수익증가 기대


#국내 최초의 백색 대국인 ‘백마’ 개발

‘백마’가 탄생하기 전 국내 대국 품종은 모두 일본산이었다. 스프레이국화 품종은 140여개가 육성됐지만, 우리나라 전체 국화의 70%를 차지하는 대국 품종은 전무했다. ‘일본 품종의 종속국이 됐다’는 우려가 빈말이 아니었다. 물론, 대국 품종을 위한 연구보고는 있었지만 실용화 성공사례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으로부터 품종 독립이 필요했고,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대국 신품종 개발에 적극 나섰다. 더욱이, 이 신품종은 일본시장도 겨냥해야 했다. 일본은 국화 육종부터 생산, 소비까지 최대 국화시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 국화를 수출하려면 중국, 동남아시아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국화 수입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7%인 반면, 말레이시아는 70%, 중국은 15%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동남아는 인건비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동남아와의 경쟁을 피하고 독자적인 일본 국화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품종보호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우수 국산 품종 개발이 절실했다.

2001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가 대국 품종 육성에 착수, 2004년에 교잡육종법에 의해 국내 최초의 백색 대국인 ‘백마’를 개발했다. 2005년 품종보호 출원 후 재배시험과정을 거쳐 2006년 품종등록을 완료했다. ‘백마’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면 일본에도 품종등록을 해야 하는 만큼 2007년 일본에 품종보호를 출원했고, 2010년 등록했다. 중국에는 2015년 품종등록을 완료했다.
 

▲ ‘백마’ 출시 초기부터 ‘백마’를 키워온 변태안 마창국화수출농단 대표는 국산 ‘백마’가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백색의 화색과 중앙부의 녹색, 꽃잎수 340매

‘백마’의 특징은 우수한 외관이다. 순백색의 화색과 중앙부의 녹색은 깨끗함과 화려함을 연출하고, 꽃잎수가 340매 이상으로 많아 볼륨감이 뛰어나다. 순차적인 꽃잎 전개로 생동감도 준다. 절화 수명은 길다. 수출 후 일본시장에서의 절화 수명이 1개월 가량이며, 동전크기의 꽃봉오리도 예외없이 볼륨있는 꽃으로 만개한다. 정재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동전만한 크기의 꽃봉오리도 완전한 꽃으로 개화가 가능한 특성이 있어 수출에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백마’ 특징을 설명한다. 보통 ‘백마’는 500원 동전크기의 꽃봉오리로 수출되기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의 개화 상태도 중요하다.

이 같은 특징의 ‘백마’는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꽃이란 방증이다. 2007년 9월 일본에 5만 본의시범 수출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동경국제꽃박람회, 2018년 후쿠오카 지역 ‘백마’ 설명회 등 다양한 홍보를 통해 ‘백마’를 일본에 알린 결실로, 2018년 기준 ‘백마’는 일본에 연간 약 72만 본이 수출되고 있다.

‘백마’가 일본 품종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대국 품종 소비는 연간 10억 본에 달하고 재배 비율은 ‘신마’, ‘정흥성(마꼬토)’, ‘백선’, ‘정흥일세(세이노이세이)’ 등이다. 모두 일본 품종인데, ‘신마’는 일본은 물론, 한국,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주로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생산되는 추국으로 여름철 재배에는 부적합하다. 반면, ‘백마’는 자연개화기가 9월 하순인 하추국이다. 여름 재배에 적합한 품종으로, 특히 일본시장에서 대일 수출 최대 성수기인 8월 오봉절(8월 15일)과 9월 추분절(9월 23일)을 겨냥한 수출이 가능하다. 이때 ‘백마’는 ‘백선’과 경합하는데,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 연구사는 “높은 경매가격 등을 보면 일본 품종보다 ‘백마’ 기호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백마’가 일본 품종을 추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백마’는 국화 전체 수출액의 35%(70만 달러)를 차지하는 등 여름 수출국화로 일본시장에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일본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백마’

‘백마’의 파급효과는 어떨까. 국산 품종 보급률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6년 ‘백마’ 재배면적은 1㏊에 불과했는데, 2018년 19.9㏊로 급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 0.9%였던 국산 품종 보급률이 2008년 8.2%, 2009년 12%, 2011년 20%, 2018년 3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품종 재배면적은 109.4㏊(2018년)다. 2006년 ‘백마’ 보급 이후 2020년까지 ‘백마’의 경제적 가치도 1950억원으로 평가된다. 농가편익 1872억원에 외부효과를 더한 수치다. ‘백마’가 화훼산업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들이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품종 육성과 기술보급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국산 국화가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게 되면서 화훼산업은 물론 농업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른 화훼 수출국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파급효과’ 중 하나다. 대국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모든 국가가 ‘신마’와 ‘백선’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신마’와 ‘백선’은 모두 품종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천혜의 기후조건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중국과 일본에 품종보호출원이 돼 있고 ‘신마’와 ‘백선’보다 인기가 좋은 ‘백마’가 일본 국화 수입시장의 판도를 우리 힘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재아 연구사는 “국산 ‘백마’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 품종보호출원이 돼 있어 우리만이 독보적으로 생산, 수출할 수 있고, 일본시장에서도 크게 호평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 국화 수입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발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1년 내내 ‘백마’를 만나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백마’를 연중 출하하기 위해서다. ‘백마’ 주요 수출국인 일본에서 ‘백마’를 연중 수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 ‘백마’는 주 생산시기가 여름이긴 하지만 일장과 온도 조절을 통해 사계절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름 외에는 난방비 부담이 크고, 겨울철을 중심으로 값싼 중국산 국화가 유입돼 농가들이 재배를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계절 ‘백마’ 생산이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하이난성은 겨울철에 난방시설도 없이도 ‘백마’ 재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하이난성에서 ‘백마’를 생산, 국내 생산이 없는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일본 시장에 공급한다.

2018년, 일본에 도착한 중국생산 ‘백마’의 품질을 한·일 공동으로 검토한 결과 한국 최상품의 80% 수준임을 확인했다. 일본 바이어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 중국에서 생산돼 일본으로 수출된 ‘백마’는 2019년 4월까지 총 14만 본이다. 정재아 연구사는 “우리 국화 ‘백마’의 연중 생산,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백마’ 품종이 안정적으로 일본시장을 점유하는 것은 물론,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농가의 수익도 증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중국에서 생산된 ‘백마’는 한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 또 중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시기도 10~5월(다음해)로 한정하고 있다. 겨울철 중국 생산 출하가 국내 수출농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백마’의 연중생산 시스템은 ‘백마’ 수출시장 확대와 품종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내에서는 1주당 1.4원의 실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재배되는 ‘백마’ 품종의 로열티는 주당 15원이다. 육종 선진국의 국제적인 수준을 ‘백마’에 적용한 것이다. 일본은 한 해 소비하는 국화 20억 본 중 3억 본를 수입하고 있다. 연중 생산을 기반으로, 3억 본 내 ‘백마’ 점유율을 높여갈 방침이다.


#이젠 우리나라 국민들이 ‘백마’를 접할 때

변태안 마창국화수출농단 대표는 “국산 품종 ‘백마’를 일본시장에 내보내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재배도 까다롭고, 기존 국화와 재배법도 달라서 농가들이 간혹 꺼리지만 꽃을 핀 ‘백마’를 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때문에 그는 2014년 국화 줄기가 괴사하고 시들어버리는 전염병인 ‘국화줄기괴저바이러스(CSNV)’가 유행했을 때도 ‘백마’를 놓지 않았다. 국산 품종 ‘백마’를 향한 자부심에, ‘백마’가 피워낸 아름다운 꽃 때문이었다.

변태안 대표는 새로운 목표가 있다. 이젠 우리나라 국민들이 ‘백마’의 매력에 빠질 차례라는 것이다. ‘백마’는 국산 품종임에도,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백마’는 일본 수출용 국화로 인식이 퍼져 있다. 변 대표가 “국내 기반이 없어 수출을 계속하면서도 늘 불안하다”고 말한 것처럼 수출을 더욱 안정시키려면 ‘백마’ 알리기도 필요하다. 변 대표는 “우리나라 꽃 소비 문화가 경조사용으로 한정돼 있어 국화 소비도 제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백마’를 꽃다발이나 꽃꽂이로 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면 ‘백마’의 매력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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