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축산농가는 불안하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축산농가들에게 또 다른 폭탄이 떨어졌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이야기다. 정부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68일.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자며 3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유예불가다. 서로 상반된 입장이다. 70일도 남지 않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본보는 축산농가들의 우려사항과 정부의 준비사항,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3회에 걸쳐 정리한다.


시행인지조차 못하는 낙농가
18.8%에 달하는데다
검사횟수·시료채취 등
방법 모르는 농가도 60.7%

퇴비사 공간 부족하고
경영비 상승 걱정까지
중소농가 ‘축산포기’ 기로
사육기반 붕괴 우려 목소리도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란?=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축산악취 및 미세먼지 저감, 수질오염 방지, 퇴비의 자원화 등을 위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 시행에 따라 오는 3월 25일부터 가축분뇨 퇴비 부숙도 기준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때 부숙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축사면적에 따라 1500㎡ 이상 농가는 부숙후기, 1500㎡ 미만 농가는 부숙중기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 배출시설(축사) 면적에 따라 허가규모 배출시설은 6개월에 1회, 신고규모 배출시설은 연 1회 부숙도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년간 보관해야 한다. 다만, 가축분뇨법에 따라 소규모 축산농가 및 분뇨를 위탁 처리하는 농가는 부숙도 검사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숙도 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따른다. 부숙 정도가 부적합할 경우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성분 측정 및 검사주기를 위반한 경우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점 하나,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뭐죠?=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 축산농가들은 여전히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8일 발표한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퇴비부숙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90호 낙농가 중 퇴비 부숙도 검사 시해에 대해 18.8%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63.3%는 허가·신고대상 농가의 검사 횟수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검사시료 채취방법을 모르는 농가는 60.7%, 부숙도 검사기관을 알지 못하는 농가도 40.7%에 달했다.

▲문제점 둘, 퇴비사가 부족하다=퇴비를 부숙시키고 농지에 배출할 때까지 보관할 수 있는 퇴비사 공간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축산농가들은 추가로 퇴비사를 확보하고 싶지만 건폐율 제한으로 퇴비사를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축사육제한거리 관련 지방조례로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축과 개축을 제한해 퇴비사를 개조 또는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아 퇴비사 추가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 영주의 A농가는 “우리 농장에서 연간 사용하는 톱밥(5만㎏)과 분뇨의 양을 1:1로 가정해도 연간 10만㎏의 분뇨와 톱밥이 배출된다. 이 많은 양을 어느 공간에서 부숙을 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전남의 B농가도 “50~100두를 키우는 중소규모의 한우농가들은 트랙터로 퇴비를 부숙시킬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C농가는 “퇴비 부숙도 기준을 맞추려면 퇴비장을 더욱 늘려야 하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퇴비사를 전혀 갖추지 않은 농가들도 적잖다. 실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안희권 충남대 교수에게 의뢰한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관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조사대상 한우농가 중 22%가 퇴비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안희권 충남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부숙도 기준에 적합한 퇴비를 만들기 위해 퇴비사를 개조·개선할 농가가 42%나 된다는 점은 퇴비사 개조·개선 없이는 부숙도 기준에 적합한 퇴비를 만들 수 없는 농가가 42%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건폐율 60%가 적용되는 만큼 퇴비사를 일반 건축물 형태로 건축하면 건폐율이 초과된다”며 퇴비사 확보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문제점 셋, 우려되는 경영비 상승=축산농가들의 또 다른 우려사항은 경영비 증가다. 한우농가 중 1500㎡ 미만 규모 중 퇴비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67%(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연구용역)에 그쳤고 낙농가 중 교반기와 원형 밀폐형 컴포스트 같은 퇴비 부숙 관련 장비를 보유한 농가는 1.6%에 불과했다. 대부분 트랙터와 스키드로더, 퇴비살포기, 굴삭기 등으로 퇴비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퇴비화 관련 장비 구입이 필요하지만 원형 밀폐형 컴포스트 기계의 비용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등 퇴비화 장비를 추가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화성의 낙농가 D씨는 “젖소의 분뇨는 다른 축종 보다 수분율도 높고 분뇨량도 많은 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부숙된 퇴비를 쌓아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하려면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낙농가는 “퇴비를 뒤집으려면 현 스키드로더로는 부족해 대형 크기로 바꿨다”며 “이 같은 장비를 구입하려면 농가들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A농가도 “톱밥 비용만 연간 1500만원 정도 지출될 만큼 비용 부담이 큰데 이번 조치로 그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농가의 축산업 포기 우려된다=중소규모 농가들은 이번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날벼락 맞았다”고 표현할 만큼 퇴비를 부숙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숙 여건이 여의치 않은 중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업 포기, 이에 따른 사육기반 붕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등으로 인해 사육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이고 중소규모 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준비가 상당히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농가들 사이에선 제도 시행 시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가뜩이나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면 축산업을 포기할 수 있다. 자칫 국내 축산기반 붕괴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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