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는 홍포도…맛·식감·기능성 ‘다 잡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권혁주 씨가 홍주씨들리스 과수 상태를 살펴보며 내년에 재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권 씨는 홍주씨들리스가 신품종이기에 재배법 숙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샤인머스켓 열풍으로 반등한
포도 인기 이을 품목으로 주목

지베렐린 없이도 알 크고 
저장성 양호해 겨울까지 출하
기능성 물질 함량도 뛰어나
추석시장 선물용 노려볼만

재배법 숙지 등은 과제로


몇 년 전만해도 소비와 가격 둔화 속에 FTA 폐업지원 품목에도 선정됐던 포도산업이 껍질째 먹는 녹황색 포도 ‘샤인머스켓’의 인기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이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아직 가격과 소비 면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일부 저품위 출하와 과잉 재배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포도시장에선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신품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이 중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종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홍포도 계열의 ‘홍주씨들리스’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부산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8년 전 고향인 경북 상주로 돌아와 농민이 된 권혁주 씨는 당시 포도 주 품종이자 인기 품목이었던 캠벨얼리와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 캠벨얼리 소비가 부진해지고, 얼마 전부턴 아로니아까지 어려움을 겪자 타 농가들처럼 샤인머스켓 재배를 늘리고 있다. 현재 캠벨얼리는 2600㎡(800평), 샤인머스켓은 3900㎡(1200평)로 샤인머스켓 비중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는 이외에도 2017년부터 신품종 포도를 3300㎡(1000평) 가량 재배하고 있다. 캠벨얼리와 아로니아의 인기와 부침을 모두 경험했던 그는 샤인머스켓 위주의 시장에 대한 우려를 항상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씨는 “최근 급격히 일고 있는 샤인머스켓 열풍이 자칫 캠벨얼리나 아로니아 사태처럼 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욱이 일부 샤인머스켓이면 된다며 품위보다는 무게에만 치우쳐 생산되는 저품위 샤인머스켓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포도 소비를 확장하고 포도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선 샤인머스켓 못지않은 신품종이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평소 이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던 권혁주 씨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녹황색 포도인 샤인머스켓과는 다른 홍포도 계열에 소비트렌드를 반영해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바로 재배에 들어갔다. 그 품종명이 ‘홍주씨들리스’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홍주씨들리스는 과립 한 알의 무게가 약 6g으로, 당도는 18.4brix(브릭스), 산도는 0.62% 정도다. 지베렐린과 같은 생장조절제 처리 없이도 포도 알의 크기가 큰 편이며, 껍질이 얇아 이물감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 포도 신품종, 홍주씨들리스

권 씨는 “샤인머스켓이 망고포도라고 한다면 홍주씨들리스는 사과포도라고도 한다”며 “그만큼 당도가 높으면서 상큼하고, 식감이 매우 양호한데다 기능성으로 알려진 홍색 과일로 껍질째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색으로 기능성까지 가미돼 있다”며 “외국의 씨가 없는 품종보다 기능성 물질 함량이 매우 높은 특징을 지녀 기능성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포도 품종이 홍주씨들리스”라고 덧붙였다.

권혁주 씨는 2017년 홍주씨들리스를 식재, 2018년 일부 수확을 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권 씨는 홍주씨들리스가 포도 상품성으로는 양호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생장촉진제인 지베렐린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외 아직 재배 방법이 완벽히 자리 잡지 않은 신품종이기에 상품성 있는 물량을 만들어내기까지 완벽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알리고 있다. 한마디로 재배법을 제대로 숙지한 상태에서 신중히 홍주씨들리스를 재배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 씨는 “홍주씨들리스는 맛이나 품위는 좋지만 재배 과정 중 익으면서 터지는 물량이 다수 발생한다. 그리고 일부 물러지는 현상도 나타난다”며 “이에 물을 조절할 수 있는 관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완전하우스에서 재배를 해야 하며, 생육 초기 퇴비도 약하게 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내년엔 이런 방식으로 재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재배되면 홍주씨들리스는 초가을에도 수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추석 시장에서의 활용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한 홍주씨들리스는 포도 알이 잘 떨어지지 않는 등 저장성도 양호해 홍수 출하를 방지하며 겨울철까지 출하할 수 있다.

권 씨는 “선물용으로 색과 맛이 다른 샤인머스켓과 홍주씨들리스를 묶어 선보이면 고급스러운 포도 선물세트가 될 수 있다. 백화점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저장성도 좋아 겨울철 수입포도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도매시장에서는 홍주씨들리스가 이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러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씨가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가락시장 중앙청과 강근진 경매사는 “처음 시장에서 홍주씨들리스를 맛 본 뒤 맛도 있으면서 향까지 갖춰져 있다고 느꼈다. 최근의 소비트렌드로 볼 때 포도는 맛 못지않게 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재배가 정립되지 않았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가을태풍과 집중호우 등 궂은 날씨가 이어졌던 2019년 포도 작황이 좋지 않았기에 2019년산만으로 홍주씨들리스 평가를 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강 경매사는 “2018년 도매시장에서 처음 접해 본 것과 달리 산지에 가서 2019년산 홍주씨들리스를 봤는데 비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떫은맛도 일부 느껴졌다. 지난해 비가 많이 오다 보니 상품이 더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시장에 출하하기에 앞서 재배법을 정립하고 정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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