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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곤충산업이 걸어온 길, 나아갈 길

[한국농어민신문]

대한민국이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멕시코 생태연구소(Institute de Ecologia)를 방문했다. 당시 전 세계 곤충학자들에게는 멸종위기종인 소똥구리의 산란생태를 밝히는 것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3주간 생태연구소 소똥구리팀을 만나면서 생태연구 외에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는 이들을 만났다. ‘소똥구리 물질연구팀’이었다. 소똥구리는 꿀벌이나 개미처럼 암수 역할을 나눠 새끼를 돌본다.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인 딱정벌레가 될 때까지 길게는 1년 동안 새끼 돌보기를 한다. 멕시코 과학자들은 이런 소똥구리 생태에 주목했다. 분명 어미와 새끼가 특정 물질을 내면서 외부의 곰팡이와 세균의 침입을 막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고 있는 터였다.

멕시코에서 돌아온 필자는 곤충물질연구팀 황재삼 박사에게 정보를 알렸고 수년의 연구 끝에 멕시코보다 먼저 소똥구리 유충으로부터 강력한 항생물질을 탐색하게 됐다. 연구팀이 발견한 신물질은 장내세균을 죽이는 강력한 항생제였고, 소똥구리 학명을 따서 ‘코프리신’이라 명명했다.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에서 만든 최초의 곤충 유래 천연항생물질이다. 황재삼 박사팀은 ‘코프리신’ 발견으로 국가과학기술 100선의 영예를 안았다.

곤충 유래 물질탐색이 이제는 식용곤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 굼벵이로 알려져 있는 흰점박이꽃무지에 ‘인돌알칼로이드’라는 물질이 다량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혈전을 녹이는 기능이 탁월한데, 동의보감에 간 보호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간에서 약용으로 활용해온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2016년에는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암수술환자 대상으로 갈색거저리 임상실험을 시도했다. 갈색거저리를 식사와 함께 10g씩 복용한 환자는 면역력이 16.9% 증대됐다. 2019년 7월에는 3년 동안 100여 명의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는데 갈색거저리 곤충사육농가의 소득과 직결된 연구였다.

우리나라의 곤충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9년 12월에 UN산하 월드뱅크 아프리카팀이 곤충산업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다. 월드뱅크는 아프리카 식량생산 부문에서 단백질 대체제로 곤충에 주목하고 있다. 각 나라의 곤충산업 현장을 둘러본 후에 방문한터라 종합적 평가를 들을 수 있었는데, 농림축산식품부의 곤충산업육성정책과 농촌진흥청의 곤충R&D 추진성과에 감탄했다. 전라북도의 곤충산업정책과 곤충농가의 섬세한 사육기술에 두 번 놀랐다고 했다.

또한 갈색거저리의 면역력 개선 등 곤충기능성 임상실험 연구결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해 올봄에 완성될 아프리카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월드뱅크 보고서에 게재될 예정이다. 방문단 중에는 EU(유럽연합) 곤충식품관련 위원이 포함돼 있었는데 스위스와 대한민국의 곤충제품만 EU수출이 논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곤충산업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결코 쉽지는 않았다. 130만종 중 식용이 가능한 곤충을 선정하고 3~4년 동안 사육 가능한 체계를 완성해야 했다. 한 종의 곤충이 식품으로 등록하기까지 종 선정, 사육체계 완성 등 평균 5~6년이 걸린다. 추가적인 기능성 연구나 임상 연구는 긴 안목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속적 연구투자가 이루어져야 한 종의 곤충식품이 만들어져 국민의 건강먹거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는 곤충이 식품으로 날개를 다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 대체제로 곤충이 거론되고 있다. 곤충 단백질은 양질로 체내 흡수가 빨라 노인식과 환자식으로 으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섭취 시 근육은 늘어나고 지방은 줄어들어 헬스 식품으로 인기를 예약했다. 이제 균일한 제품을 생산해 대량생산의 길로 연결되기 위해 곤충농가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의 큰 흐름 속에서 곤충농가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연구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 개선 및 관련 교육과 컨설팅에도 힘쓸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 쉬운 길은 없다. 다만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인지하고 함께 역할을 분담한다면 어떤 길도 갈 수 있다. 경자년 새해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곤충산업으로 더 잘 알려지길 바란다.

/방혜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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