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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농촌 어린이집···“아이 키우려면 도시로 가야하나요”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지난 3일 전북 장수군 산서면사무소에서 ‘산서어린이집 운영 주민설명회’를 갖고 어린이집에 다시 모인 학부모들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요구했다.

전북 장수군 산서어린이집
원아 수 모자라 폐원위기
“초·중·고까지 도미노 폐교…
지방 소멸 가속화 우려”
“농촌 공공보육 보장하라”
학부모·지역주민 대책 촉구


“어린이집 폐원은 시작일 뿐이에요. 어린이집이 없어지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도미노처럼 폐교될 거에요. 남겨진 아이들은 친구가 점점 줄고, 교육을 위해 산서를 떠나는 가정이 많아지겠죠. 젊은 귀농귀촌인구 유입도 어려울거고요. 아이들이 없는 마을에 미래가 있을까요.”(이창환·학부모 대표)

전북 장수군 산서면의 유일한 어린이집이 원아 부족으로 폐원위기에 몰렸다. 지난 3일 산서면사무소에서 열린 ‘산서어린이집 운영 정상화 주민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산서어린이집 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어린이집 폐원은 초-중-고등학교의 도미노 폐교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서어린이집(원장 김영선)은 오는 2월 말로 폐원이 예고됐었다. 사회복지법인 혜화원이 1998년 3월 7일 인가를 받아 올해로 23년째 운영 중인 산서어린이집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원아 수가 100여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출산율 하락으로 해마다 아이들이 줄어 경영난이 심각해졌고, 올해는 정부의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기준인 11명도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진 것. 혜화원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폐원을 결정하고 영유아 보육사업 대신 수요가 많은 노인복지사업으로 목적사업 변경을 신청했다.

장수군으로부터 뒤늦게 이 사실을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면에 하나밖에 없는 보육시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산서면은 지형 특성상 장수읍으로 이동이 어렵고, 천상 임실군 오수면이나 남원시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나가야 하는데, 영유아에겐 짧은 이동거리가 아니고 등하원 시간이 길어져 안전 문제도 걱정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 재원 아동 모집에 발벗고 나섰다. 현재 모집된 원아 수는 7명(영아반 4명, 유아반 3명). 여전히 인건비 보조를 받기위해선 4~5명의 아이들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움직임에 김영선 원장은 일단 급여를 받지 못하라도 운영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냈다. “면장님이나 학부모님들이 이건 아니다, 아이들이 있는 한 어린이집은 어떻게든 유지돼야 한다, 도와주겠다고 하시는데 저도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11명이 안되면 일단 제 급여가 안 나오고, 유아반 교사 급여도 어떻게든 충당을 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몇 달을 버틸 수 있을지. 하지만 해봐야죠. 이렇게까지 해놓고, 못해요는 못해요.”

당장의 폐원은 막은 상태지만 학부모들은 “이게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렇게는 오래가기도 어렵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농어촌의 영유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농촌의 공공보육 보장을 위해 구체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지역 영유아 돌봄·교육 받을 권리 보장해야“

농어촌 인구수 감소 비례
원아수 지원기준 조정 필요
다연령혼합반 운영 문제나
교사 채용 어려움도 풀어야
‘공공보육 보장 시민모임’ 결성
다양한 대안 모색 나설 것
장수군, '정상 운영' 돕기로

▲ 장수군 산서면으로 귀촌한지 6년째인 이수연 씨는 “어린이집 폐원은 저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농촌지역에서도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위한 시민의 모임’을 만들어 공공보육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수군 산서면으로 귀촌한지 6년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수연 씨는 “이게 저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농촌지역에서도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아이들이 농촌에서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공론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 2018년 12월 발간한 ‘도농복합지역 육아지원 실태 및 개선방안(김은설 외)’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지역(읍·면) 0~4세 영유아 수는 2005년 41만4343명에서 2016년 36만8592명으로 11.4%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시는 7.32%가 줄었다. 

5~9세 아동 수 감소는 더욱 가파르다. 농촌지역은 2005년 71만9843명에서 2016년 38만2218명으로 무려 53.8%가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는 27.4%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수연 씨는 “청년, 중년 인구에게 자녀 보육이나 양육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현안으로 교육기관이 사라지면 도시로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일이 부모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저도 사실, 대도시에 살 때는 몰랐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도시에 살기 때문에 지방 사람들, 농촌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걸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내려와서 보니 모든 인프라나 관련 정책이 대도시에 초집중이 돼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더라고요.”

귀촌한지 4년째로 현재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이항(36) 씨도 같은 생각을 이야기했다. “둘만 내려와서 살 때는 지역에서 사는 게 별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이를 키우기에는 농촌의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게 피부에 와 닿는거에요. 그나마 있던 어린이집마저 없어지면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도 이곳을 다시 나갈 수밖에 없고, 결국 도미노로 무너지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학부모들은 농어촌 인구 수 감소와 비례해 원아 수 기준이 조정돼야 하며, 인원 지침의 변경 못지않게 다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농촌을 대상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을 우선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농어촌 보육교사 수당, 취사부 인건비, 차량운행비 등을 일부 지원함으로써 도시와는 차별적인 지원정책을 일부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신규시설 진입이 어려워 접근성이 떨어지고, 영유아 수 부족으로 다연령혼합반을 운영하면서 연령별 누리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든가, 교사 채용이나 특별활동 강사 초빙 등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그래도 산서면은 아직까지 어린이집에서부터 병설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위한 시민의 모임’도 만들었다. 앞으로 “농어촌의 영유아들도 집에서 가까운 안정적인 시설과 익숙한 교사에게 지속적인 돌봄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수연 씨는 “저희와 함께 해주실 분이나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농어촌에서도 함께 연대해주시기를 기대한다”면서 “이게 6개월, 1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적인 현황도 같이 살펴보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함께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장수군 주민복지실 드림스타트 임나미 팀장은 “인구유입 정책을 추진 중인 군에서도 어린이집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농어촌지역 실정에 맞게 영유아 보육지원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전북도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되, 원아 수가 모자라 국비 지원이 어려워질 경우 군 차원에서라도 대책을 마련해 어린이집이 정상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약속 지켜졌으면”
보육교사 이영숙 선생님

학부모들은 산서어린이집의 장점으로 한결같이 선생님들을 꼽았다. 같은 지역주민이고 학부모여서 내 아이처럼 아이들을 돌봐주기에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산서어린이집에 근무한 지 15년째인 이영숙(49) 선생님도 “부모님들이 다 한 동네에 살면서,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친하다”면서 “큰 애가 돌도 안됐을 때 산서로 들어와 둘째 아이까지 이 어린이집을 다녔다”고 전했다.

면 안에 있는 초중고 아이들 이름은 모두 안다는 이 선생님은 “아이들과 산책 나갔다가 멀리서 보이는 졸업생들이 선생님~하고 손을 흔들어주면 그렇게 마음이 좋다”고 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같이 컸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죽 같이 진학을 하다 보니 왕따라든가, 학원폭력 같은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자신도 딸 둘을 키우면서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 들어와도 걱정 없이 키웠다고 했다.

지난해 폐원이 결정되고 나서 '이제 우리도 올 것이 왔구나' 포기하고, 일자리 문제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몇 주 사이에 이 문제가 공론화가 되면서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그는 그래도 어린이집이 꼭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아이들 교육문제거든요.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한 아이 한 아이가 정말 소중하잖아요. 소규모여도 기왕에 있는 시설을 잘 살려서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죠. 아이들은 낳기만 해라. 그러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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