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하나로유통·농협유통 등
유통환경 변화 대응 부진
지난 국감서도 통합 주문 쏟아져
TF구성 실무검토 나섰지만
구체적 방안 마련 못하고 답보


농협중앙회 산하의 유통자회사 통합과 농협 각 조직에 흩어져 있는 연구기능 통합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6일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퇴임으로 중앙회장이 공석이 되자 농협의 조직개편 추진 동력이 꺼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31일 선출되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기존에 추진해 왔던 혁신 방안이 그대로 진행될지 확답할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농협중앙회는 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부산경남유통, 충북유통, 대전유통 등 5개 유통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유통시장에서 5개 법인으로 운영하는 현행 체제가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농협 유통자회사들의 수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설립된 하나로유통의 경우 첫해 312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8년에는 20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2015년 이전에 연간 100억 원을 넘는 흑자를 기록했던 농협유통 또한 매년 수익이 감소해 2018년에는 27억 원에 그쳤고, 나머지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대전유통 등도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로 경영 수지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현행 5개 자회사 체계가 지적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점포수 69개소와 임직원 5253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로유통 30개소, 농협유통 24개소, 부산경남유통 7개소, 충북유통 4개소, 대전유통 4개소 등으로 분산돼 있는 것이다. 유통기업들이 매장수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와 가격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자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데 반해 농협의 유통자회사들이 유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유통자회사 통합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의원은 “농협중앙회 5개 유통자회사가 2012년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이후 계속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늦기 전에 유통자회사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어려운 유통시장 환경을 극복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현권 의원 역시 “농협유통 자회사 통합은 고비용구조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모색됐지만 통합에 대한 논란만 유발했다”며 “경영이 악화되고 있지만 억대에 달하는 임원들 자리보전 때문에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도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유통자회사 통합 TF팀을 구성해 실무 검토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산하의 연구기능 통합 또한 오리무중 상태. 농협중앙회가 2020년을 출발하면서 기획실 내부에 있던 R&D통합추진팀을 독립 부서인 ‘R&D통합전략국’으로 확대 개편했지만 추진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 연구조직 출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던 김병원 전 회장의 퇴임으로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 내부에서는 “중앙회장이 현재 공석이고 차기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부의 민감한 현안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차기 회장이 선출돼 취임한 이후에 어떤 방향이든 진행될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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