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안정, 수량성 좋고 기름 풍성…전국 재배면적 절반 달해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 (왼쪽)이명희 농업연구사가 들깨 품종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은 '다유'를 원료곡으로 생들기름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들깨는 종자를 생산하는 종실들깨와 깻잎을 수확하는 잎들깨로 구분하는데, 종자가 굵고 잎의 향기가 연해서 식용을 비롯해 쓰임새가 다양하다. 종실은 기름을 짜거나 가루로 만들어 전통음식 뿐만 아니라 새롭게 선보이는 퓨전 음식에 활용되고 있으며, 깻잎은 다양한 반찬의 재료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성 효과가 알려지면서 식의약품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들깨의 용도가 확장되면서 재배면적이 3만4900ha로 늘었는데, 이중 50%에서 ‘다유’ 품종이 재배된다.


대엽들깨·푸른차조기 교배
전국서 수량차이 없이 재배
척박한 토양도 적응 잘해

진한 갈색에 착유량 많아
시장·들기름업체도 선호
식물성 기름 선호추세 반영
생들기름으로 판로 확보

오메가-3 지방산 몸에 좋지만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산패
저장기간 연장 등 연구 ‘숙제’

#들깨 품종의 새 역사 만든 ‘다유’


들깨는 봄에 파종해 가을에 종실을 맺는 여름작물로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이라면 다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다 자란 들깨는 줄기길이가 1.5m 내외로 크는데, 종실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대개 6월 상순에 파종해 9월 상순에 꽃이 피고 10월 상순에 수확한다. 들깨는 심는 시기에 관계없이 꽃이 피는 날짜가 거의 일정할 정도로 낮의 길이를 인지하는 생체시계가 정확하다. 또한 들깨는 한국인의 건강지킴이다.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들기름과 무기질 및 비타민이 많은 깻잎이 우리 몸의 기능을 개선하고, 성인병을 예방한다. 들기름은 지방산 중 오메가-3(알파-리놀레산)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정도인데, 식물기름 중 가장 높다. 오메가-3는 몸에서 만들지 못해 음식으로 섭취해야하는 필수지방산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뇌의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2016년에 국립식량과학원과 부산대학교가 동물실험을 통해 들기름이 학습능력과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깻잎에 풍부한 로즈마린산은 항균, 항염증, 항산화 활성, 치매 예방 등의 효능이 보고되고 있다.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명희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밭작물개발과 농업연구사는 “들깨는 과거에 비해 재배면적, 생산량 등 지표가 성장세”라면서 “다양한 기능성이 알려지고, 소비가 늘면서 상업용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한다.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들깨의 재배면적이 3만4900ha다. 사과 3만3000ha, 배추 3만1000ha, 고추 2만9000ha보다 더 많이 재배되는 경제작물이다.

들깨 품종 중 가장 많이 재배되는 ‘다유’는 종실수확용 품종육성을 목적으로 인공교배에 의한 계통육종으로 만들어진 품종이다. 재배의 안정성과 수량성이 높고, 기름함량이 많은 품종을 육성,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품종이다. 이명희 농업연구사는 “우리나라 들깨 품종의 역사가 ‘다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탁월한 품종”이라고 설명한다.

‘다유’는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현 국립식량과학원)이 1994년 여름에 ‘대엽들깨’와 ‘푸른차조기’를 교배해 육성했다. 기름함량이 많고 대립인 ‘대엽들깨’를 모본으로, 경장이 짧아 도복(쓰러짐)에 강한 ‘푸른차조기’를 부본으로 인공교배를 한 후에 단경, 내도복성, 종실수량성이 우수한 계통을 선발했다. 또한 2000~2001년 생산력 검정을 실시해 ‘밀양30호’라는 계통명을 부여했다. 2002~2004년의 지역적응시험에서 내재해성이 강하고, 종실수량성 및 안정성이 높으며, 기름함량 및 착유량이 많아 가공적성이 우수한 계통인 것이 입증돼 신품종으로 선정했다.

이명희 농업연구사는 “‘다유’는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6월 중순에 직파하거나 6월 하순에 이식해 10월 상순에 수확하는 중생종으로 척박한 토양에서도 적응성이 높다”면서 “경장이 127㎝로 비교적 단경이라서 도복에 강한 내재해성이며, 화방군수(꽃수) 등 수량구성요소가 우수하며 조지방 함량이 많다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전한다. 농가재배 시 평균수량은 150㎏/10a 내외로 전국 들깨의 수량성 100㎏/10a에 비해 월등히 높고, 지역 간 수량차이가 거의 없는 품종이란 게 이명희 농업연구사의 설명이다. 또한 ‘다유’는 높은 생산성과 재배의 안정성으로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고, 종피색이 재래종과 비슷한 진한 갈색이면서 착유량이 많아 시장 및 들기름 가공업체에서도 선호하는 품종이다. 들깨의 품종별 재배면적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종자공급 실적을 감안하면 전국재배면적의 50% 가량이 ‘다유’로 추정된다. 이렇게 확산된 데는 ‘잡곡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의 힘이 컸다. 농촌진흥청이 2007년부터 ‘잡곡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들깨 재배단지에 ‘다유’를 집중 보급한 것이다.
 

▲ ‘다유’는 수량성이 좋고, 재배안전성이 뛰어나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들깨 품종이다.


#들깨, 지역농업 활성화에도 일조

들깨를 지역특화품목으로 육성해 지역성장을 도모하는 곳도 있는데, 경기도 양평군이 대표적이다. 양평군은 생산기반 조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도, 양평산 들기름 가공·유통망 구축 등 들깨의 생산과 가공, 유통을 연계한 농촌 융·복합 산업화로 들깨산업을 활성화시고 있다. 백태현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작물기술팀장은 “식물성 기름을 선호하는 소비추세를 반영해 생들기름으로 차별화하면 판로확보가 가능하고, 판로가 확보되면 재배면적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농촌 융·복합 산업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전한다. 유지작물의 생산, 가공, 유통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2016년 양평군의 들깨 재배면적이 27ha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73.5ha로 6.4배가 늘었다. 핵심품종은 ‘다유’인데 재배면적이 160ha에 달한다.

양평군에서 들깨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원동력은 양평군농업기술센터와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의 긴밀한 협력이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는 ‘다유’ 품종의 보급과 재배단지 조성, 생력화기술 지원 등을 통해 들깨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자가소비 용도로 재배돼왔던 형태에서 대규모 생산 및 재배단지 형태로의 전환을 유도하면서 재배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도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들깨공동출하조직을 구성하고 규모화, 전문화된 농가를 양성하면서 조수피해를 입은 포장이나 유휴농경지에 들깨를 재배토록 장려하면서 품종도 차별화했다. 재래종의 경우 생산량이 10a당 평균 70㎏에 불과했기 때문에 ‘다유’, ‘들샘’, ‘대유’, ‘백진’, ‘안유’ 등 수량성이 좋은 ‘우수품종 비교전시 실증시험포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발해 생산성을 높여왔다. 이렇게 해서 선택한 품종이 ‘다유’인 것이다. 아울러 생력화재배 실증시험포장을 운영하면서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일관체계시스템 구축과 노동력을 절감하기 위한 기술도 보급해왔다. 생산된 들깨는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이 거의 전량 매입한 후 생들기름으로 가공하고,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특히,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은 매출액의 78%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역농산물인 들깨 원료곡 매입에 43%를 사용하고, 20%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지역주민들의 임금, 15%는 지역의 산업에 소비한 사업비용 등이다. 들깨의 세척, 착유, 유통, 판매 등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면서 고령농업인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일자리도 제공한다. 이인향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 대표는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업이 마을기업”이라면서 “이런 목적에서 출발한 에버그린에버블루협동조합은 생산자, 고객, 지역사회, 환경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상생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착하게 돈을 버는 것을 지향할 것”이라고 전한다.


#들깨산업, 넘어야할 산도 많다

들깨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할 과제도 있다. 먼저, 기후나 재배환경의 변화를 감안할 때 각 지역에 적합한 다수확, 고품질 품종의 개발이 필요하다. 들깨의 품질이나 기능성분이 재배지역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희 농업연구사는 “종실용 및 잎들깨용 품종이 개발, 보급되고 있지만 재배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연구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재배특성, 수량성 및 생산성, 품질특성을 감안한 지역별 우수품종의 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계화재배에 적합한 품종 및 재배법의 개발과 보급도 시급하다. 백태현 팀장은 “들깨는 생육기간 중 도복과 수확할 때 종실의 탈립이 쉽다는 애로사항이 있다”면서 “내도복성과 내탈립성 품종의 개발과 함께 기계화재배에 적합한 재배양식 및 기계의 개발과 보급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한다.

들깨 기능성분에 대한 연구, 등급이나 품질관리의 표준화, 수확 후 관리기술 향상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들깨의 세계화나 수출 확대를 위해 효능이나 기능성분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명희 연구사는 “어떻게 착유한 것이 생들기름이란 정확한 정의가 없으며, 저장방법에 따른 품질차이도 크다”면서 “들기름의 오메가-3 지방산은 몸에도 좋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산패되는 단점도 있는 만큼 저장기간 연장 방법, 수확 후 관리기술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들기름은 고온볶음압착, 저온압착, 초임계추출 등 추출방법이나 제조공정에 따라 맛이나 향, 성분 및 품질특성, 산패도, 산화안정성, 유통기한 등이 다르다. 따라서 착유법에 따른 체계적 품질등급화로 소비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제품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면서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연구 등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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