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대형마트·식자재업체 등
판매실적 떨어지자
저가 전략으로 대응
소비시장 전반 ‘저가미’ 확산

설 대목 앞두고도 쌀값 침체
2~3월까지 시장판도 이어질 듯


대형마트와 식자재업체 등 쌀 대량 구매처들이 산지 쌀값을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소매 업체들이 쌀 판매실적이 떨어지자 RPC 등 산지의 양곡 공급선에 품질보다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저가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양곡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산지 쌀값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후퇴되는 시장추세에 대해 대형마트 등 소비지 도소매업체들의 저가 납품 강요가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분기별로 납품계약이 이뤄지는 식자재 시장 또한 저가미 계약 위주로 흘러가는 등 최근 쌀 유통시장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지의 한 RPC 관계자는 “2019년산 조곡을 6만원 초반 대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가공과 포장비 등을 감안하면 쌀 출고가격이 20kg 포대에 4만5000원을 넘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도소매 납품처 공급가격이 4만3000원 이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세였던 조곡값에 비해 산지 쌀값이 보합세인 것은 소매처들이 단가 위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쌀 소비시장 전반에 걸쳐 저가미 추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쌀 시장에 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소매단계의 치열한 판매경쟁 때문이라는 것. 온라인 시장이 급팽창하고, 외식 불황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인 대형마트와 도소매업체가 저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쌀유통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태풍 피해 벼도 쌀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0월 21일부터 태풍 피해 벼 매입에 나서 1만8519톤을 완료했지만 10월 중순 이전에 이미 상당량 민간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부 양곡업자들이 태풍 피해 벼를 정상적으로 매입한 벼에 혼합해 도정 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가 산지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전남의 한 양곡유통 관계자는 “태풍 피해 벼에 대한 정부 대책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피해를 입은 조곡이 대량 거래됐다”며 “현장에서는 그 물량이 2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쌀시장 판도가 2~3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있음에도 쌀값이 침체되고 있는데다 판매량 또한 줄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중에 흘러든 태풍 피해벼도 당분간 더 유통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일선 RPC 관계자들은 “이번 설 대목에 쌀값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며 “3월을 전후해 쌀 소매시장이 반전되지 못하면 올 한해 쌀값이 약보합세를 지속하며 공급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역계절 진폭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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