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리농업은 개도국지위 포기 선언, 지속적인 시장개방 확대, 수급불안과 가격폭락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개도국 지위 포기가 현실화되어 농업이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되면 관세는 낮아져서 시장개방은 더욱 확대되고, 보조금은 크게 줄어들어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농산물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희생해야할 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선진국 진입의 필수 조건이다. 힘들었던 2019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해에는 농정당국에서 아래와 같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첫째, 농가소득 지지를 위해 공익형직불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작년 12월 27일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공익증진직불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부터 공익형직불제가 본격 시행된다. 공익형직불제는 쌀과 대농에 편중된 지금의 직불제를 품목 구분 없이 지급하고 중소농의 소득안정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올해 공익형직불제 예산 2조4000억 원은 농업인의 기대에 못 미친다. 2021년 예산은 3조 원 이상으로 늘려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둘째, 쌀 자동시장격리제 법제화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공익형직불제 도입으로 그동안 쌀농가 소득지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변동직불금과 목표가격도 2019년까지만 작용된다. 공익형직불제가 중소농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대농들을 위해서는 쌀 수급을 안정시켜 쌀값을 지지할 수 있는 쌀자동시장격리제의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수확기 쌀 생산량(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면 공급초과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하여 수급을 안정시키고, RPC등 유통주제들에게는 예측가능 한 경영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쌀 이외의 채소나 과수, 특작품목 등에 대해서는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행 채소가격안정기금을 확대 개편하고, 예산형태로 되어있는 수급안정사업을 기금화하여 정부, 지자체, 농협, 농가 등이 사전에 적립하여 필요한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약 5000억 원 이상의 야채수급안정기금을 만들어 수급안정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도 5000억 원 정도의 기금을 확보한다면 쌀을 제외한 농산물 수급조절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농업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국회는 지난 10일 15조7743억 원 규모의 2020년 농업예산을 확정했다. 내년의 전체 예산은 슈퍼예산으로 편성되어 전체 국가예산 512조3000억 원이나, 전체예산 중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농업을 살리기 위한 첫 단추는 정부예산 중 농업무문 예산을 최소 전체예산의 4% 이상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다섯째, 고향세(고향기부세)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고향세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고,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에 사는 출향민들이 농촌에 있는 고향을 돕는 고향사랑 기부제도이다. 지자체에서는 기부자에게 고향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답례품으로 증정하여 지역농축산물 판매확대 및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의 경우 2008년에 고향납세제도(고향세)를 도입하여 2018년에는 약 4조 원까지 증가하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수 국민들이나 도시민들은 도입에 긍정적이나,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반드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여섯째, 지자체는 농민기본소득제(또는 농민수당제)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농민기본소득제는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보편적 복지 성격을 갖는다. 세계적으로 EU, 미국, 일본 등은 농업의 다양한 공익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인식을 바탕으로 농업인들의 기본소득과 농민의 권익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농민기본소득제(또는 농민수당)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농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여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새해에는 농정당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우리농업을 지키고,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병완 농협RPC조합장전국협의회 회장·보성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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