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종으로 추석 출하…맛·저장성도 합격점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전남 나주에서 40여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덕주 씨가 고접갱신한 창조 배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2=신고 배보다 수확철이 보름 정도 빠른 창조 배.

신고보다 수확 보름 빨라
나주선 9월 10~15일경 시작
꽃눈 형성 잘되고 결실률 양호

지베렐린 처리 필요 없고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에는 제격
당도 높고 식감도 좋아

농가 품질차이 해소는 숙제


‘신고 배’는 우리나라 배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품종이다. 맛은 물론 저장성이 좋아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인기다. 다만 수확시기가 9월 하순부터로 추석 명절이 평소보다 이르면, 미숙과가 시장에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 육성 신품종 ‘창조 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맛과 저장성을 동시에 충족시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조 배는 이른 추석에 출하할 수 있는 중생종으로, 신고 배보다 수확이 보름가량 빨라 전남 나주에선 9월 10~15일 경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당도는 13브릭스 이상, 과일 무게는 700g 내외로 대과종에 속한다.

창조 배는 1995년 숙기가 빠른 ‘수진조생’과 식미가 우수한 ‘81-1-27’을 이용해 교배했으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강원도 춘천 등 10개 지역에서 지역 적응성을 평가했다. 이후 2009년에 창조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2013년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2016년부터 창조 배 재배에 뛰어든 이덕주 씨(전남 나주)는 “이웃에서 시험 재배용으로 키우던 창조 배를 맛보고 품종 전환을 결심했다. 당도도 높고 식감도 좋았다”며 “무엇보다 수확시기가 빨라 이른 추석이 있는 해가 오면 신고보다는 창조를 재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또 농가들에 따르면 창조 배는 꽃가루 양이 많으며, 나무 세력이 강해 새로운 가지 발생이 잘된다. 여기에 꽃눈 형성이 잘 되고 결실이 양호해 수확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장성도 신고 배와 비슷해 농가 입장에선 창조 배가 좀 더 유리한 출하 조건을 갖고 있다는 설명. 이덕주 씨는 “수확 후 실온에서는 보름 정도까지 놔둬도 괜찮고, 저온창고에 들어가면 2달 이상 또는 이듬해 설 명절까지도 괜찮은 것 같다”며 “맛도 좋은데다 저장성도 신고와 비슷해 창조 배 재배면적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덕주 씨는 기존 신고 배 나무에 고접갱신으로 창조 배를 늘려나가고 있는데 약 9900㎡(3000평)까지 재배면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 창조 배

창조 배의 무게는 700g 내외인데, 요즘 나오는 신고 배보다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따라서 수확량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잘만 키운다면 신고 배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소득 면에선 오히려 낫고, 핵가족 사회로 접어든 요즘 소비자 트렌드에도 맞다는 평가다.

더욱이 신고 배보다 수확시기가 빨라 성장촉진제인 제베렐린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창조 배의 경우 지베렐린 처리를 하면 오히려 과육이 물러지거나 맛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농가들은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이덕주 씨는 창조 배의 시장성은 더 높다고 판단한다. 그는 “농협에서 지베렐린을 쓰지 않으면 지원을 하는데다 이런 점이 소비자들에게 잘 홍보된다면 더 인기를 끌 것”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은 지베렐린 처리 농산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오히려 창조의 재배 특성이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창조 배는 시장에서도 만족할만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은 농가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는 것이 해결 과제다. 가락동 서울청과 박상혁 경매사는 “출하시기를 볼 때 중조생종으로 봐야 하는데 상품을 잘 만들어 내면 앞으로의 반응은 괜찮을 것 같다”며 “식감이나 당도를 볼 때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창조 배 A급 상품을 몇 번 팔아봤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재구매 의사를 밝혀 왔다”며 “그만큼 상품만 잘 만들어 내면 수요는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또한 조생종보다 저장성이 좋은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그는 “조생종 배보다는 확실히 저장성이 좋고 신고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면서 “저장성이 긴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상혁 경매사는 아직 시장에 나오는 창조 배의 품질이 다 높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10명 중 상품을 아주 잘 만들어 내는 농가는 한 3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며 “신품종인 만큼 아직 농가에서 작물에 대한 경험이나 기술이 풍부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는데, 만약 창조 배 농가들이 신고 배처럼만 생산해 낸다면 충분히 시장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전남 나주에서는 창조 배 작목반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다. 창조 배가 앞으로 전체 배 재배면적의 85%를 차지하는 신고 배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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