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농산물 유통 달력 넘겨보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 해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매년 그랬듯 올 연말에 1년을 돌아보면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할 것이다. 날씨 변화에서부터 재배면적과 생산량 추이, 소비 동향, 유통업계 행사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는 농산물 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그럼에도 ‘유비무환’이라고 지난해 이른 추석처럼 사전에 점검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올해엔 특히 이른 설, 총선, 윤달 등 변수가 될 요인들도 많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달력을 한번 넘겨봤다.


이달 말 8년만에 가장 이른 설
주요 과일품목 수급 비상

결혼이나 모임 등 행사 주는 
4월 총선·5~6월 윤달 잇따라
제철 과일·과채 소비 저하 우려

10월 추석에 연휴기간도 충분
수급 걱정 없고 소비 확대 기대 


1월엔 농산물 소비 주요 대목인 설이 있다. 올 설은 1월 25일로 이르다. 지난해엔 2월 5일, 2년 전엔 2월 16일이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도 8년 만에 가장 이른 설을 맞게 된다. 설이 일찍 자리 잡으면서 주요 품목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무엇보다 과일 시장의 경우 설 대목이 짧고 대목이었던 설 이후 판매 기간이 길어 현재 가격 하락에 신음하는 감귤·만감류를 비롯해 저장 사과·배 등 주요 과일 품목 소비와 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영업이사는 “이른 설이 감귤과 만감류 등 겨울과 봄철 과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설이 일러 설 대목 판매 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매기가 떨어지는 설 이후 소비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며 “설에 최대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100일 남짓 남은 4·15 국회의원 선거도 농산물 소비 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다. 보통 대선과 총선 등 국가적으로 굵직한 선거가 있는 해엔 소비력이 떨어진다. 물가 안정이 선거 주요 화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선거법 저촉 우려로 동창회, 지역 모임 등 행사가 잘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정치권에선 쌀과 감자 가격이 높다는 식의 여론전으로 공방을 벌인 전례가 있다.

올해엔 4년마다 오는 윤달이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걸쳐있다. 올 윤달은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다. 윤달엔 결혼이나 행사를 잘 하지 않는 관례상 행사가 가장 절정에 이를 5월 소비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결혼이나 행사에 자주 쓰이는 방울토마토와 참외, 수박 등 제철 과채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출하 계획을 세울 때 유념해야 한다.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장(나주하늘梨영농조합법인 대표)은 “올해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총선으로, 매번 국가적 선거가 있는 해엔 소비가 잘 되지 않았고 시세도 나오지 않았다”며 “거기에 총선이 끝나면 윤달까지 있어 소비에 악재가 이어진다. 농산물을 물가 안정의 표적으로 삼는 정치권 공방은 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여름철 이후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6~8월 공휴일이 모두 주말에 걸린 것도 소비력엔 지장을 줄 수 있다. 6월 6일 현충일, 8월 15일 광복절 모두 토요일에 닿아있다. 반면 한여름에 진행될 제32회 하계올림픽은 소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월드컵 4강 신화처럼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거나 국민적 관심이 있는 경기엔 소비력이 살아날 수 있다. 경기 시간도 우리와 시간대가 같은 일본에서 열려 주요 경기가 소비가 잘 이뤄지는 저녁 시간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높고, 일부에선 욱일기와 방사능 먹거리 논란 등으로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어 올림픽 특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설과 함께 농산물 주요 대목인 추석은 상당히 일렀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늦게 자리 잡혀 있다. 10월 1일이 추석인 데다 앞뒤로 5일 연휴까지 끼어 있어 추석은 농산물 수급과 소비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농산물 가격이 침체한 데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겨울채소를 시작으로 봄철 마늘·양파 등 양념채소류에 이어 하반기 과일류까지 전반적으로 지난해 농산물 가격은 좋지 못했다. 이와 관련 언론이나 통계 기관에서 가격이나 생산량 비교를 그 전년과 대비해서 하는 경우가 많기에 올해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올랐어도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가격이 ‘급등, 폭등했다’는 식의 농산물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심창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산물유통대책위원장은 “농산물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는 배제한 채 유독 농산물만 가격이 조금 오르면 폭등 식으로 몰고 가고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인식한다”며 “특히 지난해엔 양파와 마늘을 비롯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많았는데 이와 올해를 비교해 가격이 급등했다는 식의 여론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농산물 수급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잡고 이를 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