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한국농어민신문에게 바란다!

2020년 경자(庚子)년이 밝았다. 지난해는 농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문제인 대통령의 농정공약이었던 공익형직불제 예산이 마련됐고,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농업의 현실은 여전히 녹녹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현장 농민들이 전문언론 정론지인 한국농어민신문에 바라는 것도 많아 보인다. 본지에서는 2018년에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현장 대표 농업인들이 직접 신문제작에 참여하는 ‘명예편집국장’제도를 운영했다. 이들 6명의 명예편집국장들에게 올 한해 현장에서 바라는 신문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근 한농연경북도연합회 협동조합발전연구위원장
“농민들의 고발 해결 위해 노력을”

무엇보다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제대로 전달하는 언론이 하나라도 있어야겠고, 그 역할을 한국농어민신문이 충실히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농민수가 줄다보니 표도 줄고, 또 농촌인구가 고령화되다보니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언론들도 농업현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일례로 지난해 상주지역에서는 구미보 개방으로 인해 낙단보 인근 농민들이 지하수 고갈로 큰 피해를 입었었다. 피해 초기에는 여러 언론사에서 찾아와 보도도 하고 해서 곧 피해보상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는데 2월에 입은 피해를 10개월이 지나서야 보상받았다.

그것도 알아보니 피해조사 규모의 1/4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예고도 대책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 개방을 했으면 적어도 ‘피해보상은 충분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문제들이 고발되고 그것을 계기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농민들의 언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고발해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역할에 한국농어민신문이 더욱 나서주기 바란다. 


#강삼규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자문위원
“농산물 제값받기 등 여론 환기 중요”

지난해는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1호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희망이 들지 않는 것은 농정의 주체인 농민들의 구심력이 너무나 미약하고, 농민들도 자생력을 배양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없어 농정의 틀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익형직불제가 농민을 더 죽이는 독약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면서 농민은 따라오라는 식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다.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제값을 받고 팔고, 필요한 영농자재와 농사자금을 저가로 공급받고, 농업소득은 보장받기를 원한다. 이 일을 누가 해주겠나? 농민의 운명은 농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또 정부를 비롯한 농업계가 이일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나설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한국농어민신문이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지금도 우리농정은 행정주도의 농정으로 시행착오만 거듭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도 4차산업시대 스마트농업을 주창하고 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마인드는 시대변화에 뒤쳐져 있다. 우리 한국농어민신문이 미래농업을 대비하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애써주시기를 바란다.


#안재홍 한농연 서귀포시연합회장
“개방된 시장 정보 상세히 다뤘으면”

감귤가격이 좋지 않아 상당히 어려운 해였다. 가격이 떨어진 건 지난해 극조생종이 나가야 하던 9월 이어진 태풍과 장마로 인해 당도가 높지 못했고, 출하도 늦춰지면서 본격적인 노지감귤 출하와 맞물려 ‘올해 감귤은 당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갖게 된 영향도 있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제주에는 한 차례도 비가 오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좋아 지금 나오는 감귤은 당도도 높아졌다. 조금 세세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농업전문지인 만큼 이러한 현장 상황을 속속들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농산물 시장개방도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감귤같은 경우는 2월 이후 들어오는 오렌지와 대표적인 경쟁관계인데, 이에 대한 정보가 적다보니 일단 농가에서는 2월전에 출하하려는 경향이 높다. 오렌지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 출하를 해야 한다는 우려로 인해 지난해 같은 경우도 이전 가격은 좋지 않다가 3월부터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현장에서 해외현지 작황정보와 수입정보를 보다 자세히 알고 있었다면 우려에 따른 출하집중도 조금은 낳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시장 개방을 더 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미 개방된 시장에 대한 정보는 알아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이런 부분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다뤄줬으면 좋겠다.


#정정호 한농연 평택시연합회장
“믿음이 가는 차별화된 기사 기대”

언론은 자유가 최고의 덕목이다. 이것을 중심에 놓고 현장을 대변하는 그런 신문과 기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해야 한다. 독자가 뭔가 느끼는, 믿음이 가는, 차별화된 기사가 지면에 많이 게재되도록 해 달라. 기자들도 농업과 농업인을 대변하는 언론인으로서 위축되지 말고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 언론이 힘이 되어야 한다.

지면 신문이 위기라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켜면 여러 가지 뉴스를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적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면이든 스마트폰이든 간에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독자는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찾아 읽게 된다. 핵심은 그 속에 무엇을 담느냐는 것이라는 말이다.

또 한국농어민신문은 우리 농업인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의 매체가 돼야 한다. 따라서 독자 확대 문제도 꼭 농업인으로 한정짓지 말고 일반 시만을 대상으로 한 시도가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지역 농·축협 등의 조합원 제도를 보면 여러 부류의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도 농업에 대해 알리는 일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야 농업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다. 팬은 칼보다 강하다.


#노홍기 한농연 광주광역시연합회장
“농민들 입장에서 문제 풀어나가야”

올 한해도 농민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농민들이 있는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해나가는 데 주력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펼쳐 읽고 싶은 새로운 내용이 있는 신문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지금은 생산을 해 놓는다고 해서 팔리는 시대는 아니다. 그러다보면 수익이 나지 않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뭔가를 새롭게 해보려는 의지도 생기지 않게 된다. 농민들 입장에서 생산전망과 가격은 먹고 사는 일이다.

그래서 실제 농민에게 득이 되는 이런 기사 한 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공한 농민의 사례가 소개된다면 그것을 보고 배울 수도 있고, 품목에 따라 올해 생산되는 량이 많을 것인지 적을 것인지, 틈새품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이 농가에게는 중요한 정보다.

가격이 들쭉날쭉해 수익이 안정되지 못하면 현장농민들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보조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보조:자부담이 6:4 또는 5:5이다. 이게 누적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도 많고, 무엇보다 100원 투자하면 하다못해 50원이라도 나온다는 보장이라도 있으면 투자를 해 볼 것인데, 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어려운 주문이지만 한국농어민신문이 사명감을 가지고 농민의 입장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풀어나가 줬으면 좋겠다.


#박주욱 한농연 양양군연합회장
“현장에 도움 주는 분석기사 필요”

성공한 농업인에 대한 분석기사를 시리즈로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 작목을 선택하면서 신규로 농업현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젊은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농업현장에서는 새롭게 나오는 각종 통계자료가 요긴하게 쓰인다. 하지만 원 통계자료 그대로를 가지고는 ‘이걸 어떻게 분석해서 이용할지’ 하는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 단순히 통계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통계가 미칠 향후 파장이나 가격 전망 등에 대해 분석해 전해준다면 농민들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벤치마킹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하는 농가를 선정해서 그 농가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분석해 준다면 농업현장에 있는 농민들에게는 현실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일반 작물같은 경우는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어디에서는 갈아엎고, 어디에서는 또 가격이 폭등했다고 하고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것을 미리 예측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겨울방학에 들어가면 딸기 수요가 줄어드니까 온도를 낮춰 생산량을 조절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식과 같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사를 ‘단편적으로’가 아닌 ‘분석적으로’ 많이 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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