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2019년 전국의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 이다. 불교경전에서 볼 수 있는 머리가 두 개인 새로,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을 품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사회에 유난히 갈등이 잦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성 갈등’이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여성이 받아온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 갈등은 각종 서적과 영화를 통해 증폭됐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하나둘 수립되고 이행되자 여성들은 당연한 권리를 늦게나마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 반가움을 표했지만, 일부 남성들은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농업계에는 성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여성농업인들이 오랜 시간 염원했던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인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됐다. 농업계에선 남녀구분 없이 농촌여생정책팀의 신설을 반겼고, 앞날을 응원했다. 농업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농촌여성정책팀은 여성농업인의 권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여성농업인도 출산 후 출산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고, 다양한 여성용 농기계 개발을 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특히 가장 주목할 점은 농업·농촌 분야에 미흡했던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을 위한 교육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양성평등 교육은 내년에는 농업인 대상 장기교육과정으로 확대 추진하고, 농촌 현장에서 양성평등과 폭력예방 등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여성농업인 양성평등 전문 강사도 육성할 계획이다. 중앙부처인 농식품부가 움직이자 일부 지자체에서도 현장의 양성평등 확산을 위한 ‘성평등 강사단 양성’ 등을 진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양성평등을 강요하기보다 교육을 통해 무엇이 불평등이고 어떻게 양성평등을 이뤄야 하는지 알게 되면 양성평등 인식 확산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 부디 올해에는 농업·농촌에 양성평등 인식의 확산으로 남성농업인과 여성농업인이 농업·농촌에서 함께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임을 깨닫는 ‘공생지조(共生之鳥)’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안형준 기자 전국사회부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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