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쥐는 다산과 풍요이자 부지런하며 영리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만큼 지혜롭고 생존적응력이 강해 희망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농업인 모두 풍요로운 결실을 얻어 희망이 넘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사람·환경중심 농정구현 기대

지난해 농업계는 다사다난의 연속이었다. 농민들은 국회의 쌀 목표가격 미확정으로 변동직불금도 수령하지 못한 채 농사를 시작했다. 봄부터 월동배추 등의 채소값 하락이 지속되더니 5월 이후 양파와 마늘 수확시기 정부의 늑장대처로 가격폭락이 이어졌다. 정부가 뒤늦게 산지폐기와 시장격리 등에 나섰지만 하락한 가격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허가축사 적법화도 9월 이행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제되지 못한 축산 농가들이 합리적 해결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특히 9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병해 전국을 돼지열병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기 파주·김포·연천과 강화도의 모든 돼지가 매몰 처분돼 이들 양돈농가들은 언제 입식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정부의 신속한 해결과 입식을 호소하고 있다. 가을에는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이 3차계나 강타해 농산물 피해가 속출했다. 수확을 앞둔 과수원과 벼는 물론 시설하우스, 바다양식장 등이 집중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지위 포기 선언으로 향후 FTA 재협상 과정에서 민감 품목으로 분류된 농산물의 수입개방 요구가 거세져 수입품목 확대 우려를 낳고 있다.

다행히 쌀값은 80kg 1가마 19만원대로 안정세가 지속돼 농가의 시름을 덜었다. 다만, 정부가 선언한 513% 관세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의 국별 쿼터에다 밥쌀용 수입은 방어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울러 희망에 부풀었던 남북농업교류 재개가 북미관계 교착으로 실행되지 못한 점은 극복 과제로 남았다.

연말에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가 4월 25일 출범 이후 조직 구성과 함께 전국 순회 여론수렴을 거쳐 미래농정 전환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특위 보고대회에서 ‘농정틀 대 전환’을 천명하며, 사람·환경중심 농정구현을 제시한 점을 주목한다.
올해 농업계가 당면한 현실도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국가 전체 예산 9% 신장에도 불구하고 농업예산은 제자리여서 ‘농업은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 공약이 무색한 현실이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공익형직불제의 정착 여부도 관건이다. 정부의 2조4000억원 예산은 농업계가 요구한 최소 3조원과 거리가 멀고, 변동직불제 폐지에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도 과제다.

새해는 혁신의 한 해 되기를

이달 31일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있다. 농협회장 선거도 직선제 개정이 무산돼 간선제로 치러진다. 현재 13명의 예비후보가 활동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진정한 농협개혁과 조합원을 위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조합원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다. 농촌지역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후보 선출은 물론 농업현안을 정당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농업계 전체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농정의 틀을 바꿔 대선공약에서 내세웠던 지방중심, 현장중심의 농정이 뿌리내릴 수 있는 혁신의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야만이 대통령이 내세운 농수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는 물론 푸드플랜을 통한 안전한 먹거리 제공 및 더 스마트한 농업과 살고 싶은 농어촌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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