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물복지로 차별화에 성공 ‘대진목장’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전대규 대표(왼쪽)는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농장과 초지를 오가며 목장을 관리한다. 이 같은 부지런함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어머니(사진 우측, 김노순 씨)의 영향이 크다. 낙농이 꿈이었던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전대규 대표가 어머니와 함께 젖소들에게 조사료를 주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새해가 반갑지만은 않다. 지난해 힘겹게 무허가 축사 적법화라는 고비를 넘겼지만 올해는 퇴비 부숙도 검사 시행이라는 새로운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양돈산업을 폭격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이라는 폭탄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2020년에도 축산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그래서 계속되는 위기를 슬기롭게 대응해서 극복해 나가는 농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보는 새해를 맞아 두 차례에 걸쳐 철저한 관리로 각종 질병으로부터 농장을 지키고 있는 양돈농가, 동물과 사람을 위해 동물복지를 시행하는 낙농가를 소개한다.


“발효 잘 된 조사료 먹어야 건강”
조사료 직접 재배·발효제 투입
톱밥 자주 깔아주고 청소도 수시로

“유량 적어도 젖소 건강이 최우선”
욕심 없이 일일 유량 30kg 유지
유방염 등 질병 줄고 농장 관리 편리
당장 수익 줄어도 장기적 개선 기대

“기본부터 실천…정리정돈부터”
동물복지 실천 농가들 모여 
지난해 ‘행복드림영농조합법인’ 설립


공장형 축산. 높은 생산 효율성을 위해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가축을 사육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 방식은 고기를 먹기 위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공장형 축산이 각종 질병에 취약한 것은 물론 가축과 환경,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공장형 축산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동물복지다. 동물복지는 식용으로 소비되는 가축이 최대한 청결한 곳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권리를 포함한다. 한국 정부도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 농가들이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 축사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줘야 하는 인증기준 때문이다. 매년 인증농가들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전체 농가 대비 인증농가 비율은 1.3%(2018년 기준 198개소)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적잖은 축산 농가들이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데 성공한 전대규 대진목장 대표도 이 같은 축산 농가 중 한 곳이다. 사실 대진목장은 2008년 HACCP 인증, 2011년 무항생제 인증, 2012년 유기농 인증을 각각 받았고 오랜 준비 끝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도 획득할 만큼 농장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대진목장(사육두수 110두)을 운영하고 있는 전대규 대표는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솔직히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앞서 가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인증 소감을 밝혔다.
 

▲ 매일 두 차례의 착유가 끝난 직후 김노순 씨는 착유실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청결한 환경에서 젖소가 자라야 좋은 우유가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물복지 인증목장과 일반 낙농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농후사료와 조사료 비율이 다르다. 통상 낙농가들은 농후사료 6, 조사료 4의 비율로 젖소에게 사료를 주지만 대진목장은 조사료 6, 농후사료 4 비율이다. 조사료는 직접 구입한 8만평의 부지에서 수단그라스, 옥수수, 연맥 등을 직접 재배하고 건초 등은 구입한다. 전대규 대표는 “직접 재배한 조사료에 발효제를 투입한다. 발효가 잘 된 조사료를 먹어야 젖소들이 건강하기 때문”이라며 “젖소도 대접받은 만큼 송아지와 우유를 우리에게 준다”고 말했다.

달라진 젖소의 건강 상태도 눈에 띈다. 전대규 대표는 “예전에는 착유량이 3톤을 넘었지만 동물복지 인증을 준비하며 2.5톤으로 감소했다. 단기적으로 수익은 줄었다”며 “배합사료 비율을 늘리면 수익은 증가할 수 있지만 아픈 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젖소들의 평균 산차가 2.1산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물복지를 실천하면서 농장 관리가 훨씬 편해졌다”며 “유방염 등 질병 발생률이 줄었고 똥을 치우는 횟수도 줄었다. 소가 건강해졌고 편해보였다. 앞으로 건강해진 소의 산차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수익성도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축사 내 톱밥도 자주 깔아주고 청소도 수시로 한다. 착유실도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다. 젖소들을 위한 조치이자 우유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전대규 대표는 “소비자들이 똥으로 가득 찬 축사를 본다면 우유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느냐. 그들의 입장에서 우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진목장의 마리당 일일 유량은 30㎏. 하지만 유량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지 않는다. 전 대표는 “농후사료 비율이 높을 때는 35㎏ 이상 나왔지만 우유를 무리하게 뽑는 건 젖소를 혹사시키는 격”이라며 “유량이 다소 줄더라도 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기준에 따라 생산된 우유는 행복드림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유통된다. 행복드림영농조합법인(대표 이국하)은 전대규 대표처럼 동물복지를 실천하려는 낙농가들이 2018년 9월 설립한 조직이다. 이곳에 참여하려면 농장 HACCP과 무항생제, 동물복지 인증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행복드림영농조합법인에는 천안·논산·보령·전주에서 10농가가 참여해 매일 원유 23톤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원유는 다양한 테마의 제품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이국하 대표는 “우리가 생산한 우유는 상위 1% 내 목장에서 생산된 차별화된 원유”라며 “차별화된 원유를 기본으로 제품과 품질로 승부하겠다.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도록 노력과 협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까지 완료한 전대규 대표는 동물복지 인증을 준비하는 농가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단 기본부터 실천하자. 정리정돈부터 시작하고 소를 더 자주 쳐다보자. 이 같은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새로운 인증제가 도입될 경우 또 다시 도전하겠다는 전대규 대표의 말이 믿음직스럽다. 그가 정성스럽게 키운 젖소가 생산한 우유 한 잔이 마시고 싶지 않은가?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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