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남방 수출전략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2020년 농식품 수출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시장다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농식품 수출은 신선농산물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일본의 무역제재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다행히 농식품 수출은 큰 타격을 받진 않았지만, ‘2012년 일본의 혐한류’와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농식품 수출이 급감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시장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다변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신북방 수출전략’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은 없는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베트남·태국 등 10개국
인구 60% 이상이 35세 이하
‘세계서 가장 젊은시장’ 주목

‘최대시장’ 베트남 거점 
태국·라오스 등 확산
연간 400만명 신생아 태어나는
인도네시아시장 개척에도 열심
미얀마는 검역협상 대비
농식품 수출실적 쌓아둬야

신남방지역 수출 비중 확대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


◆신남방 농식품 수출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농식품 수출이 급감하자, 농식품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신남방 수출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수출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 미국 등 3국의 수출비중은 2018년 기준 46.7%로 전체 농식품 수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농식품부는 주력시장 다변화를 위해 신남방지역에서 신선농산물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신남방지역의 열악한 물류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베트남의 대도시 등에 콜드체인시스템을 지원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정수연 사무관은 “신남방 국가별로 농식품 검역 등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 농식품이 신남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신남방 국가의 경우 30대 젊은 세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한류와 연계한 온라인 홍보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신남방의 가장 큰 시장이자, ‘런칭시장’으로 평가되는 베트남을 집중 공략해 신남방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대다수 농식품이 베트남을 거쳐 인근의 태국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영유아 식품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사무관은 “인구가 2억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다소 폐쇄적인 시장이긴 하지만 연간 4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며 “현재 유제품과 조제분유 수출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상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 시장이 열리면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개척 시장으로 분류되는 미얀마도 관심 국가 중 하나다. 정 사무관은 “미얀마의 경우 검역협상 자체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우리 농식품이 자유롭게 수출되는 국가”라며 “농식품 수출실적을 쌓아두면 향후 위험평가 등 검역협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남방 정책의 성과

농식품부는 기본적인 수출물류비 외에도 신남방 국가별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 2019년 11월 기준 12억4000만달러의 농식품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신남방지역의 수출비중이 일본과 비슷한 20% 수준까지 상승한 것이다. 

개별 국가별로 보면 베트남의 경우 박항서 감독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열악한 물류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콜드체인사업 등을 지원해 최근 3개년 신선과실류 수출 평균증가율이 56.4%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신선농산물 전용관인 ‘K-Fresh Zone’ 운영을 확대해 2017년 이후 3년간 약 2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태국의 경우 온라인 홍보 등을 지원해 딸기 수출이 2019년 10월 기준 493만7000달러로 크게 늘었다.


◆신남방 시장 현황
신남방 국가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로, 6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시장이다. 특히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이하의 청년인, 세계에서 가장 젊은 시장으로 손꼽힌다. 역내총생산(GDP) 규모는 2조9000억달러로, 최근 10년간 5%의 평균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4108억달러로 집계됐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재래시장에서 현대식 유통채널로의 전환기에 접어들어 글로벌 대형유통매장, 편의점 등 다국적 유통기업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연평균 32%씩 성장, 2025년에는 87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온라인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현장 목소리는
더위·물류비 부담 등 애로…“국가·품목별 맞춤형 지원을”

냉장창고 등 물류시스템 뒷받침
할랄인증 관련 지원 확대
고려인삼 홍보 강화 급선무
딸기 신품종 개발 서둘러야


신남방 지역에서 한국 농식품은 한류열풍과 대기업 진출로 긍정적인 국가브랜드를 형성,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비관세 장벽 △인종별 다양한 문화 △뜨거운 기후와 열악한 물류시스템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애로사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남방 수출확대를 위해 국가별·품목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국가별 전략상품으로 선정한 품목에서도 예외 없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국가별 전략상품은 △베트남은 인삼, 배, 포도 △태국은 딸기, 감 △인도네시아는 버섯, 배, 음료 등이다.

배 수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출물류비를 동남아와 중동, 미주, 유럽, 극동아시아 등으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는데, 중동과 가까운 동남아 국가의 경우 다른 신남방 국가보다 물류비가 많게는 2배까지 더 들어간다”며 “수출물류비를 거리에 따라 차등해 국가별로 세밀하게 지원하면 신남방지역 수출확대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버섯업계 관계자는 냉장창고 등 물류시스템 지원을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은 샤브샤브 문화권으로 버섯을 많이 소비하지만 저가의 중국산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태국과 말레이시아 현지에는 일본 버섯업체가 진출하는 등 신남방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최근 미개척 시장인 미얀마 진출을 추진 중에 있는데, 물류인프라가 너무 열악해 냉장창고를 빌릴 곳이 없어 현지 바이어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삼업계는 신남방 시장 확대를 위해 할랄인증 지원과 ‘고려인삼’에 대한 홍보강화를 주문했다. 인삼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신남방 일부 국가는 할랄인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할랄인증과 관련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신남방 시장의 경우 고려인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고, 홍삼 엑기스가 아닌 저가의 음료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인삼의 저변확대를 위한 홍보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고 스타상품 중 하나인 딸기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품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딸기 수출업체 관계자는 “태국의 관세인하와 베트남의 한류열풍으로 수출이 늘었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선 품종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주요 수출품종인 ‘매향’의 경우 기형과 비율이 높고, ‘설향’은 경도가 쉽게 물러지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수출에 적합한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노·최영진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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