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산물 축제인 ‘파주장단콩축제’에는 방문객이 16만명이 넘고, 직접경제효과만 113억원에 달한다.
▲ 장단콩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메주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농산물 고유의 특성과 품질, 생산량 등을 1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종자고, 우량종자의 확보는 농업의 시발점이자 식량주권을 지켜가는 열쇠다. 그런데, 새로운 품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육성목표에 맞는 개체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선발하고, 생산력 검정, 지역적응시험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업현장에 보급된 우수품종은 농가소득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데,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대원콩’이 대표적이다. ‘대원콩’은 국산 장류콩의 80%를 차지한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품종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1인당 연간 콩소비량 6.4kg
사료용 포함 전체자급률 6.3%
식용자급률도 25.4% 그쳐
우수 콩품종 개발·보급 박차

대원콩, 국산 장류콩 80% 차지
파주 장단콩축제 주력품종
수량성 좋고 기계수확도 가능

#팔방미인 콩, 산업 및 문화콘텐츠 소재로 활용


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먹는 된장, 간장 등 전통음식의 원료이고, 최근에는 콩에 포함된 유효성분의 효과가 부각되면서 웰빙식품으로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콩으로 만든 두부, 두유, 콩고기, 콩햄 등은 세계인이 즐기는 요리재료다. 콩에는 이소플라본, 사포닌, 렉시틴, 피틴산 등 매우 다양한 물질이 함유돼 있어 기능성 식품소재로 활용된다. 또한, 콩기름을 이용한 비누, 콩 단백질을 원료로 한 접착제, 플라스틱, 잉크, 바이오디젤, 콩섬유, 화장품원료 등 친환경산업의 소재로도 활용된다. 콩을 주제로 한 축제나 체험관광, 전시관, 콩 요리 전문점 등에서 보듯이 훌륭한 문화콘텐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감안했을 때도 콩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물이다. 콩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비료를 적게 줘도 잘 자라며,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다른 작물과 작부체계에도 적합한 환경친화형 작물이다. 쌀 소비감소에 따른 수급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논의 벼를 대체하면서 주곡인 쌀의 가격안정 및 수급조절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은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산 콩의 생산성을 더욱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 1970년 만해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콩소비량이 5.3㎏수준이었는데, 전체자급률이 86.1%, 식용자급률은 92.3%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1인당 연간 콩소비량은 6.4㎏으로 높아졌으나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자급률은 6.3%에 불과하고, 식용자급률도 25.4%에 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 도농업기술원 등지에서 우수한 콩 품종을 개발, 보급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확산되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아졌음에도 국내 생산량은 하락추세다. 1970년의 경우 29만5000ha에서 23만2000톤이 생산됐고, 10a당 수량은 79㎏이었으나 2018년에는 재배면적은 6만3000ha, 생산량은 10만6000톤에 불과하다. 다만 10a당 생산량은 177㎏로 높아졌다.
 

▲ 이혁근 한국콩연구회장의 농장에는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시험 중인 다양한 콩 품종들이 재배되고 있다.


#12년 연구 끝에 탄생한 ‘대원콩’

‘대원콩’은 1997년에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현 국립식량과학원)이 콩의 용도별 품종육성 사업을 통해 개발한 품종이다. 1986년에 우량계통 선발에 들어갔고, 1997년 주요 농작물 종자협의회에서 장려품종으로 결정됨과 동시에 ‘대원콩’으로 명명됐다.

‘대원콩’의 육성 경위에 대해 윤홍태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중부작물과 농업연구관은 “전통식품 중 수요가 가장 많은 장류, 두부용 콩의 우량품종 개발을 위해 추진된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면서 “양질다수성이면서 장류용으로 가공적성이 높은 신품종 육성을 목표로 1986년 여름에 인공교배를 실시한 후에 우량계통을 선발해 육성했다”고 기억한다.

‘대원콩’은 교배육종을 통해 만들어진 품종인데, 전통적 방식인 교배육종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은 시간 및 확률과의 싸움이다. ‘대원콩’도 최초 인공교배에서부터 품종특성이 고정되고, 보급종이 될 때까지 12년이란 육성기간이 소요됐다. 교배조합에서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육성목표에 맞는 개체를 선발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생산능력검정, 지역적응성시험 등을 거쳐 보급종으로 선정됐다. 고유한 품종특성이 일관되게 발현돼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기간이 길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원콩’의 특성과 관련, 윤홍태 농업연구관은 “크고 둥글다는 뜻에서 ‘대원콩’이란 이름을 붙였다”면서 “품종명에서 보듯이 대립으로써 성숙했을 때 협색 및 입질이 양호하고, 특히 콩 모자이크병 등 각종 병해에 강하며, 수량성 또한 우수한 품종인 것이 입증돼 장려품종으로 선발됐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수량성이 높았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수원에서 실시한 생산력검정시험에서 수량이 10a당 365㎏으로 대비품종인 ‘만리콩’ 293㎏과 비교해 25%가 증수됐다. 또한 1995~1997년 전국 10개소에서 실시된 지역적응시험에서도 10a당 293㎏으로 ‘만리콩’ 273㎏보다 7%가 더 증수돼 다수성임이 입증됐다. 이와 함께 윤홍태 연구관은 “품종이 보급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 품종은 ‘대원콩’이 유일하다”면서 “콩을 늦게 수확하거나 기계로 수확할 때 콩알이 튀어 땅에 떨어질 경우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데, ‘대원콩’은 조금 늦게 수확해도 안전하고, 기계수확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 수확을 앞둔 대원콩. 수량성이 높고 탈립이 적어 기계수확에 적합하다.


#콩 주산지 파주에서도 ‘대원콩’이 대세

새로운 기술이나 품종이 확산되면 그 효과가 농업발전을 넘어 지역성장으로 이어진다. 콩 주산지인 경기도 파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도 ‘대원콩’이고, 매년 11월에 열리는 ‘파주장단콩축제’의 주력품종도 ‘대원콩’이다.

파주시의 2019년 콩 재배현황을 보면 654곳의 농가가 1039ha에서 백태, 서리태, 쥐눈이, 기타 유색콩 등을 재배하는데, 품종별로는 ‘대원콩’이 711ha나 된다. 장흥중 파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진흥과장은 “축제 초창기에는 ‘태광콩’이 주력이었는데, 불마름병에 약하고, 기후변화로 지역적응성이 떨어지면서 ‘대원콩’으로 교체했다”면서 “2~3년 간 품종을 비교하는 포장에서 재배해본 후 본격 확대했다”고 설명한다.

수량성이 좋고, 기계수확이 가능해 생산비는 줄고, 생산성이 좋아진 것이 ‘대원콩’이 확산된 이유다. 파주시 적성면에서 11만5500㎡(3만5000평) 규모의 콩 농사를 짓는 이혁근 한국콩연구회장은 “1980년대에는 ‘황금콩’이 재배됐고, 90년대에는 ‘태광콩’이 주류였는데, ‘대원콩’은 2003년경에 처음 재배했다”면서 “축제에 나갔는데, 콩을 매입해간 곳에서 품질, 가공적성이 우수하다고 호평하면서 현재까지 ‘대원콩’ 위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전한다. ‘대원콩’은 만생종이면서 성숙 후에도 탈립이 잘 되지 않아 수확량이 많고, 꼬투리가 높게 달려 기계수확에도 유리했다는 것이다.

특히, 파주시는 콩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 장흥중 과장은 “작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유통채널의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콩종합유통센터(SPC)를 보유한 북파주농협에서 연간 800톤을 매입하기 때문에 판로걱정이 덜하다”고 전한다. 생산 및 품질관리도 철저한데, 콩 전문생산단지가 17곳이나 되고, 83농가, 223ha가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인증을 받았다. 또한 북파주농협으로 납품하는 콩은 생산이력관리를 적용해 생산단계부터 판매단계까지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원료콩의 매입가격은 관내 농민단체들이 작황과 생산비 등을 감안해 매년 결정하는데, 수많은 교육과 회의 속에서 정착된 방식이다. 행정기관도 콩 산업의 활성화에 적극적인데, 파주시가 콩 소비처 확대 차원에서 지정한 ‘장단콩 전문점’도 92곳에 달한다. 전문점 인증업체는 상표사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파주에서 생산이력관리가 된 콩을 원료로 사용하며, 관리소홀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인증이 취소된다. 콩이 특화작목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장단콩축제’가 대표적이다. 파주시가 1997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장단콩축제’는 최전방 가까이에서 열리는 농산물 축제인데도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다. 2018년 11월 23~25일 열린 제22회 ‘장단콩축제’는 방문객이 16만명이 넘고, 직접경제효과만 113억원으로 분석됐다. 장흥중 과장은 “전시, 체험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장단콩축제’는 농산물 판매비중이 80%에 달할 만큼 농가소득 창출에 보탬이 된다”고 강조한다.


#‘대원콩’을 대체할 새로운 콩 보급 시급

콩이 한국인의 식생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기능성 제품의 원료나 친환경산업의 소재로 용도가 확장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사료용을 제외해도 25% 남짓이다. 그렇지만 소비추세를 반영한 품종개발과 생산기반 확보, 차별화된 유통경로 확보, 새로운 작부체계 보급 등이 뒷받침된다면 파주시처럼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자급률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새로운 품종의 개발이다. 윤홍태 농업연구관은 “생산자, 유통업체, 가공업체에서 ‘대원콩’을 여전히 선호하고, 종자보급체계를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품종육성 이후 20년이 경과하고 있는 만큼 ‘대원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체품종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연작피해를 줄이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작부체계나 재배기술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 장흥중 과장은 “콩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채나 호밀, 보리 등의 후작으로 재배하는 것을 시험해봤는데, 시기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면서 “콩을 녹비작물이나 잡곡류와 윤작하는 작부체계와 함께 여기에 맞는 품종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말을 맺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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