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반발, 부담, 한숨, 규탄, 논란, 반대…. 올 한 해 동안 본보의 주요 축산 기사에서 많이 접했던 단어들이다. 국내 축산 농가 입장에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보다는 풀기 어렵거나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던 게 그 이유일 것이다. 품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하고도 가격이 수입산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야 했고, 매년 악취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큰 질병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오히려 질병을 유입시킨 가해자 취급을 받기도 했고, 질병 차단 및 예방에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주범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물론 축산 농가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전국을 흔들었던 살충제 계란 사태처럼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사건도 있었고, 분뇨를 무단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농가도 있었다. 또 농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게 하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축산업계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또 생명을 다루는 축산분야의 특성상 농가가 가진 능력으론 완벽할 수 없는 부분이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질병 발생 및 확산이다. 축산 농가 중에는 자신이 가진 여건에서 최대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우수한 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농가들이 더 많다. 이런 농가들이 여러 사건·사고에 모두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악취 발생, 사육제한 등 여러 축산업 규제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국내 축산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10만 명을 넘던 한우 농가는 어느 새 9만호 밑으로 떨어졌고, 양돈 농가의 경우 6200여 농가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사육 기술의 발달로 아직은 축산물 생산량이 줄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 속에 축산 농가 및 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먼 훗날에는 축산물을 식탁에 올리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축산 농가들도 국민들에게 외면 받지 않기 위해 올해 큰 약속을 했다. 축산 농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안전한 축산물 공급, 방역규칙 준수, 철저한 분뇨 관리 등 기본을 어기는 농가를 엄격하게 단속한 후 배제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해에는 국민들도 축산 농가의 이런 노력에 한 번 쯤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연시, 가족·친구들과의 모임은 국내산 축산물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우정수 기자 축산팀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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