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21가지 북한 음식·문화

김양희 지음,
도서출판 폭스코너, 1만6000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최근 바둑기사 이세돌의 은퇴대국이 주목을 받았다. 최첨단 인공지능(AI)인 ‘알파고’에 이어 ‘한돌’과의 대결을 끝으로 파란만장한 바둑 인생을 정리해 세간에 던지는 울림이 크다. 현재로선 이벤트에 가까운 프로바둑기사와 인공지능의 대결이 앞으로는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를 일이다. 1980~1990년대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2020 우주의 원더키디’ 만화 속 배경 시대인, 그 ‘2020년’을 우리는 지금 맞고 있다.

과학문명의 변화와 달리 남북관계는 수십 년 동안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교착 국면에 묶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숱한 부침 속 악화 국면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분명한 점은 정치적, 국제적 셈법은 달라도 남북이 함께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꽤 많다는 것이고, 이런 역사적·민족적·문화적 자산들이 남북이 앞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뿌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식품영양학과 북한학을 모두 전공하고 현직 사무관(기획재정부 남북경제과)으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 김양희 작가가 최근 출간한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무슨 맛인지 궁금해지는 대동강숭어국이나 명태순대, 가재미식해, 털게찜, 단고기 등 21가지 북한 음식이 소개돼 있다. 널리 알려진 옥류관의 ‘평양냉면’이 진짜 어떤 맛인지, 평양 4대 음식의 내력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제는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될’ 북한 향토음식들의 유래와 요리법을 소개해 북한의 식문화는 물론 나아가 통일 한국 시대 한반도의 맛도 미리 접할 수 있다. 저자가 북한을 몇 차례 직접 방문하며 먹어본 음식의 맛과 추억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화해와 평화의 음식’으로 제주도 감귤과 통일딸기 이야기도 소개돼 있다. 감귤이 귀한 북한에서는 시장에서 귤 하나씩이 아니라 깐 채로 한두 쪽도 팔리고 있다는 얘기는 북녘으로 보내진 감귤이 북한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다. 남북 농업 교류 협력 사업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통일딸기’는 딸기 모종을 평양으로 보내 여름 내내 튼튼하고 병에 강한 아기 모종을 증식시켜 가을이 시작될 무렵 남쪽으로 들여와 맛도 좋고 병해충에도 강한 딸기를 남북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사례다. ‘통일딸기’가 맛 이상의 ‘감동’을 담고 있다는 의미를 이 책은 잘 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북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넓어지면, 공통점이 많다는 부분도 새삼 깨닫게 된다. “서먹한 사람들도 함께 밥을 먹으면 가까워지듯 음식이 만드는 평화의 힘은 적지 않다고 믿는 까닭”이라는 저자의 말이 그런 의미다. ‘통일을 기대하게 하는 북한 음식 이야기’라는 부제도 이를 말해준다.

저자는 “음식에는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상황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같은 음식문화를 가졌던 남과 북이 분단 후 70여년을 지나오며 다른 음식문화를 가지게 됐다”며 “이 글을 보고 독자들이 잠시라도 북한과 평화를 생각한다면, 나아가 그곳에 가서 평양냉면을, 송이버섯 요리를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한다. (김양희 지음, 도서출판 폭스코너, 2019년 12월 20일 발행, 1만6000원)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