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농협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세간의 눈길이 두 갈래로 쏠린다. 하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16일 사퇴한 김병원 전 회장의 행보이고, 또 하나의 시선은 내년 1월 31일에 치러지는 차기 회장 출마 후보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그것은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중요한 자리가 그동안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왔느냐, 또 앞으로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이는 누가 회장이 되어 봤자, 농협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농민 조합원과 상관없이 자기 잇속을 챙길 것이라는 경험에서 굳어져 왔다.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인 중앙회장 선거방식도 선거에 대한 농민조합원들의 관심을 차단하는 악법이다. 이명박정부 때 간선제로 개악한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예전처럼 조합장 전체의 직선제로 환원하라는 농민들과 조합장들의 거센 여론이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서 법 개정을 보류함으로써 이번 선거도 간선제로 치러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의 개혁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조합원과 조합 위에 군림하는 체제 그대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농산물 가격의 동반 폭락,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민조합원들이 최대의 위기에 몰린 지금, 농협중앙회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농협중앙회장은 조합과 농민조합원을 대표해 농협 조직을 이끌고 농민을 대변하는 자리다. 농민이 부여한 힘으로 권력의 꽃길을 걷는 게 아니라 농민조합원들과 동고동락해야하는 직책이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조합원과 조합의 중앙회로 개혁돼야 한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김병원 전 회장이나, 중앙회장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깊이 성찰하길 바란다. 농협의 주인은 농협중앙회장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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