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결의안 채택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입지제한지역 분포한 511곳
지자체 강제 폐쇄 땐 터전 잃어
주민 동의 등 이주도 쉽지 않아
현 지역서 사육할 대책 세워야

“퇴비 부숙도 도입도 3년 유예를”

낙농가의 18.8% 인식 못하는 등
내년 3월 25일 시행은 준비 부족


낙농가들이 입지제한 미허가 축사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퇴비 부숙도 도입 시기를 3년 유예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 18일 축산회관에서 개최한 2019년도 제4회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입지위반 미허가축사 구제방안 마련 및 퇴비 부숙도 도입 유예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낙농가들의 요구와 달리 정부가 입지제한지역에서 축산업을 영위하는 농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낙농가 5146호 중 9.9%인 511호가 입지제한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농가를 미허가 축사 적법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물론 입지제한 해소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지자체의 강제 폐쇄가 진행될 경우 낙농가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물론 낙농산업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홍사필 낙농육우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말대로 가축 사육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면 지자체 승인, 주민 동의 등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축산농가를 보호하려면 현 지역에서 계속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낙농가들은 가축분뇨법 개정을 통한 입지제한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입지제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낙농업을 영위한 경우 의무 허가 취소 및 폐쇄대상에서 제외하란 것이다. 또, 입지제한지역 지정 이후에 젖소를 키웠다면 의무 허가취소 및 폐쇄대상에서 삭제하는 것은 물론 행정처분 지자체에 재량권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허가 축사에 대한 적법화 기회를 부여하고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에 대해서는 이전 및 보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승호 회장은 “입지제한지역 낙농가들이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유지이며 국가가 헌법에서 규정한 재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국가정책에 의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입지제한지역으로 묶인 낙농가들의 생존대책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억지주장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낙농가들은 또 2020년 3월 25일 시행 예정인 퇴비 부숙도 기준 준수 의무화를 3년 유예해줄 것을 요구했다. 시행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적잖은 낙농가들이 퇴비 부숙도 기준 준수 의무화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낙농정책연구소의 지속가능한 낙농업 발전을 위한 퇴비 부숙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낙농가의 18.8%가 부숙도 검사 실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허가 또는 신고대상 농가의 검사 횟수에 대해서도 63.3%가 모른다고 답했고 검사시료 채취방법을 모른다는 농가도 60.7%에 달했다. 퇴비 교반에 사용하는 장비(교반기·콤포스트)를 보유한 농가는 1.6%에 그쳤다. 퇴비 부숙도 충족을 위해 퇴비사 증축이 불가피 하지만 정부는 퇴비사 건폐율 적용 제외, 가축사육거리제한 조례에 의한 퇴비사 설치 제한 완화 같은 제도개선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승호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 축산농가 모두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내년 3월부터 시행될 경우 많은 축산농가들이 과태료 처분 대상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퇴비 부숙도 시행시기를 2023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낙농육우협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안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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