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영암농협 유채·메밀 단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 전남 영암의 월출산 자락 논에서 유채와 메밀을 재배해 아름다운 농촌 들녘을 가꾸고, 고령호된 농가들이 소득을 올리며 삶의 질도 높이고 있다.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의 농촌마을에서는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활기를 잃어 가던 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 영암에서 2017년 ‘논 타작물 재배 단지화 사업’을 통해 유채와 메밀 재배를 시작하면서 월출산과 어우러진 6차산업 농촌들녘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부터 시범사업 시작
3년차인 올해 200여농가 참여
농지 경운·파종·수확 등
농작업 대부분 영암농협 대행
농가는 재배관리로 ‘분담’

메밀·유채 식재료로 활용
입소문 타고 도시민 발길
내년 식품사업 확대 포부 


▲논 타작물 계기는=전남 영암읍 인구는 8731명으로 이 중에서 농가인구가 60%인 5222명을 차지할 정도로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지만 농가 고령화가 가속하고 농업인력이 줄면서 활력도 잃어가고 있었다. 

유채·메밀단지 조성사업을 주관하는 영암농협 박도상 조합장은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방소멸 위기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지역도 대부분 농가들이 고령화돼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직면한 현실을 설명한다.

이 때문에 지역의 농업여건을 뒤집을 대안이 절실했다고 한다. 때마침 논 타작물 재배 사업이 다가왔다. 고령 농가의 벼농사 중심에서 분위기 반전을 고민해 왔던 영암농협은 국립공원인 월출산과 연계하는 유채와 메일 단지를 계획했다. 기존 벼농사보다 농가소득이 높고, 농사일의 어려움을 줄이는 것을 기본 목표로 세웠다. 논 타작물 재배 사업을 통한 유채·메일을 선택해 벼농사와 소득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벼농사 조수입이 다소 높지만 영농비(생산비)를 고려하면 유채와 메밀이 벼농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실제 순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양승훈 영암농협 상무는 “타작물 재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우선 경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월출산 자락을 선정했고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소득을 높일 수 있어야 가능한데 타작물 재배 정부 지원금과 경관직불금, 생산장려금 등에 수확한 유채와 메일 판매 등을 계산해 보니 순소득이 벼농사보다 높은 200평당 60만원이 예상됐었습니다. 반대했던 농가들도 찬성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습니다”라며 사업 시행 상황을 설명했다.     
 

▲ 영암농협이 운영하는 유채·메밀 농특산물판매장.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6차 산업 마을로 변신=논에 유채와 메밀을 재배해 6차 산업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통해 영암군과 영암농협이 월출산 자락의 논에 유채와 메밀 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2017년 4월 논에 메밀 시범단지 25ha 조성을 시작으로 2017년 10월에는 유채 112ha를 파종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3년차인 올해는 150ha로 넓혀 3개 지구 200여 농가가 참여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330ha(약 100만평) 규모를 목표하고 있다. 타작물을 심을 농지 경운과 파종, 수확 등 농작업 대부분을 영암농협이 대행하고, 농가는 재배관리만 하는 방식으로 분담하고 있다.

4~5월이되면 월출산 자락은 유채꽃의 ‘노란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지난 4월에는 제1회 유채꽃 축제도 열어 6차 산업으로 도약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11월 주최한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농촌들녘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박도상 조합장은 “앞으로 매년 봄 유채꽃축제를 개최해 농촌관광으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영암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해 소득을 높이고 조합원과 협력해 새로운 사업을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전망했다.

2018년에는 벼를 대신해 재배한 메밀 150톤과 유채 50톤을 수확해 영암농협이 전량 매입 후 가공해 판매했다. 매입가격은 1kg 기준 유채가 2500원(염암군 지원 500원 포함), 메밀이 5500원으로 시중 가격보다 높다. 특히 매입한 유채를 식용유로 제조해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동절기 유채새싹을 나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영암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농특산물판매센터와 메밀전문 음식점인 ‘기(氣)찬메밀’ 음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논 타작물 단지를 농촌관광과 연계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근 도시 소비자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유채와 메밀을 원료로 하는 식품가공 사업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박도상 조합장은 “현재 건설 중인 가공공장이 완공되는 내년부터 다양한 메밀과 유채 가공상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로 식품사업을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오선하 영암 탑동마을 이장은 논 타작물 재배를 시작하면서 마을이 활기차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선하 영암 탑동마을 이장
“소득 높아지고 고된 일도 덜어…재배농가 만족”

처음엔 반대 목소리 컸지만
마을 어르신들 설득해 시도
아름다운 마을, 삶의 질도 쑥
정부 지원사업 계속 이뤄지길


“우리마을은 유채와 메밀을 심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됐습니다. 농가소득이 높아졌고 농사일도 훨씬 가벼워져 삶의 질이 높아졌지요.”

오선하 영암 탑동마을 이장은 유채와 메밀단지 조성으로 달라진 마을 풍경과 고된 농사일로부터 해방돼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됐다고 말한다. 월출산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탑동마을은 40여세대가 거주하는 농촌마을이다. 거의 모든 농가는 벼를 재배하고 있고 주 소득원이다. 농가들도 고령화됐다.

오선하 이장은 “올해 나이가 60세 인데 우리 마을에서 가장 젊어요. 거의 모두 70~80대 어르신들이고 평생 벼농사를 지어왔습니다”라며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농촌마을이고 고령자들이다보니 벼농사가 전부였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암농협에서 유채와 메밀을 심어보자고 하더라고요.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 찬성보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업 내용을 따져본 오선하 이장 본인도 마을 어르신들을 설득해 2017년 처음 시범사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벼농사에서 유채와 메밀로 전환한지 3년차인 현재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벼농사 지을 때보다 소득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논 경운 등 힘든 농기계작업을 영암농협이 맡아 예전보다 한층 여유로운 생활을 보낸다고 했다. 특히 봄철에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농약을 사용할 일이 없다보니 메뚜기, 반딧불이 찾아오는 자연환경이 됐다는 것. 이에 오선하 이장은 아름다운 농촌마을로 가꾸고, 농촌마을 생명력 위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도상 영암농협 조합장
“유채·메밀단지 330ha 목표…농촌경제 활성화 도모”

볼거리와 먹을거리 융합
6차산업 육성 최적 품목

“유채와 메밀을 심는 논 타작물 단지 330ha 조성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습니다.”

박도상 조합장은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촌마을을 탈바꿈하기 위해 논 타작물 재배를 선택했다고 한다. 조합원 농가들이 70~80대 고령화로 접어들어 농업과 농촌마을 지속을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도상 조합장은 논 타작물 재배 사업 동기에 대해 “농지를 유지하며 새로운 농업으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해 농촌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농협이 지역농업과 농촌마을의 중심축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사업 개발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벼농사를 대체할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유채와 메밀을 선택했고 볼거리와 먹거리를 융합한 6차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품목이라는 것이다.

박도상 조합장은 “유채와 메밀은 논토양의 지력을 유지하며 경관을 가꾸고 건강한 식품을 가공할 수 있는 작물”이라며 “특히 명산인 월출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농촌관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협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농협은 조합원을 위해 적자사업도 감수해야 한다”며 “농민 조합원과 농촌경제를 위해 농협이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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